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주요 작품 TV Garden(1974) / 사진=아시아경제 DB
[스포츠투데이 김현지 인턴기자] 백남준 주요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렸다.
28일 서울 종로구 갤러리현대에서 열린 '백남준, 서울에서' 오프닝 행사의 가장 큰 이슈가 백남준의 1962년 '바이올린을 위한 독주(One for Violin Solo)' 퍼포먼스의 재현 이벤트였다.
백남준의 오랜 친구로 알려진 김창열 작가가 재현에 나섰다. 살아생전 백남준의 모습 그대로 중절모를 쓰고 나타난 그는 밧줄에 묶인 바이올린을 '개'처럼 끌며 뒷짐을 지고 길을 걸었다. 우아한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 태어난 바이올린이 맨바닥에 사정없이 부딪히며 투박한 소리를 냈다 .
갤러리현대 본관에서 시작한 퍼포먼스는 80m가량 떨어진 갤러리현대 신관에서 끝났다. 신관에 들어선 김 작가가 바이올린을 높이 치켜들어 책상 위로 내리치면서다. 그 자리에서 바이올린은 큰 소리를 내며 산산이 부서졌다. 1962년 백남준의 퍼포먼스 그대로였다. 현장에선 박수가 쏟아졌다.
이 퍼포먼스가 암시하듯 '백남준, 서울에서'는 백남준을 소환하는 전시다. 갤러리현대는 백남준이 첫 인연을 맺은 1988년부터의 이기를 전시장 본관과 신관에 풍성하게 풀어놨다.
갤러리현대는 박명자 회장이 백남준을 1983년 파리에서 직접 만나면서 그와 연을 맺고, 1988년 그의 첫 한국 개인전을 열었던 특별한 공간이다. 첫 개인전 당시 백남준은 '세종대왕', '선덕여왕'과 같은 비디오 작품을 내놓았다. 이는 텔레비전과 비디오라는 매체의 조형적 가능성과 작가 특유의 유머를 결합한 비디오 조각 작품으로 이번 추모 전에도 함께했다.
1988년에서 2000년 사이에 한국에 집중적으로 소개된 백남준의 '로봇 가족' 시리즈를 비롯해 그의 예술적 스승과 동료들을 그려낸 '존 케이지', '샬롯 무어맨', '요셉 보이스' 등 TV 로봇 시리즈도 함께 전시된다. 특히 '로봇 가족: 할아버지', '로봇 가족: 할머니'는 로봇 가족 시리즈의 첫 작품이자 대표작으로, 한국의 대가족 개념을 뿌리로 삼은 실험 작이다.
이외에도 1967년 절친했던 진영선 박사의 죽음을 애도하는 작품 '무제'와 '잡동사니 벽'(1995년) 등 국내에서 첫 선을 보이는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1990년 7월 20일 갤러리현대(당시 현대화랑) 뒷마당에서 백남준이 벌인 퍼포먼스 '늑대 걸음으로'를 그대로 재현해놓은 작품이다. '늑대 걸음으로'는 백남준이 요셉보이스를 추모하기 위해 벌인 진혼굿 퍼포먼스다. 당시 사용된 독일제 피아노, 시멘트 중절모자 등을 이곳에서 직접 확인하며 당시의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오는 4월 3일까지 열린다.
김현지 인턴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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