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송효경 칼럼] 며칠 전 격투기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만한 이광희 VS 권아솔의 대결을 찾아봤다.
이 두 선수야 말로 대한민국을 대표할 만한 실력 있는 격투가라고 생각한다. 눈을 부라리며 격투하는 남자의 강인함과 처절함이 온몸을 들썩 거리게 한다. 힘과 힘이 부딪치는 현장의 광경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오로지 MMA에서만 느낄 수 있는 짜릿함이다. 케이지 안에서 나쁜 여자로 변신하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두 선수의 경기를 보니 더욱 심장이 뛰었다.
'프라이드FC'
격투기 팬이라면 한때 세계 최고의 격투기 단체로 불리던 프라이드를 잊지 않았을 것이다. 엄청난 관중들과 경기장을 쩌렁쩌렁 울리는 화려한 선수 등장, 박진감 넘치는 선수소개, 프라이드에는 보는 이들의 심장을 뛰게 하고 뜨겁게 만드는 뭔가가 있었다.
사각링 안에서 1라운드는 10분, 니킥, 사커킥, 스템핑으로 좀 더 싸움에 가깝고 거친 승부가 펼쳐졌다. 올드팬들은 시원시원하고 기억에 남는 명장면도 많았던 프라이드를 그리워 할 수밖에 없다.
UFC 대표 데이나 화이트가 직접 간판급 선수인 척 리델을 데리고 2003 프라이드 그랑프리에 참전했으니 그 당시 프라이드의 위상을 알 수 있다. 지금의 위치의 데이나 화이트라면 아마 SNS에 "프라이드가 부활한다고? 한 번 해보라고 해"하며 관심도 안 갖겠지만, 그 당시에는 지금의 UFC는 없었고, 프라이드의 위상은 대단했다.
전 세계에서 난다 긴다 하는 선수들이 다 모여들었던 프라이드는 일반 대중들에게 재미를 줄 만한 선수와 선수간의 스토리가 있었다. 레슬링 메달리스트와 유도 메달리스트의 매치. 유도 라이벌 관계였던 선수들의 매치, 스모 천하장사와 씨름 천하장사의 대결 등 궁금증을 가질 수밖에 없는 매치와 스토리를 만들어낸 단체가 프라이드다. '60억분의1 의 사나이 효도르'처럼 흥미로운 수식어를 잘 만들어 붙였던 점도 프라이드의 매력이었다.
또 하나 재미있는 요소는 훈도시(일본전통의상중 끈으로 팬티처럼 만든 옷)를 입고 위풍당당하게 북을 치며 "남자의 축제. 너는 남자 중에 남자다! 사내들이여 어서 나와라"는 오프닝이다. 마초적이면서도 때로는 민망하기도 한 오프닝이었지만 거침없는 오프닝은 대중의 웃음을 끌어냈다. 그것은 프라이드FC만의 전매특허였으며, 지금도 우리들의 가슴속에서 잊지 못할 명장면으로 기억되고 있다. 만약 프라이드FC가 아직도 대회를 운영해 가고 있다면 UFC가 독보적인 단체가 되긴 힘들었을 것이다.
지난 9월. 연말에 프라이드가 부활한다고 나에게 여성부 52kg 경기 오퍼가 왔다. 단체 이름도 확실치 않고 불확실한 얘기처럼 들렸지만 '프라이드의 부활'이라는 말에 나는 흔쾌히 뛰겠다고 했다. 나바코리아 휘트니스 시합과 ROAD FC 026 로드걸로 케이지 위에 오르면서 복귀를 준비했다. 상대는 사이타마슈퍼아레나에서 국내 입식강자 임수정 선수와 싸웠던 '일본 슛복싱 챔피언' 레나 선수였다.
하지만 부상으로 인해 시합을 뛸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아 참가할 수 없었다. 나에게 2015년은 시합 운이 없는 한해이다.
'응답하라 2003의 프라이드여' 그 추억의 프라이드가 라이진이란 새로운 상호로 열린다. 성공 할 수 있을까?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났고 그때보다 선수들과 팬들의 수준도 높아졌다. 예전의 프라이드 경기 룰을 고집한다는 것은 상당히 자극적인 부분임이 분명하다.
사카키바라 대표가 복귀하면서 은퇴한 에밀리야넨코 효도르를 불러냈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해 보인다. 시합이 얼마 남지 않은 현재까지도 대진이 완성 되지 않았다. 단체만큼이나 대진도 미궁 속에 있는 듯하다. 너무나 기대되고 반갑지만, 과연 UFC 독주 체제의 종합격투기 시장에서 라이진이 UFC를 위협하고 경쟁 할 수 있는 단체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 답의 기다림은 연말에 어느 정도 풀릴 듯하다. 내가 직접 뛰었다면 좀 더 자세한 얘기를 해 줄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스포츠투데이 송효경 칼럼니스트
ROAD FC 소속 이종격투기 선수, 2012년 전국 YMCA 보디빌딩 1위 입상
<가장 가까이 만나는, 가장 FunFun 한 뉴스 ⓒ 스포츠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