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문선호 기자]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가 22일 하루 종일 포털사이트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날 오전 트위터를 통해 정관용과 손석희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기 때문이다.
그는 21일 방송 도중 감정이 북받쳐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한 정 씨와 손 씨를 두고 "나잇살 먹은 노회한 자들이 눈물 감성을 선동한다는 건, 직업윤리 상 파렴치한 작태"라고 비난했다. 이어지는 발언도 신랄하긴 마찬가지다.
변 씨의 비판은 매섭다. 그러나 그의 지적은 비판이라기보다는 비난에 가깝다. 이에 대해 세 가지를 지적해 본다.
첫째, 변 씨는 정 씨와 손 씨의 방송사고를 '선동'과 '감성쇼'로 보았다.
그는 트윗에서 "표절석희, 표절관용 같은 뇌화한('노회한'의 오타로 보인다) 퇴물 앵커들부터 앞장서서 눈물 감성쇼하고 이걸 친노포털이 띄워주면, 젊은 앵커들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다들 쇼맨으로 전락하고 국민들은 방송의 쇼에 계속 선동당해야 할 것"이라며 이들에 대한 방통심의위의 징계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정 씨와 손 씨의 방송사고는 잘못이다. 생방송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가 몇 초간 말을 잇지 못한 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의 방송사고가 잘못이라는 사실 자체가 이들이 의도적으로 대중을 '선동'했다는 증거는 되지 못한다.
변 씨의 주장처럼 이들의 울먹임이 의도된 '연출' 내지는 '감성쇼'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 주장하기 위해서는 엄밀한 증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그가 근거 없이 이런 트윗을 한 것이라면 대중을 '선동'하고 '감성쇼'를 펼친 것은 다름 아닌 변 씨 자신이다.
둘째, 변 씨는 정 씨와 손 씨를 지칭할 때 '표절'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그는 "표절석희, 표절관용 같이 나잇살 먹은 노회한 자들", "표절석희, 표절관용처럼 눈물쇼 해대서 뜬다면" 등 수식어를 붙여 이들을 지칭했다. 실제로 정 씨와 손 씨는 인터넷 상에서 표절 논란이 있었던 이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표절 의혹은 말 그대로 '의혹'이다. 표절의 실체에 관해서는 전혀 공인된 바 없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의 이름 앞에 '표절'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상대를 호칭한다는 건, 의도적으로 상대의 이미지를 깎아내리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변 씨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표절 의혹을 수차례 제기한 바 있다. 대표적인 예가 동양대학교 교수인 진중권이다. 그는 진 씨의 서울대 석사 학위 논문에 대한 표절 의혹을 계속 제기했다. 그러나 진 씨가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해명하자, 이 논란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제기하는 의혹들에 타당한 근거가 있고 그것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그 누구든 표절 행위에 대한 비난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실을 진실인 것처럼 취급한다면 그야말로 대중 '선동'이 아닐 수 없다.
셋째, 변 씨는 정 씨와 손 씨의 방송사고를 '국가 안위' 뿐 아니라 'JTBC의 조작 방송'과 연관시켰다.
변 씨는 트윗을 통해 "만약 북괴 김정은이 미사일이라도 쏴서 아수라장 되었을 때, 지금의 표절석희, 표절관용 등 방송사 앵커들의 수준을 보면 국가 안위가 심각히 걱정된다"며 "24시간 내내 국민들을 혼란과 불안 속으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한반도 정세가 한 번은 위험한 상황으로 갈 수밖에 없는 구도다. 지금 방송사들 방방 뛰는 것 보면 북한발 급변 사태 났을 때, 대한민국이 휘청거리지 않을지 끔찍하다"고 했다.
이런 연관은 지극히 자의적이다. 만약 방송사 앵커들이 언제나 감정에 휘둘리며 냉철하게 판단하지 못한다면 변 씨의 말처럼 국가 위기 상황이 발발할 때 대한민국이 휘청거릴 수 있다. 하지만 손 씨만 해도 'MBC 100분 토론'이나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진행하며 역량을 인정받은 바 있다.
JTBC에 대한 변 씨의 발언도 엄밀하지 않다. 그는 "표절석희가 이끄는 JTBC도 수시로 거짓조작하다 걸린다"고 말했다. 이번 방송사고 뿐 아니라 세월호 보도 현장에서 기자가 부적절한 인터뷰 발언을 하는 등 여태껏 JTBC가 해온 잘못이 적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잘못이 곧 조작은 아니다. JTBC의 거짓조작을 주장하려면 변 씨는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상 세 가지 논점을 통해 변 씨의 발언들을 살펴보았다. 변 씨는 "지금 방송사 채널을 틀어보라. 젊은 앵커들 방방 뛰고 있다"면서 "그럼 가장 고참급인 표절석희, 표절관용이 앞장서서 톤다운 흐름을 만들어야지 자기들이 눈물 사고 쳐서 뛰어다닌다"며 손 씨와 정 씨를 비판했다.
변 씨가 제기하는 의혹이나 질문은 민주주의 사회의 다양성이란 측면에서 가치가 있다. 이념의 측면에서도 건강한 사회를 위해 좌와 우가 모두 필요하다. 그러나 그가 최소한 '보수 논객'이라는 이름을 자칭하려면 그에 합당한 근거와 논리를 갖춰야 한다.
강한 어조와 어휘를 사용하면 그 자극성으로 인해 많은 주목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을 적절하게 사용하지 못한다면 결국 주장의 논지 자체를 퇴색시킨다. 변 씨는 다시 한 번 자신의 발언들을 돌아보고 진정 '톤다운' 해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길 바란다.
[문선호의 理智컬쳐] 끝.
문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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