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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엘리펀트 송' 무대 위 펼쳐지는 퍼즐 게임…그 끝엔(리뷰)
작성 : 2015년 12월 01일(화) 13:26

연극 '엘리펀트 송' / 사진=나인스토리 제공


[스포츠투데이 박보라 기자] 연극 '엘리펀트 송'은 흡사 퍼즐과 같다. 정신과 의사 그린버그 박사와 환자 마이클이 밀폐된 공간에서 나누는 대화의 조각을 맞춰 가다보면 조심스럽게 커다란 그림이 완성된다.

동료 의사 로렌스의 행방을 찾기 위해 그가 마지막으로 만난 환자 마이클을 만난 그린버그 박사는 알 수 없는 코끼리 이야기와 오페라를 주제를 들어준다. 그는 세 가지 조건을 내세워 '진실'을 알려줄 듯 말 듯 애매한 태도를 고수하던 마이클과 위험한 게임을 시작하고야 만다.

마이클이 그린버그 박사에게 내건 세 가지 조건은 모두 동 떨어진 듯 보이지만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힌트다. 마이클이 이야기를 풀어내면 낼 수록 그린버그 박사는 그가 숨겨온 과거의 이야기와 정말로 원했던 것을 무대 위로 풀어낸다.

두 배우가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게임'은 양 끝에서 팽팽한 줄을 잡고 있는 것과 같다. 힌트를 쉽사리 주지 않는 마이클의 장난기 어린 모습과 동료를 찾기 위해 촉박한 시간을 쪼개는 그린버그 박스와의 기싸움은 숨 막히는 긴장감을 선사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작품의 묘미는 코끼리 이야기와 오페라를 주제로 풀어내는 마이클의 내면의 이야기다. 저명한 정신과 의사인 그린버그 박사는 게임이 막바지로 흘러가자 마이클에게 동요된다. 그리고 마침내 진실이 밝혀짐과 동시에 '엘리펀트 송'이 관객에게 말하고 싶었던 '가치'가 뿜어져 나온다.

자비에 돌란이 출연한 동명 영화 '엘리펀트 송'으로 친숙한 작품은 연극이 본래 원작이다. 지난 2004년 캐나다 스트랫퍼드 축제에서 개막한 이후 캐나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세계 전역에서 사랑받고 있는 작품은 실력파 배우들의 총집합으로 주목을 받았다. 마이클과 그린버그 박사의 사연이 조금 더 더해진 영화와는 달리 연극은 알짜배기를 전한다.


연극 '엘리펀트 송' / 사진=나인스토리 제공



사람과 사랑의 가치 본연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마이클을 열연한 이재균은 천진한 소년의 모습으로 무대를 채운다. 장난기가 가득하거나 혹은 자신이 갈망하던 사랑에 대해 강렬한 인상을 전한 그는, 천천히 작품 속에 녹아들며 극의 절정에서 폭발적인 에너지를 드러낸다. 또 그린버그 박사 역의 김영필은 이성적인 연기력으로 극을 이끌어 간다. 세심한 감정을 오롯이 전하는 피터슨 역의 정영주도 섬세한 디테일을 살리며 충분히 매력적이다.

무거운 극 사이에서도 깜찍발랄함을 담당하는 캐릭터도 있다. '엘리펀트 송'의 또 다른 주인공 '안소니'이다. 마이클의 오랜 친구로 극의 대부분을 그의 품에서 함께하는 코끼리 인형 안소니는 보기만 해도 사랑스러운 자태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제작사 측이 일본에서 공수해 온 안소니는 다소 비싼 금액에도 불구하고 100개가 삽시간에 동이 났다.

'엘리펀트 송'이 전하는 팽팽한 긴장감과 마침내 드러나는 결핍, 사랑, 가치 등의 요소들은 충분히 무겁다. 순식간에 마이클을 향해 공감대를 형성하게 만드는 것 또한 극과 배우들의 훌륭한 역량이다. 이와 더불어 마이클이 누워있던 쇼파 위 덩그러니 남은 엔소닉을 바라보며 공연장을 떠나는 관객들은 많은 생각에 사로잡힐 것이다. '안소니를 품에 안고 싶으니 다시 한 번 판매하면 안될까요'라는 마음은 덤이다.

작품은 박은석, 정원영, 이재균, 김영필, 정원조, 정영주, 고수희가 출연한다. 오는 2016년 1월31일까지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공연.


박보라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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