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박보라 기자] 화려하다고만 해서 여운이 깊게 남는 것은 아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울리는 잔잔한 감동은 마치 수수한 들꽃 향처럼 오래도록 행복한 기운을 뿜어낸다. 바로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와 같이.
프랑스의 국민 작가 마르셀 에메의 소설 '벽을 뚫는 남자'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작품은 프랑스에 이어 브로드웨이 공연 당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 2006년 한국 초연을 시작으로 작품은 매 시즌마다 호평을 이끌어냈고 훌륭한 배우들이 거쳐갔다.
작품은 1940년대 파리 몽마르트를 배경으로 평범한 우체국 직원 듀티율이 '벽'을 자유자재로 드나드는 능력을 가지게 되면서 벌어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듀티율은 우연히 얻게 된 특별한 능력으로 벽을 뚫는 도적 '뚜네뚜네'로 재탄생하고 무엇이든 손에 넣을 수 있는 존재로 발돋움한다. 여기에 평범하고 소심했던 듀티율이 같은 거리에 살고 있는 이사벨을 사랑하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수채화빛 러브스토리로 탄생됐다.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 듀블 역 조재윤 / 사진=쇼노트 제공
무엇보다 유쾌하고 발랄한 재미와 날카로운 풍자의 메시지는 잔잔하게 흘러가는 결말에 더욱 힘을 더한다. 근면성실의 아이콘이었던 듀티율이 요령껏 살아가는 이들에게 작은 복수를 건네거나, 숨겨진 비리를 까놓으며 통쾌한 반란을 일으킨다. 몽마르뜨 언덕의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 저마다의 사연은 마음을 몽글거리게 만든다. 또 시원스러운 '벽'으로 채워진 무대는 순식간에 무대 곳곳을 움직이며 듀티율의 특별한 능력을 강조하는데 모자라거나 지나침이 없다.
무엇보다 11명의 배우가 23명의 독특한 캐릭터를 열연하는 것은 '벽을 뚫는 남자'의 가장 큰 특징이다. 단 한 명의 앙상블 배우도 없는 작품은 대부분의 배우들이 찰나의 순간에 전혀 다른 캐릭터로 변신하며 지루할 틈이 없게 만든다. 또 대사 없이 진행되는 송스루 형식은 작품이 마치 길고 아름다운 노래 한 편을 듣는 것과 같게 만든다.
'벽을 뚫는 남자'를 통해 첫 뮤지컬에 도전한 유연석은 기대보다 훨씬 안정적인 데뷔를 치렀다. 안정적인 가창력과 연기는 그의 훤칠한 비주얼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여성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앞서 다양한 작품을 통해 보여준 '짝사랑남'의 이미지는 이사벨을 향한 듀티율과 꼭 맞아 떨어진다. 여기에 군무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홀로 색다른 안무를 추는 상황을 만들며 귀여움을 더했다.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 듀티율 역 유연석 / 사진=쇼노트 제공
또 듀블, 변호사, 형무소장, 경찰의 1인 4역을 열연하는 조재윤은 특유의 능청스러움으로 등장마다 객석을 향해 웃음을 선물한다. 무엇보다 듀티율을 향해 건네는 다양한 톤의 발언과 장면 곳곳에 숨어있는 웃음은 조재윤만이 탄생시킬 수 있는 매력이다. 여기에 신문팔이 역의 이충주는 깔끔한 마스크와 뻔뻔한 연기력으로 '벽을 뚫는 남자' 속 재간둥이로 발돋움했다.
이지훈, 유연석, 고창석, 조재윤, 배다해, 문진아, 임철형, 정의욱, 김영주, 이영미, 이충주 등이 열연하는 '벽을 뚫는 남자'는 오는 2016년 2월14일까지 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박보라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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