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라의 포커스온] 연극 '엠. 버터플라이', 완벽한 환상은 본질을 부정한다
[스포츠투데이 박보라 기자]지난 2012년 초연된 이래 수많은 앙코르 요청을 받은 연극 '엠. 버터플라이(M. Butterfly)'(연출 김광보, 제작 연극열전)가 돌아왔다.
이 연극은 중국계 미국인 극작가 데이비드 헨리 황의 대표작으로 1986년 국가 기밀 유출 혐의로 형을 선고 받은 전 프랑스 외교관 버나드 브루시코의 충격적 실화를 모티브로 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을 차용했다.
르네(이석준 분, 왼쪽)가 송 릴링(김다현 분)의 촉감을 느끼고 또 다시 환상에 빠져들고 있다./ 연극열전 제공
1964년 중국 베이징의 프랑스 영사관 직원 르네 갈리마르는 오페라 '나비부인'의 여주인공 송 릴링의 우아한 자태에 매료된다. 송 릴링과 만남이 지속될수록 르네는 미처 몰랐던 자신의 남성성을 확인하며 사랑에 빠진다. 그는 결국 자신이 누리던 모든 것을 버린 채 송 릴링과의 사랑을 선택한다.
결국 르네는 자신이 갇힌 감옥 안에서 자신이 만들어낸 환상으로 '직접' 다가간다. 몸소 경극 분장을 한 채 기모노를 입고 오페라 '나비부인'의 쵸쵸상이 그랬던 것처럼 직접 목을 그어 자결한다. 그가 지키고 싶었던 것은 이 모든 것을 뛰어넘는 자신의 욕망이자 환상이었다.
르네(이승주 분, 오른쪽)가 복수심에 송 릴링(전성우 분)을 찾아가 벗은 몸을 요구한다./ 연극열전 제공
'엠. 버터플라이'는 여성과 남성의 사랑 이야기를 뛰어넘는다. 오리엔탈리즘의 시각을 바탕으로 두 사람은 몽환적인 분위기와 함께 관객들의 뇌리에 박혀있는 동양적인 여성상과 서양적인 남성상의 적나라한 환상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나아가 환상이 이성을 마비시키는 모습을 촘촘하게 드러낸다.
작품은 환상에서 파생된 욕망에 대해 말한다. 남성과 여성, 서양과 동양의 경계가 허물어져버린 환상은 결국 욕망으로 둘러싸인 파국으로 치닫게 되지만 이 미묘한 관계는 매력적이다. 마침내 관객들은 환상과 욕망 사이에서 발생한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고 탄성을 자아낸다.
르네(이승주 분)은 자신의 환상속 사랑을 지키기 위해 자결한다./ 연극열전 제공
무엇보다 '완벽한' 여성이었던 송 릴링이 남성으로 '변신'하는 과정은 관객들의 놀라움을 자아낸다.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의 빠른 서곡을 배경음악으로 무대 위에서 순식간에 남성으로 변하는 그의 모습은 눈을 의심하게 만든다. 이후 남성 대 남성으로 환상과 진실 사이에서 대립하는 두 사람의 모습 또한 인상 깊다.
오는 6월1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무대에 오른다. 문의)02-766-6007
박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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