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윤겸 칼럼] 볼티모어 오리올스 김현수가 메이저리그 데뷔 경기에서 2안타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김현수는 볼티모어 오리올파크 앳 캠든야즈에서 11일(한국시간) 열린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홈경기에 9번 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그는 이날 내야안타 2개를 기록, 3타수 2안타의 활약을 펼쳤다.
이날 안타 중 하나는 후속 타자 매니 마차도의 투런 홈런으로 인해 득점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김현수의 안타는 팀의 5대 3 승리에 기여, 내용 면에서도 영양가가 있었다. 마이너리그 거부권 행사 이후로 줄곧 벤치에만 있었던 그의 첫 데뷔 경기는 모양새 면에서 나쁘지 않았다.
김현수는 이날 경기 직후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의 입장을 전했다. 그는 "개막전에 야유를 받고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지만 오늘은 야유 받지 않게 노력했다"라고 밝혔다. 앞서 볼티모어 홈 개막 식전행사에서 받은 야유에 대한 심경을 드러낸 것이다.
이날 경기는 모처럼 선발출장 기회를 얻은 김현수의 절실함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김현수가 이날 친 안타 두 개는 모두 내야를 벗어나지 못한 단타였다. 하지만 타구의 방향이 좋아 내야안타로 기록됐다. 무엇보다도 1루까지 전력 질주하는 김현수의 모습은 눈길을 끌었다.
이날 김현수가 전력질주 하는 모습은 국내 야구팬들에게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그가 얼마만큼 경기에 나서기 위해 고심을 했고 인상적인 플레이를 하기 위해 절치부심했는지를 그대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내용면에서는 그다지 좋지 못한 안타였지만 많은 국내 야구팬들의 응원을 받았다.
그동안 김현수는 시범경기에서의 성적 부진으로 많은 비난을 받았다. 그런데 그 비난의 대부분은 성적 자체의 결과보다도 애티튜드(attitude, 태도)적인 측면에서의 지적이 상당했다. 이는 메이저리그 진출 당시 인터뷰 내용이나 지난 시즌과 비교해 다소 무거워 보이는 몸상태 등에 대한 것이었다.
이 때문에 이날 경기에서 보여준 김현수의 절실함은 상당수 야구팬들의 응원을 이끌어내는 효과를 줬다. 비록 안타의 내용은 좋지 않았음에도 1루까지 전력질주 하는 그의 모습을 지켜본 사람들은 비난 일색으로만 그를 보지는 않았다.
여전히 김현수의 팀 내 입지는 좁다. 볼티모어의 간판타자이자 주장인 애덤 존스의 늑골 부상으로 외야진에 변화가 생겼지만 조이 리카드가 존스 대신 중견수를 보며 공백을 메우고 있다. 김현수의 또 다른 경쟁자인 놀란 레이몰드도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현수가 경기에 출장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을 것이다. 좁은 기회의 문에서 뭔가 보여줘야 할 김현수의 부담감은 여전할 것이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보여준 절실함을 꾸준히 보여준다면 실력적인 측면에서의 발전도 충분히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개막 후 5연승을 이어가고 있는 볼티모어의 원동력은 팀 캐미스트리에 있다. 부상을 당한 주장 애덤 존스는 앞서 관중들의 야유에 대해 김현수의 편을 들어줬고 이날 경기에서 홈런을 친 매니 마차도는 데뷔 경기에서 안타를 기록한 김현수에게 축하를 전했다. 단순히 립서비스로 볼 수 있지만 볼티모어 선수들의 동료애를 엿볼 수 있는 단면이다.
김현수가 절실함의 끈을 놓지 않고 경쟁자이자 동료인 선수들과 융화해나가는 모습을 보인다면 좁은 기회를 반전시킬 수 있는 여지는 충분히 있다. 한 시즌 162경기 중 이제 다섯 경기만을 치렀을 뿐이다.
김윤겸 칼럼니스트
정성래 기자 sports@stoo.com
<가장 가까이 만나는, 가장 FunFun 한 뉴스 ⓒ 스포츠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