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풍월주' 사담 역 김성철 / 사진=CJ E&M 제공
[스포츠투데이 박보라 기자] 바람과 달의 주인이 다시 돌아왔다. 대학로를 달아오르게 만들었던 뮤지컬 '풍월주'는 디테일을 높인 무대와 새로운 배우들의 합류 소식으로 뮤지컬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고 지난 9월 개막했다.
리딩 공연부터 초연 그리고 재연까지 대학로에서 '핫'한 작품으로 꼽히는 '풍월주'에 데뷔 후 불과 1년만에 당당하게 합류한 배우가 있다. 바로 사담 역으로 열연 중인 김성철이다. 배우 이율과 처음 무대에서 호흡을 맞춘 날, 공연이 끝마치고 메이크업을 지운 채로 벅찬 감정을 드러낸 김성철을 만났다. (
해당 인터뷰에는 '풍월주'의 스포일러가 포함됐다)
"데뷔한 지 1년이 채 안됐어요. 예전에 '풍월주' 캐스팅 이야기가 나왔을 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생각 밖에는 안 들었어요(웃음) 다른 것보다 무대에 설 수 있어서 행복해요"
고대 신라시대 남자기생 풍월이라는 참신하고 독특한 소재를 바탕으로 풍월인 열과 사담 그리고 진성여왕의 얽히고 설킨 운명을 다룬 '풍월주'는 지난 2011년 CJ크리에이티브마인즈에 선정, 리딩 공연부터 초연, 재연까지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특히 이번 세 번째 시즌에서는 초연에서 열연한 성두섭, 이율 그리고 새롭게 합류한 김대현, 김지휘, 정연, 이지숙 등 쟁쟁한 배우들이 열연한다. 조금씩 변한 작품에 낯설음이 느껴질 만도 하지만 김성철은 "(초연에 참여했던) 형들도 다 처음이라고 생각하더라"라면서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내뿜는 배우들의 끈끈함을 드러냈다.
김성철은 상대방 열 역의 이율과 무대에서 자연스러운 호흡을 보여줬다. 작품 초반 사담과 열의 관계를 드러내는 장면에서 장난스러운 두 사람의 모습은 객석에 흐뭇한 미소를 전한다. 김성철은 "연습 때도 (무대에서와 마찬가지로) 그랬다. 장난이라는 게 사실 친한 친구들과는 정말 많이 치지 않냐. 율이 형은 다들 그러더라"라면서 "형도 저를 편하게 생각해줘서 그런 것 같다. 무엇보다 (연기적인 디테일과 편안함을) 더 주려고 한다"라면서 환상의 호흡을 언급했다.

뮤지컬 '풍월주' 사담 역 김성철 / 사진=CJ E&M 제공
뮤지컬 '풍월주' 사담 역 김성철 / 사진=CJ E&M 제공
'풍월주'는 어린 시절 살아남기 위해 기생이 되기로 선택한 열이 진성여왕의 사랑을 받게 되면서 사담과 이별하는 이야기를 풀어냈다. 열과 사담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고 두 사람의 모호한 관계에 다양한 해석이 나타나는 것도 사실.
"제가 해석한 것은 '열이 없으면 내(사담)가 없다'라고 생각해요. '열과 사담이 사랑한다, 서로를 아낀다'는 것보다는 '사담이 있어야 열이 있고, 열이 있어야 사담이 있다' 그 마음이죠. 그래서 모호해 보일 수도 있는데 저는 (사담이 열을) '사랑'하는 것으로 많이 갔어요"
사담이 열을 생각하는 마음은 무대에서도 잘 드러난다. 특히 열과 나눈 사담의 애틋한 눈빛은 객석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김성철은 "열마다 다 다르지만 율이 형 같은 경우엔 조금씩 마음이 드러나는 부분이 꽤 있다"라면서 "보시면 '아, 열이 사담을 생각하는 구나' 그런 부분이 있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기방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담이 술에 취한 손님들에게 곤경에 처할 때 거칠게 나서서 사담을 지켜준 열의 모습에서는 그를 향한 애정이 깃들어난다. 이에 비해 사담은 혹여 열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조금은 소극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혹시 김성철의 사담은 열을 향한 마음이 어쩔 수 없이(?) 티 나는 속내와 이를 숨기려고 노력하기 위해 툴툴거리는 '츤데레' 아닐까. 김성철은 "형들에 따라 다르다. 이게 모르겠다"라면서 "대현이 형(열 역)과의 첫 공에서는 제가 정말 좋아하더라. 그거는 어쩔 수 없다. 캐릭터가 같아도 말투도 다르고 오는 게 다르다. 그에 따라 극 속에서 발전하는 과정이 그렇게 가더라"라면서 상대방에 따라 미묘하게 변화는 페어에 관람 욕구를 자극시켰다.
