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송효경 칼럼] 필자는 패배뿐이었던 지난날의 전적이 부끄럽거나 창피하지 않다. 자신을 비난할 일도 아니며, 패배를 통해 깨닫고 배운 과정 때문에 ROAD FC 선수가 되었다. 필자의 간절함과 열정을 증명할 날은 꼭 올 거라는 희망으로 성실히 준비 중이기 때문에 곧 다시 무대에 오를 것이다.
2014년 1월 26일 Rebels 23 대회. 필자는 이츠카 선수에게 판정패를 당했다. 시합 후 이츠카의 얼굴은 필자의 주먹 펀치로 훈장의 자국이 가득했다. 그러나 필자가 처음으로 다운을 경험했고 교묘하게 반복 플레이어로 그 부분만 동영상 편집이 되어서 많이 속상했던 기억이 있다.
어찌됐건 필자는 패배자이었다. 이츠카의 몸은 예쁘고 탄탄했다. 반면 필자는 체중을 맞추느라 급하게 감량을 한 탓으로 살은 출렁였다. 도저히 운동선수의 몸이 아니었다. 자존심이 상했다. 하지만 '운동을 게을리하고 있구나'라는 반성과 함께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투지가 생겼다.
필자는 격투기 선수의 육체는 충분히 정성 들이고, 노력 여부에 따라 만들어진다고 믿는다. 몸을 지배하는 것은 정신이다. 자신이 얼마만큼 노력했는가, 게으름 피웠는가에 따라 몸은 그동안의 습관의 흔적으로 결과를 드러낸다.
용기와 근성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무모할 뿐이다. 조금 느리게 가더라도 요령 부리지 않고 자기계발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 사람에게 그 용기와 근성은 새로운 문제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공식이다. 기회는 분명히 찾아온다.
필자의 과거 경험을 전제한 이유는 지난 15일에 열렸던 UFC193의 경우를 예로 들기 위해서이다. 승승장구하던 격투 여왕 론다 로우지의 7차 방어전 경기를 보면서 느낀 점을 이야기하고 싶기 때문이다.
정답일 수는 없지만, 몸이 보여주는 것이 결과의 반을 말해주는 것이라 생각했고, 선수의 인성과 코치의 역할 등 현역 선수로써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경기였기 때문이다.
UFC 밴텀급 새 챔피언 홀리 홈 / 사진=홀리 홈 페이스북 캡처
로우지 VS 홈 그녀들은 어떤 선수일까?
여성부 MMA를 환호하게 만든 주인공 론다 로우지는 유도선수 출신이다. 2007년 세계선수권 은메달,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동메달을 거머쥔 올림픽 메달리스트이다.
로우지의 어머니 앤 마리아는 미국인 최초의 세계선수권 금메달리스트이다. 굉장한 유도가 집안에 좋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건 분명한 듯하다. 카리스마가 넘치고 늘 압도적으로 경기를 주도하는 경기력이 로우지의 매력이다.
필자는 정보가 어두운 탓인지, 로우지에 비해 홀리 홈 선수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여성 복싱 세계 챔피언 출신이란 것만 알았는데, 경기를 앞두고 그가 복싱 3체급 석권, 18차 방어 성공, 38전 33승 3무 2패의 전적을 보유한 장신의 사우스포라는 시실을 알고 놀랐다. 그는 엄청난 선수였다.
격투기에서 두 선수는 패배가 없었다. 따라서 이날 경기는 한 선수에게는 자신의 커리어에 첫 패배를 기록할 시합이었다. 당시 Google에서 론다 로우지가 '파리 테러'와 동일한 1000만건의 검색수를 기록했다고 하니 얼마나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는지, 그녀의 흥행 파워는 대단한 관심이었다.
시합 전부터 대항자가 없는 어둡고 강한 다스베이더 같은 로우지와 엄청난 언더독에 '목사의 딸'이란 닉네임으로 불리는 홈의 시합은 선과 악의 대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약한 자가 악한 강자를 이기는 드라마를 기대해서 더욱 흥미 있고 긴장됐는지 모른다.
경기가 시작됐다. 로우지는 이전 방어 시합 때의 몸이 아니었다. 준비가 부족한 듯 보였다. 반면 홈은 탄탄한 운동선수의 몸으로 철저히 자기관리를 하며 대회를 준비한 선수라는 생각으로 시청을 하게 됐다.
론다 로우지는 변함없이 늘 하던 복싱과 유도식 테이크다운을 시도하기 위해 저돌적으로 밀고 들어갔다. 홈은 빠지면서 카운터 펀치를 냈다. 클린치 상황이 되었지만 홈이 방어를 잘했다. '홈이 론다 로우지에 대한 준비를 많이 했구나. 참 영리하게 잘 싸운다'라고 생각했다.
2라운드가 시작됐고 흥분한 로우지는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갔다. 그러나 이미 첫 라운드에서 통하지 않았고, 체력적으로도 힘들어 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홈의 왼발 하이킥이 로우지의 3년 무패 행진의 통치를 끝내버렸다. 이제껏 그래왔듯 이길 거라 생각했지만, 완벽하게 졌다.
만약 1라운드가 끝나고 에드먼드 타바티안 코치가 로우지에게 "정말 잘하고 있다"는 말 대신 솔직하게 "이번 라운드 졌다. 다음 라운드는 같은 방법 말고, 다른 플랜으로 대처하라"라고 제시해 주었다면 경기의 흐름은 또 달라졌을까? 어쩌면 홈을 너무 쉽게 생각하여 여러 플랜을 준비하지 못하고 기존 방법을 고수했는지도 모르겠다.
경기를 마치고 하이킥에 이은 파운딩에 실신한 로우지를 걱정하는 홈의 모습이 나왔다. 이건 론다와 사뭇 대조되는 모습이다.
론다 로우지는 시합 전 글러브 터치나 시합 후 악수를 거절하는 등의 아쉬운 모습을 보여왔다. 자신의 실력으로 증명하며, 그런 행동을 해왔던 것이니 뭐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론다 로우지의 스타일이 터프하다 보니 더욱 인기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영원한 최강자는 없기에, 자만이 부른 첫 패배라 생각한다. 준비가 잘 된 도전자가 늘 똑같은 스타일의 론다 로우지를 이겼을 뿐이다.
남자 경기와 비교하면 여성 MMA는 모든 부분에 능한 올라운더 파이터보다는 한쪽에 치우친 선수들이 더 많다. 로우지도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엄청난 신체 능력과 힘으로 상대를 압도하며 MMA 경력에 비해 빠르게 챔피언이 됐다. 이제는 패배를 극복하고 초심으로 돌아가 잘 준비하여 재대결을 펼치길 바란다.
송효경 선수가 격투기 경기에서 상대 선수를 제압하고 있다. / 사진=송효경 페이스북
홈은 겸손하게 훈련에 임해 새로운 챔피언이 되었다. 코치에게 밸트를 주고 싶었다는 첫 영상의 말을 지킬 수 있게 됐다. 복싱, 킥복싱을 두루 섭렵하고 준비에 많은 시간을 쏟았다. 그 결과 MMA로 넘어와 10승 무패라는 훌륭한 커리어를 쌓았다.
그는 복싱 챔피언과 UFC 챔피언을 모두 이룬 최초의 파이터이다. 그녀의 업적은 그야말로 전대미문이다. 역시 준비된 자만이 세계 타이틀을 차지한다는 평범한 지리를 또 한 번 확인한 경기였다.
스포츠투데이 송효경 칼럼니스트
ROAD FC 소속 이종격투기 선수, 2012년 전국 YMCA 보디빌딩 1위 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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