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괴르기 그로저(삼성화재)가 전 소속팀 감독의 '디스'를 무색하게 하는 활약을 펼쳤다.
삼성화재는 2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5-2016 V리그 남자부 6라운드 대한항공과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2-25 25-19 25-21 29-27)로 승리했다.
승리의 주역은 이번에도 그로저였다. 이날 경기에서 그로저는 양 팀 최다인 38점 공격성공률 58.92%를 기록했다. 후위공격을 무려 13개나 성공시켰고, 장기인 서브에이스도 3개를 기록했다. 블로킹(2개)을 하나만 더 잡았더라면 시즌 6번째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할 뻔 했다.
특히 2개의 블로킹 가운데 하나는 승부처였던 4세트 28-27 상황에서 나왔다. 그로저의 블로킹으로 29-27을 만든 삼성화재는 4세트를 가져가면 경기를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이는 전 소속팀 감독의 '디스'를 무색하게 한 것이기도 했다.
그로저는 지난 2012-2013시즌부터 2014-2015시즌까지 러시아의 벨로고리 벨고로드에서 뛰었다. 그러나 벨고로드가 재정난에 처하면서 팀을 떠나게 됐고, 삼성화재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그런데 벨고로드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바딤 하무츠키흐 감독이 난데없이 그로저에 대해 언급했다. 그것도 뉘앙스가 묘했다. 하무츠키흐 감독은 19일 구단 홈페이지에 게재된 인터뷰를 통해 "한국에 간 그로저는 팀 득점에 절반을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그로저는 블로킹과 리시브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잊고 있다"며 "크게는 이러한 이유 때문에 지난 1월 올림픽 예선에서 (그로저가 뛴) 독일이 러시아와 폴란드에 패했고, 결국 리우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로저가 한국에서 공격만 하다 보니 블로킹과 리시브 등에서 기량이 떨어져 결국 독일 국가대표팀에도 타격이 됐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사실은 이와 다르다. 원래 라이트 포지션인 그로저가 리시브에서 다소 약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블로킹에서는 올 시즌 세트당 0.5개의 블로킹을 기록하며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위에 말한 것처럼 20일 대한항공전에서는 결정적인 순간 블로킹을 잡아내기도 했다. 하무츠키흐 감독의 말은 적어도 절반은 틀린 셈이다.
또한 독일이 올림픽 예선에서 러시아와 폴란드에게 진 것을 그로저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로저를 제외한 다른 선수들의 기량이 러시아와 폴란드 선수들에 미치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실제로 그로저가 올림픽 예선에서 보여준 개인 성적은 러시아전을 제외하면 그리 나쁘지 않았다.
이달 초만 해도 무릎 건염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그로저는 현재 투혼으로 부상을 이겨내며 삼성화재의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다. 상대팀의 집중 견제와 부상, 전 소속팀 감독의 '디스'까지 이겨낸 그로저가 남은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에서 어떠한 활약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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