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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퍼즐] 이제는 말할 수 있다…송효경의 '그때 그 사건'
작성 : 2015년 11월 17일(화) 17:27

송효경 / 사진=스포츠투데이 DB

[스포츠투데이 송효경 칼럼]포털 사이트에 '송효경'을 검색해보면 연관 검색어에 '송효경 브라자(브래지어)'가 있다. 오늘은 '송효경 브라자' 사건에 대해 애기해 볼까한다.

MMA 스포츠는 익스트림하고 다이내믹한 운동이다. 스탠딩에서 손, 발로 타격하는 것뿐만 아니라 상대를 넘어트리는 기술, 넘어진 상대를 공격하는 파운딩, 조르기, 꺾기 등의 다채로운 움직임으로 승패를 결정짓다보니 변수가 많고 의외성도 많다. 그만큼 케이지 안에서 무슨 일이 생기고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


지난 2014년 11월 9일 열린 'ROAD FC 019' 대회에서 나는 일본의 에미 토미마츠 선수와 경기를 펼쳤다. 명경기로 기억됐다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국내 종합격투기 여자 경기에서 어느 누구도 예상 못한 상황으로 평생 회자될 사건을 만들었다.

송효경이 지난 2014년 11월 9일 열린 'ROAD FC 019' 대회에서 일본의 에미 토미마츠를 상대하고 있다. / 사진=스포츠투데이 DB


그라운드 후반 태클을 시도하며 몸을 바짝 밀어붙인 토미마츠 선수와 클린치 상태가 됐고 나는 케이지에 기대어 서로 몸 겨루기를 하는 상황이었다. 토미마츠 선수의 어깨가 가슴 밑에서 위로 압박하며 밀어 올리는데, 경기복 상의 탑이 밀려 올라가는 느낌이 들었다. 가슴이 노출될 것 같이 탑이 위로 말리는 느낌이 지속되었고 빠져나가려 수비자세로 낮추며 탑이 올라가지 않게 방어하고자 애썼다. 하지만 상대의 머리로 상의 탑이 걷어 올라가는 상황은 점점 나를 당황시켰고 급기야 빌빌 꼬아 묶은 똥머리(동그랗게 묶어 올린 스타일)까지 케이지 사이로 끼면서 파이터로서의 신분을 잊어버린 듯 했다.

경기 중 다급한 상황이었기에 본능적으로 '브라', '브래지어'가 아닌 "브라자! 브라자!"라고 심판에게 외쳤다.

시합은 2-1 판정패. 진 것도 속상했지만, 선수로서 의상을 잘 체크하지 못하고, 시합 중 그런 상황을 만든 것이 더 창피하고 속상했다.

송효경이 지난 2014년 11월 9일 열린 'ROAD FC 019' 대회에서 일본의 에미 토미마츠를 상대하고 있다. / 사진=스포츠투데이 DB


나는 운동경력에 비해 시합을 많이 한 선수이다. 격투기를 배운지 얼마 되지 않아 운이 좋게 일본무대에서 경기를 치렀는데, 그때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면서 등장을 해서 '블링블링'이라는 닉네임도 생겼다.

일본의 랭킹 1, 2, 3위 일본의 인지도 있는 선수들의 떡밥매치(쉬운 상대)로 나를 불렀다는 것을 알았지만, 승패를 떠나 배운다는 생각으로 시합을 뛰었다. 내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평가의 시간이기도 했다. 내가 한 번도 이길 수 없는 강한 상대들이었지만 큰 경험이었고, 큰 배움이 있었고, 지금도 많이 부족하지만, 송효경이 된 성장 과정이기도 하다.

일본에서는 복싱 경기장처럼 사각 링에서 격투기 경기를 하기 때문에 태클, 클린치 상황이 되어도 압박되는 상황이 짧아 느끼지 못했는데, 케이지에서의 경기가 얼마나 어렵고 리얼한지 이번 일을 겪고 느낀 바가 많다.

송효경이 지난 2014년 11월 9일 열린 'ROAD FC 019' 대회에서 일본의 에미 토미마츠를 상대하고 있다. / 사진=스포츠투데이 DB


시합복은 이것저것 다 입어봤지만 내가 시합을 하면서 가장 편한 옷이 탑과 팬츠였기 때문에 나는 앞으로도 이 의상으로 경기를 할 생각이다. 항상 직접 의상을 구매하다가 ROAD FC를 통해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한 업체의 후원을 받게 됐다. 업체가 보내준 탑을 입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한 사이즈가 작은 느낌이었기 때문에 불편하기는 했지만 시합에 문제가 될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다음에는 미리 입고 운동도 해보고, 시합준비를 철저히 해서 이런 부끄러운 일은 만들고 싶지 않다.

격투기 선수이지만 여자이다 보니 좀 더 예뻐 보이고, 좋은 모습으로 무대에 서고 싶은 욕심이 있다. 또한 부주의로 작은 시합복을 입다 보니 생긴 해프닝이긴 하지만, 선수로서 신분을 잊은 여자로서의 외침을 많이 반성하고 있다.

차라리 가슴노출이 될 만큼 올라갔더라도 시합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여드렸다면 더 좋은 선수가 됐을까? 열광하는 열성팬도 많아졌을 것이고, 유투브(Youtube)에 싸이(PSY) 만큼은 아니지만 유투브 스타가 됐을 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격투기 운동은 여성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보여주는 스포츠라 생각한다. 내가 격투기를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합 전 계체 날에는 체중감량을 해서 힘든 만큼 격투기 운동으로 만든 여성으로서 아름다운 몸을 뽐낼 수 있기에 그동안의 고난이 즐겁기만 하고, 경기 날에는 여성의 강인함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매력을 느낀다. 하지만 다음부터는 케이지 위에서 격투가 '크레이지' 송효경의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스포츠투데이 송효경 칼럼니스트
ROAD FC 소속 이종격투기 선수, 2012년 전국 YMCA 보디빌딩 1위 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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