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수진 기자] 작은 체구에 빨려 들어 갈 것만 같은 초롱초롱한 그 눈망울을 보고 있으면 남자들뿐만 아니라 여자들의 보호본능까지 일으키는 매력이 있는 게 분명하다. 봉만대 감독 신작 '덫 : 치명적인 유혹'(이하 '덫')의 여 주인공인 한제인. 아직 20대 초반 여대생 같은 풋풋함이 남아있는 그의 작은 입에서 "올해 27살 됐다"라는 말이 나왔을 때 '동안'이란 단어가 썩 어울린다는 느낌이다.
한제인은 에로스릴러 '덫'에서 10대 소녀 역할로 농도 짙은 베드신을 소화했다. "이렇게 큰 영화의 주인공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라고 출연 소감을 밝힌 그는 '덫'이 본인의 첫 주연작이라서 그런지 어느 때보다 더 애착이 간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아주 생짜 신인은 아니다. 영화 ‘불량남녀’, ‘내가 살인범이다’, tvN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6’ 그리고 ‘덫’에서 까지 여고생 역할을 주로 맡으며 '여고생 전문 배우'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작은 체구와 동안 외모 때문에 한 가지 이미지로 굳어지는 것에 대해 한편으로는 다행스러우면서도 염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맡았던 역할들이 대부분 여학생 캐릭터였다. 물론 어려보이는 이미지가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양한 역할을 맡고 싶은 건 사실이다. 이번 영화에서는 10대 소녀 역할이기는 하지만 마냥 어리기만 한 역할은 아니라는 것을 관객들이 알아줬으면 한다“
한제인은 2009년 데뷔작인 단편영화 ‘그 후’에서 '은수' 역을 맡은 이후 주로 어두운 역할만 연기해왔다. 그래서인지 '그 후'부터는 기존 이미지에 변화를 주고 싶은 의욕이 컸다.
“그동안 어두운 역할만 맡아왔다. 이제는 밝고 엉뚱하면서 코믹한 역할을 맡고 싶다. 최대한 연기 폭을 넓게 가려 한다. ‘클로저’에서 나탈리 포트만이 맡았던 ‘제인’ 같은 역할을 맡아보고 싶다. 심지어 내 이름과 같다. 그런 역할을 맡으면 잘할 것 같다. 또 ‘허브’의 강혜정 선배가 맡았던 역할도 탐이 난다”
한제인이 인터뷰 중 처음 웃음을 보인 건 봉만대 감독의 이야기가 나왔을 때였다. 봉 감독은 과거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2003), '아티스트 봉만대'(2013) 등 걸작(?)들을 배설한 19금 영화계의 주목받는 유명 감독. 방송 출연을 통해 지명도를 높여가는 대중성도 지닌 연출자이다.
"봉만대 감독은 재미있고 유쾌하다. 심각한 상황에서도 특유의 유머감각으로 늘 촬영장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든다. 물론 엄하게 가르쳐 줄 때도 있다. 또 굉장히 예리하다. 극중 '유미'의 메이크업까지 세세하게 신경 쓰더라. 자신만의 영화 철학이 뚜렷하고, 또 사람을 꿰뚫어 보는 능력이 있다"
‘덫’에서 한제인이 맡았던 여고생 유미는 산골 민박집에 사는 순수 소녀의 탈을 쓴 광기 가득한 캐릭터. 극이 절정으로 향할수록 점점 광적으로 변하는 '유미'의 모습을 "완벽하게 소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유미와 정반대의 성격이다. 남자와 눈도 못 마주칠 정도로 내성적이다. 학창시절을 떠올려 봐도 조용하고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저 연기를 하고 싶어 안양예술고등학교에 입학을 했는데 잘 알다시피 예쁘고 끼 있는 애들이 얼마나 많냐. 한동안 기도 못 펴고 조용히 학교생활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까지 진학했다. 하지만 대학시절 내내 청소만 했다. 아침 8시에 나와 8개월을 그렇게 생활했었는데 다른 잘 되는 동기나 선배들을 보면서 항상 부러웠다"
2009년 단역으로 데뷔한 만큼 한제인은 오랜 무명 생활의 고달픔도 아는 배우였다. 하지만 그는 그런 고달픔을 즐거움으로 승화시키는 긍정적인 성격을 드러내기도 했다.
“데뷔할 때만 해도 소속사가 없었다. 그래서 커다란 가방에 의상을 넣어 혼자 가지고 다녔다. 물론 내 스스로 헤어와 메이크업까지도 했다. 당시 의상을 구하려 동대문에 자주 들렀는데 새벽에도 연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그때를 생각하면 그런 경험들이 다 소중한 추억이지 싶다. 그때가 있었기에 지금같이 '덫'이란 영화를 통해 이런 인터뷰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감사하다"
배우 한제인. 참 마음 고생 많았을 텐데, 어느 한구석 그늘은 보이지 않는다. 삶을 긍정적으로 살고 있거나, 적어도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지 않은 결과로 보인다. 6년이란 긴 시간, 발목 잡혀 지냈을 그 갈등의 공백을 잘 극복해낸 한제인. 이 늦깎이 신인배우의 대중을 향한 ‘치명적인 유혹’을 기대해본다.
김수진 기자 ent@stoo.com
사진=이영훈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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