작품이 클라이막스로 올라갈 때 사담은 열을 위해 진성 여왕 앞에서 기꺼이 죽음을 맹세한다. 궁으로 열을 불러드리려는 진성 여왕은 사담을 죽이려 하지만 사담은 열을 위해 직접 죽음을 선택하며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사담의 입장에서 진성 여왕을 바라보는 마음이 복잡할 수 밖에 없었을 것.
"맨 처음 연습할 때는 서로 질투하는 것이었지만 사담(이 진성을 생각하는)의 깊이가 너무 낮았어요. 제가 생각하는 것은 '열이 행복하다면, 열이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라면' 이거였죠. 진성 여왕이 사담을 죽이려고 하지 않았다면 열을 설득시켰을 거에요. '열아, 너 궁에 가라. 이건 네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야. 그러니까 명령에 따라서 가. 나는 여기서 알아서 살게. 난 그냥 기다리고 있을게' 이렇게 말이죠. 사담에게 진성 여왕은 질투라기 보다는 장애물 같아요. 사담과 열의 삶에 돌이 낀거죠. 그런데 그 돌이 안 빠지고, 돌 빼려다 죽는 거죠"
뮤지컬 '풍월주' / 사진=CJ E&M 제공
"진성 여왕이 사담에게 '네가 죽으면 열이 천하를 날 수 있다. 왕이 될 수 있다'라고 해요. 사담은 '아니다. 내가 열을 설득시킬 수 있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진성 여왕이 사담을 죽이려고 했기 때문에 죽은 것이죠. 도망치지 않은 것도 '앞산도 못 넘고 붙잡혀서 죽을 건데'라는 말처럼 희망은 있지만 타협을 하는 거에요. 사실 처음부터 사담은 계속 기방을 떠나고 벗어나고 싶어하죠. 그것이 사담의 목표였어요. '열이와 함께 여길 나가서 사는 것' 그래서 중간에 술을 먹고 '술 취한 꿈'을 불렀죠. 제가 생각하기엔 이런 것들이 사담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 같아요. 외유내강, '내가 죽을테니 너는 살아라'"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담에 대해 "엄청 억울하다"라고 헛헛한 웃음을 지은 김성철은 마지막 엔딩신에 대해 눈빛을 빛낸다. 진성 여왕이 열을 향해 했던 말을, 사담은 사후 세계에서 만난 열에게 그제야 내뱉는다. 김성철은 "진성 여왕이 있기 때문에 내가 미처 하지 못했던 것들을 자유롭게 해도 되지 않나. 너와 나는 단 둘이라는 것, 그런 것이 드러나는 것 같다"라고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풀어냈다.
애드리브가 거의 없는 작품의 특성 상 김성철을 '풍월주'에서 가장 즐거웠던 장면으로 "꿀물신은 너무 재미있었고 사담과 열이 끝나기 바로 직전 신도 이것저것 시도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아 재미있었다"고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네가 아니면 내가 아니면' 넘버가 가장 힘들었어요. 제가 눈이 째졌는데 그 신에서 저는 슬픔과 울분에 차 있는데 자꾸 반항하는 것 같다고 하시던데요?(웃음) 주위에서 '네가 칼 들고 진성 여왕을 죽일 것 같다'고. 생긴 것 때문에 어쩔 수 없었지만 그런 부분이 힘들었어요"
뮤지컬 '풍월주' 사담 역 김성철 / 사진=CJ E&M 제공
뮤지컬 '풍월주' 사담 역 김성철 / 사진=CJ E&M 제공
김성철은 연기를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진정성"을 꼽았다. 그는 "스킬적인 것이 없어서 마음으로 많이 무조건 믿고 간다"라고 진지한 마음을 드러냈다. "자신을 믿고 상대 배우를 믿는다"는 김성철은 벌써 뮤지컬 '베르테르'를 차기작으로 정했다. '풍월주'의 공연과 '베르테르'의 연습을 동시에 진행함에도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하는 김성철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김성철이 출연하는 '풍월주'는 오는 11월22일까지 대학로 쁘띠첼씨어터에서 공연한다.
박보라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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