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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간판타자의 저력을 보여준 이대호
작성 : 2016년 04월 14일(목) 18:31

이대호 / 사진=Gettyimages 제공

[스포츠투데이 김윤겸 칼럼] 미국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의 이대호가 '한방'을 날렸다. 이대호는 14일(한국시간) 텍사스 레인저스와 치룬 세이프코필드 구장 홈경기에서 연장 10회말 2사 1루 상황에서 대타로 나와 끝내기 결승 투런 홈런을 터트렸다.

이번 홈런은 여러 측면에서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 팀 내에서는 물론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한국 타자들의 현재 상황에서 값진 홈런이 됐다.

최근 며칠간 코리안 메이저리거 타자들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앞서 이대호와 미네소타 트윈스의 박병호는 시즌 개막이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지난 9일 동반 메이저리그 데뷔 홈런을 때려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하지만 이후 약속이나 한 듯 동반 침체세를 보였다. 데뷔 홈런을 날린 박병호는 이후 12개의 삼진을 기록하며 부진에 빠졌고 팀의 같은 포지션 애덤 린드와 플래툰 시스템으로 활용되고 있는 이대호 역시 적은 출전기회와 부진을 겪었다. 믿었던 추신수마저 지난 10일 종아리를 다치며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이같은 상황은 외국인 선수로서 적응이 쉽지 않은 메이저리그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주전이 확보되지 못한 채 왼손투수를 위주로 상대해야 하는 이대호의 경우 꽤 제한된 기회에서 타격감을 끌어올리고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기가 여간해서 쉽지 않았다.

이날 끝내기 홈런은 이처럼 이대호의 제한된 환경에서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날도 벤치를 지켰던 이대로는 연장 10회 좌완 제이크 디크먼이 나서자 대타로 출장했다. 경기 막판 중요한 상황에서 주어진 대타 기회를 놓치지 않은 것이다. 한국과 일본 야구를 휩쓸었던 백전노장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한 결과다.

야구에 있어서 팀의 간판선수에게는 일종의 '사명'이 있다. 경기의 분위기나 흐름을 바꾸거나 기회가 주어졌을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메이저리그에 처음 진출하는 이대호는 미국의 시각에서 보면 삼십대 중반 늦은 나이의 '신인'이다. 하지만 이대호는 이미 한국과 일본에서 간판선수로 활약한 바 있다. 이날 홈런은 양국에서 간판타자로 뛰었던 이대호의 진짜 저력을 제대로 보여준 사례다.

이날 경기까지 시애틀 매리너스는 5연패를 당하고 있었다. 연장전에 들어간 이날 경기 역시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5연패는 물론 지난 11일 시즌 첫 연장전 패배를 당한 전례도 있었기 때문. 타격감을 조율하기도 쉽지 않은 연장전 대타 상황에서의 끝내기 홈런은 팀의 연패 사슬을 끊어내는 결정적 역할이 됐다.

현실적으로 봤을 때 이대호가 주전 1루수를 꿰찰 확률은 높지 않다. 같은 포지션의 애덤 린드가 최근 심각한 타격 부진을 겪고 있지만 연봉 800만 불로 제법 비싼 선수다. 애덤 린드를 내리고 이대호를 주전으로 올린다는 것은 시애틀 구단에게 있어서 투자 실패를 인정해야 하는 것과 같다.

이대호에게는 당분간 플래푼 시스템이라는 제한된 기회에서 존재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작업이 이어질 것이다. 이대호의 끝내기 홈런은 홈구장 팬들에게 '동양의 간판타자'인 자신의 존재를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효과를 줬다. 이대호의 홈런이 터지는 순간 '거세게' 환호하는 시애틀 홈팬들의 모습을 본 국내 야구팬들이라면 짜릿함을 느꼈을 것이다.

김윤겸 칼럼니스트


정성래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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