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브라딴' 파벨 모로즈가 대한항공의 새로운 추진 엔진이 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21일 오후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5-2016 V리그 남자부 우리카드와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16 25-23 25-17) 완승을 거뒀다. 4연승을 질주한 대한항공은 12승6패(승점 36)를 기록하며 2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1위 OK저축은행(승점 41)도 이제는 사정권 안에 들어왔다.
대한항공에게는 파란만장한 전반기였다. 세터 한선수의 전역과 김학민, 신영수, 곽승석, 정지석 등 화려한 레프트진, 외국인선수 산체스가 버티고 있는 대한항공은 이번 시즌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산체스의 부상이 대한항공의 발목을 잡았다. 초반에는 허리부상으로 속을 썩이더니 11월말 훈련 도중 손등 골절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다. 대한항공에게는 아닌 밤중에 날벼락이었다. 새로운 외국인선수 모로즈가 합류했지만 당장 V리그에 적응할 수 있을지는 물음표가 달렸다.
하지만 모로즈가 실력을 입증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지난 13일 현대캐피탈과의 경기에서 데뷔전을 가진 모로즈는 30점, 공격성공률 65%를 기록하며 좋은 첫 인상을 남겼다. 17일 한국전력전에서도 23점을 터뜨린 모로즈는 21일 우리카드전에서도 13점 공격성공률 57.89%로 팀 승리에 일조했다.
아직 팀에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한 상황에서 거둔 선전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김종민 감독 "외국인선수가 적응 단계이기 때문에 올스타 브레이크 동안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연습을 지켜보면 안 될 것 같은 장면에서 득점을 만들어낸다. 공을 다루는 기술과 공격력은 괜찮다"면서 "아직 서브와 블로킹이 부족하지만 높이와 손모양이 좋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 같다"고 더 좋은 모습을 기대했다.
김종민 감독을 흐뭇하게 하는 부분은 또 있었다. 바로 파이팅이다. 데뷔전부터 화려한 세레머니로 시선을 모은 모로즈는 불과 몇 주 만에 팀내 분위기 메이커가 됐다. 김 감독은 "파이팅은 최고다"면서 "평소에도 장난을 잘 치고 활달한 성격인데 코트 안에 들어가면 더 활달하다"고 웃었다.
'토종 주포' 김학민 역시 "우리 팀에 필요한 선수다. 연습 때도 파이팅이 있고 밝아서 재밌게 할 수 있다. 또 시합 때도 제스처나 세리머니가 과격해서 즐겁다. 팀 분위기가 많이 올라왔다"며 '모로즈 효과'를 설명했다.
또 "볼 하나도 허투루 하지 않고 열심히 한다. 덕분에 우리 팀이 더 안정감 있게 경기를 할 수 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현재 모로즈는 대한항공에서 '브라딴'이라는 호칭으로 불리고 있다. '형제'라는 뜻을 가진 러시아말이다. 모로즈 본인이 팀 동료들에게 '브라딴'이라고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김학민은 "'브라딴'이라고 부르면 좋아한다. 어색할 텐데 금방 적응을 해서 처음부터 있었던 선수 같다"고 웃었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순위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V리그 남자부는 후반기 시작과 동시에 본격적인 상위권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이 '새로운 형제' 모로즈와 함께 어디까지 비상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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