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박보라 기자]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진 것처럼 마음이 일렁이는 작품은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다. 이에 딱 걸맞는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공연장을 나선 이후에도 한동안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지난 1일 백암아트홀에서 개막한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토마스와 앨빈, 단 두 남자의 이야기만으로 따스하고 뭉클한 감동을 전한다. 작품은 100분이란 러닝타임이 찰나처럼 지나가며 토마스와 앨빈의 유년시절부터 성인까지의 과거와 현재가 펼쳐진다.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 토마스는 30여 년간 서로를 의지해온 친구 앨빈의 장례식을 찾는다. 토마스는 죽은 사람을 기리는 글인 송덕문을 작성하기 위해 앨빈과의 추억을 되새긴다. 어린 시절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장례식장을 찾은 토마스는 죽은 앨빈을 생각하고 이 과정에서 잊고 있던 둘만의 이야기를 기억해낸다.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의 강점은 감정을 제대로 건드린다는 점에 있다. 마치 작품 속 넘버는 각각의 단편과 같다. 토마스와 앨빈의 이야기가 모여 비로소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되는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커다란 갈등이나 사건을 쫓기보다 평범하고 소박한 추억을 끌어냈다. 때문에 작품은 보는 이들을 향해 조용하게 마음을 흔들며 우리가 쉽사리 잊고 살았던 '가치'에 포커스를 맞춘다.
이와 더불어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가 전하고 싶어 하는 가장 큰 메시지는 넘버에 담았다. 작품의 대표적인 넘버 '나비(The Butterfly)' '이게 전부야(This Is It)' '1876' 등은 서정적인 선율에, 아름다운 가사로 순식간에 관객을 홀린다. 특히나 동화를 듣는 것만 같은 감성은 다양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행복, 슬픔, 아쉬움, 소중함의 감정을 담백하게 그린다. 변희석 음악감독의 호흡 아래 구성되는 피아노, 첼로, 클라리넷의 라이브 무대는 또 다른 작품의 주인공으로 완벽한 무대를 완성시킨다.
앨빈과 토마스가 유년시절을 보낸 책방 새책과헌책의 신비로운 분위기도 극의 큰 특징이다. 무대 깊숙이 책으로 둘러싸인 책방에는 섬세한 소품들이 즐비하다. 곳곳에 놓인 두 사람의 영감이자 추억인 종이들은 아날로그적인 매력을 뽐내며 마지막 장면에서는 아름다운 눈꽃과 곳곳에 날려지는 종이들로 아름다운 환상을 만들어낸다.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공연 사진 /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2010년 초연 이래로 앨빈으로 무대에 오르는 이석준은 대체 불가능한 앨빈으로 정평이 났다. 그는 천재성과 섬세한 감수성을 가진 앨빈의 모습을 각양각색으로 표현해낸다. 토마스를 향해 다정하기도, 순수하면서도 냉철한 캐릭터는 이석준 만의 완벽한 앨빈으로 탄생했다. 또 고영빈은 까칠하면서도 평범한 인물인 토마스를 감성 가득한 모습으로 완성했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 '친구'로 우정을 나눈 이석준과 고영빈은 작품 속에서 마치 앨빈과 토마스가 환생한 듯 한 케미를 보여준다. '척하면 척'인 두 사람의 완벽한 호흡은,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에 시너지를 더했다.
작품 속 앨빈은 토마스를 향해 말한다. "네 머릿속에 몇 천개의 이야기가 있어. 넌 그 중 하나만 골라 쓰면 돼"라고. 몇 천개의 이야기 중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는 멀리 있지 않다. 하얀 눈송이가 내리는 날이면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속 눈 속의 천사들이 생각날 것이다.
박보라 ent@stoo.com
<가장 가까이 만나는, 가장 FunFun 한 뉴스 ⓒ 스포츠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