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조성준 기자]개막을 두 달여 앞둔 2014 브라질 월드컵의 열기가 방송계에서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상파 3사가 스타급 캐스터와 해설위원을 앞세워 시청률 경쟁을 예고하고 있어서다.
SBS가 단독으로 중계했던 2010년 남아공 대회와 달리, 올해는 KBS와 MBC가 중계 전쟁에 다시 뛰어들면서 그라운드 버금가는 '혈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SBS가 불세출의 스타 플레이어 차범근을 일찌감치 해설위원으로 내세우고 배성재 아나운서 '띄우기'에 돌입한 가운데, KBS와 MBC은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주역들을 자사의 간판으로 삼았다. KBS는 '초롱이' 이영표를, MBC는 '반지의 제왕' 안정환과 이제는 '지아 아빠'로 더 친숙한 송종국을 해설위원으로 각각 영입했다.
자사 해설위원들을 널리 알리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MBC는 지난 14일 김성주 등 캐스터들과 해설위원들이 모두 참석한 '월드컵 8강 기원 이벤트'를 제주도에서 마련해 취재진을 현지로 초청했다.
이 행사는 '다큐스페셜'을 통해 방송될 예정인데, 안정환과 송종국이 '일밤 - 아빠 어디가'로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예능과 교양까지 이들을 홍보하기 위한 무대로 빌리고 있는 셈이다.
축구팬과 시청자의 입장에선 지상파 3사의 이같은 중계 전쟁이 무척 흥미롭지만 다소 걱정도 된다. 시청률에 매달려 스포츠 중계 본연의 임무를 망각할 것같아서다.
KBS의 경우, 우려가 벌써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서기철·전인석·조건진 등 스포츠 중계가 주 전공이었던 베테랑 아나운서들이 스포츠 중계 경험이 일천한 전현무 전 아나운서를 월드컵 캐스터로 영입하려 했던 경영진의 방침에 반발했다는 이유로 문책성 인사 조치를 당했기 때문이다.
KBS의 이번 인사 조치와 관련해 세 아나운서가 기득권을 지키려다 '물을 먹었다'는 일부의 시선도 있다. 후배들을 키우지 않고 자신들의 자리만 보전하려 했다는 비판이다.
그러나 KBS '윗선'이 전현무 전 아나운서의 대중적인 인기를 애타게 원했던 것 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MBC 김성주 및 SBS 배성재 아나운서와 상대할 수 있는 스타급 캐스터를 찾다 보니, '예능 전문'으로 자리를 굳힌 옛 식구한테까지 러브콜을 보내지 않았을까. 이 과정에서 스포츠 중계 노하우의 축적 여부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을 것이다.
스포츠 중계야말로 다년 간의 경험과 해당 종목에 대한 전문가급 분석 능력을 필요로 한다. 시청자들이 화면만 보고는 미처 알 수 없는 대목까지 꼼꼼하고 세심하게 짚어줄 수 있는 능력과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각은 필수다. 마니아 수준의 지식을 지닌 요즘 스포츠 경기 시청자들이 가장 원하는 캐스터상 혹은 해설자상이기도 하다.
월드컵 중계를 준비하고 있는 지상파 3사의 아나운서들과 해설위원들 대부분이 이같은 걱정을 잘 알아 밤을 새워가며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참 바람직한 자세다.
하지만 자신들을 왜 불렀는지 경영진의 의도를 알아서 너무 잘 받아들이고 대중적인 인기만을 의식해, 막상 중계에 들어가면 소리만 질러대며 애국심에만 호소하지는 않을 지 여전히 걱정이다.
지난 소치 동계올림픽 당시 '김연아 판정 논란'이 일어났을 때도 그랬지만, 시청자들은 '응원단장'이 아닌, 말 그대로 '캐스터'와 '해설위원'을 원하기 때문이다.
조성준 기자 when@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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