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정성래 기자] 판단력이 좋아지자 움직임이 달라졌다. 부진에 빠졌던 손흥민이 살아났다.
손흥민이 팀의 잉글랜드 FA컵 32강 진출을 이끌었다. 손흥민은 21일(한국시간) 영국 레스터의 킹 파워 스타디움서 열린 2015-2016 FA컵 레스터시티와의 64강 재경기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2-0 승리를 견인했다.
그 동안 손흥민은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한 것과는 별개로 그 움직임에 있어서도 비판을 받았다. 공간을 우선시하기보다 공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려는 플레이 형태는 그가 스스로 수비가 밀집된 중앙으로 이동하는 습관을 만들게 됐다. 비좁은 중앙에서의 플레이는 당연히 손흥민의 가장 큰 장점인 순간 폭발력과 강력한 슈팅을 방해하는 요소가 됐다.
그러나 레스터와의 경기는 달랐다. 판단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전반 13분 손흥민은 중앙에 위치해 있다가 왼쪽 측면 공간으로 뛰어 들어갔다. 지금까지의 손흥민이었다면 중앙에 머무르며 측면에서 오는 공을 받아 골문 쪽으로 돌거나 다시 측면에 공을 내줬을 것이지만, 이날은 다른 모습이었다. 스스로 빈 공간을 점유하며 공이 갈 수 있는 선택지를 넓혔다. 팀, 그리고 손흥민 모두에게 좋은 모습이었다. 측면으로 빠진 손흥민은 공을 받은 후 에릭센에게 정확한 크로스를 시도해 공격 과정에 훌륭하게 관여했다.
손흥민이 좋은 위치에서 패스를 기다리고 있다 / 사진= SBS Sports 중계화면 캡처
득점 상황에서도 상대와 동료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며 좋은 공을 잡아낼 수 있었다. 손흥민은 후반 39분 득점 상황서 상대의 측면 수비와 수비형 미드필더 사이 공간에 위치해 공을 골문 쪽으로 바로 잡아 놓을 수 있었다. 이 때 손흥민의 위치는 다소 중앙에 있었지만, 터치라인 쪽에는 손흥민의 동료가 오버래핑을 통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는 동료와의 중복을 피하면서 자신이 공격을 잘 풀 수 있는 최적의 공간에 자리 잡았고, 이는 강력한 슈팅의 시발점이 될 수 있었다.
손흥민이 빈 공간으로 쇄도하고 있다 / 사진= SBS Sports 중계화면 캡처
후반전에도 손흥민의 움직임은 칭찬받을 만 했다. 후반 11분 라멜라와 에릭센의 역습 상황에서도 빈 공간을 찾아 들어가는 손흥민의 침투가 돋보였다. 공은 오지 않았지만, 공을 잡은 라멜라의 선택지를 늘려줌과 동시에 수비수의 판단을 복잡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쇄도였다.
해리 케인에게 연결한 패스 역시 뛰어났다. 에릭센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의 위치는 페널티 에어리어 중앙. 손흥민은 약간의 드리블을 통해 수비수 세 명을 자신의 앞으로 모으는 데 성공했고, 우측면의 케인에게 지체 없이 패스를 시도했다. 잠시 이어진 손흥민의 드리블로 케인은 완벽한 기회를 잡아낼 수 있었다. 이어 손흥민은 후반 21분의 완벽한 전진 패스로 득점과 함께 도움도 기록할 수 있었다.
레스터와의 경기서 손흥민의 경기력은 완벽에 가까웠다. 그리고 이 플레이의 바탕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눈에 띄게 좋아진 판단력 때문이었다. 이미 기술적으로 완성되어 있는 프로 선수에게 있어 경기력에 차이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은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이다. 손흥민은 이날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며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다.
정성래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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