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박수교 칼럼] 한국농구를 대표하는 선수라는 자부심, 팬들의 격려와 기대로 고취된 사기, 다양한 훈련과 적극적인 지원으로 향상된 실력.
어려운 농구계를 살려야 한다는 부담감, 부실한 지원과 짧은 훈련으로 인한 경기력 미비, 어수선한 대표팀 분위기로 인한 사기저하.
농구계 모든 사람들이 합심해서 만들어야 하는 대표팀이 당연히 전자의 분위기로 대회를 치러야 하는데, 들리는 소식에는 안쓰럽게도 후자에 가까워 보인다. 헌신이라는 멍에를 짊어지기를 강요받고 대표선수들이 결전지인 중국으로 떠났다.
그래도 그들은 한국프로와 아마추어 농구계에서 이름을 날리는 선수들이니 아시아권에서는 어느 정도 성적을 내야하는 거 아니야 라고 안일하게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객관적인 지표는 어림없는 소리라고 알려주고 있다.
국제농구연맹(FIBA)에서 한국의 파워랭킹이 9위라고 발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국제대회의 부진과 주요선수들의 부상소식에 기인한 결과라고 이유를 밝혔는데, 익숙하지 않은 숫자다. 랭킹은 랭킹일 뿐이라고 위안 삼기에는 우울한 기사다.
스포츠도박 파문 때문에 주축 가드인 김선형이 대표팀에서 제외됐고(왼쪽), 귀화혼혈 선수 문태영(가운데)과 고려대 이종현(오른쪽)이 대표팀에 합류했다./사진=스포츠투데이 DB
대표팀은 어느 대회라고 말할 것 없이 늘 많은 논란이 있어 왔다. 그 많았던 논란이라는 것은 결국 원칙의 부재에서 왔다. 감독선임, 대학선수의 소집에서의 예외규정, 귀화선수 문제.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처리되지 못했다. 임기응변에서 미봉으로, 땜질로 또는 그도 저도 아니면 또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김동광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지난 23일 중국 후난성 창사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 첫날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요르단을 87-60으로 제압했다. 대표팀은 24일 이번 대회의 우승후보인 중국과의 2차전을 벌인다. /사진=아시아경제 DB
3개월짜리 단기알바로 선임된 김동광 감독과 선수들의 선전을 바란다. 꼭 선전해주길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당신들의 헌신은 희생의 대속으로 변질되어 여러분을 삼킬 수도 있다. 늘 그래왔다, 국가대표팀을 위해 헌신해왔던 선수단은 결과에 따라 커다란 박수를 받아왔고 아니면 혹독한 비판을 감내해야했다.
추석명절을 반납한 선수단은 미비하고 허술한 지원만을 받은 채, 많은 짐을 끌고 중국으로 떠났다. 공부하는 수험생에게 여러 가지 지원은 못해줬지만 그래도 기본 실력은 있고, 그리고 시험과목도 어느 정도 풀어낼 가능성이 있으니 웬만큼 잘해낼 거야라고 말하고 학교 대문에 덕지덕지 엿을 붙여놓은 모양새다. 그런 부모다, 이렇게 치열한 국제경기에서 참으로 느긋한 모습이다.
2014년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대표팀이 결승전에서 승리를 확정짓고 환호하고 있다. 20년 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을 노리는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길 기대한다. /사진=아시아경제DB
위기에 다다르면 언제나 구조적 모순이나 위기를 만들어낸 원인이 훤히 드러나기 마련이다. 벌써 떠난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는 것과는 별개로 모순과 문제의 원인에 대한 확실한 해결방안에 대한 논의와 방법론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으니 찬찬히, 그러나 확실히 만들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아니 진즉에 필요했다. 시작된 프로리그에 신경 쓰기에도 바쁘신가? 그런가? 그럼 또 그렇게 어물쩍 넘어가면 된다. 늘 그래왔듯이, 팬들은 또 체념하면 되니까.
스포츠투데이 박수교 스포츠해설가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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