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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 배구 장착' 현대캐피탈, 정규리그 5위→우승 '명가 재건'
작성 : 2016년 02월 25일(목) 20:42

현대캐피탈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스피드 배구'로 무장한 천안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가 NH농협 2015-2016 V리그 남자부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현대캐피탈은 25일 오후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5-2016 V리그 남자부 6라운드 OK저축은행과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20 25-16 25-22)으로 승리했다. 16연승으로 구단 최다 연승 기록을 세운 현대캐피탈은 26승8패(승점 75)를 기록하며 정규시즌 우승을 달성했다. 지난 2008-2009시즌 이후 7년만의 정규시즌 우승이다.

극적인 반전이다. 지난 2014-2015시즌 현대캐피탈은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V리그 출범 이후 단 한 번도 3위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었던 현대캐피탈은 정규리그 5위에 그치며 봄배구 진출에 실패했다. 시즌 중 단장이 경질됐고, 시즌 후에는 김호철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놨다.


위기에 빠진 현대캐피탈의 '구원투수'는 2014-2015시즌까지 현역으로 뛰었던 최태웅 감독이었다. 국가대표 세터로 활약했지만, 지도자로는 검증되지 않은 최태웅 감독의 부임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걱정 어린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최태웅 감독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아닌 현대캐피탈에 집중했다. '배구명가 부활'이라는 임무를 부여받은 최태웅 감독은 팀 개조 작업에 돌입했다. 지난해 4월9일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에 베테랑 세터 권영민을 내주는 대신 신예 노재욱과 정영호를 데려왔다. 또한 레프트로 뛰던 문성민을 라이트로 돌리고, 새 외국인선수로 레프트 오레올을 영입했다.

그러나 현대캐피탈의 진정한 변신은 선수 구성이 아닌 '스피드 배구'로의 전환이었다. 그동안 한국 배구의 대세는 '높이의 배구'였다. 안정적인 서브리시브를 바탕으로 세터가 외국인선수의 높이에 맞는 토스를 올려주면, 외국인선수가 높은 타점으로 결정을 짓는 것이 정석으로 통했다. 그러나 이는 외국인선수 일변도의 '몰빵 배구'와 한국 배구가 세계 배구의 흐름에서 유리되는 결과를 낳았다.

윤봉우 최태웅


이를 인식한 최태웅 감독은 취임 직후 '스피드 배구'로 팀을 이끌겠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다른 팀들이 '스피드 배구'가 좋다는 것을 몰라서 '높이 배구'를 시도한 것이 아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높이 배구'에 익숙한 선수들이 '스피드 배구'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많은 연습과 시간이 필요하다. 매해 성적을 내야하는 환경에서 구단과 코칭스태프는 '스피드 배구'를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 어려웠다. 그렇기에 최태웅 감독과 현대캐피탈의 도전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스피드 배구'의 가장 큰 특징은 리베로와 세터를 제외한 4명의 선수가 동시에 공격을 준비하며 상대 블로커를 혼란에 빠뜨린 다는 것이다. 서브리시브가 불안하더라도 4개의 선택지를 가진 세터가 빠른 토스로 블로커를 따돌려주면 이를 득점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2015-2016시즌 초반 현대캐피탈의 '스피드 배구'는 미완성에 가까웠다. 세터와 공격수간의 호흡이 어긋나는 일이 잦았고, 그렇게 되자 세터는 자연스럽게 외국인선수를 찾았다. 하지만 선수들이 흔들릴 때마다 최태웅 감독은 오히려 더욱 '스피드 배구'에 대한 의지를 명확히 했다. 지난 11월10일 우리카드와의 경기에서는 작전시간 도중 세터에게 오레올과 문성민에게 공을 주지 말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당장 승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즌 전체를 바라보기 위해서는 '스피드 배구'를 완성시켜야 한다는 의지였다. 이 경기에서 현대캐피탈은 풀세트 접전 끝에 패했지만 선수들은 '스피드 배구'라는 방향성을 명확히 할 수 있었다.

노재욱 / 사진=KOVO 제공


최태웅 감독이 기대했던 '스피드 배구'는 시즌 중반에 접어들자 그 위력을 증명하기 시작했다. 4라운드 6전 전승, 5라운드 6전 전승을 거두며 연승 행진을 시작했다. 전반기 내내 중위권에서 머물던 현대캐피탈은 어느새 선두 경쟁에 끼어들었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마다 최태웅 감독의 '명언'이 선수들을 일깨웠다. 최 감독은 지난 7일 한국전력과의 경기에서 위기에 몰리자 "우리는 10연승 팀이다. 자부심을 가져라"고 말하며 분위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또한 9일 OK저축은행과의 홈경기에서는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너희를 응원하고 있다"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결국 현대캐피탈은 15일 1위로 올라선 이후 단 한 번도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으며 정규시즌 우승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현대캐피탈은 오는 3월18일부터 플레이오프의 승자와 챔피언결정전을 갖는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2005-2006, 2006-2007시즌 2연패 이후 챔피언결정전 우승이 없다. 10년의 한을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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