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박보라 기자]한껏 웃음을 지어내더니 막판엔 왈칵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오랫동안 꾸준히 사랑을 받아온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가 그 주인공이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 '그날들' '오! 당신이 잠든 사이'의 장유정 연출과 뮤지컬 '그날들' '리걸리 블론드' '라카지'의 장소영 음악감독의 협심은 유쾌한 한 판과 뭉클한 감동을 전한다. 실제 종갓집 며느리인 장유정 연출의 사적인 경험담을 토대로 만들어진 작품은 사소한 디테일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경상북도 안동의 한 종갓집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형제는 용감했다'는 우리나라만의 정서를 한껏 풍긴다. 작품 곳곳에 숨겨져 있는 우리 고유의 장례 문화나 민간신앙들은 '형제는 용감했다'가 보여주고자 하는 의미들과 찰떡 같이 맞물리고 만다. 어른들에게는 잊혀졌던 과거와 전통의 회상을, 젊은이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선조들의 정신을 전한다.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 공연 사진 / 사진=랑, PMC프로덕션 제공
'형제는 용감했다'는 아버지 이춘배의 부고 소식을 듣고 3년 만에 만난 두 형제 석봉과 주봉이 안동 종갓집으로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이들은 아버지가 집안 어느 곳에 숨겨놓았다는 1등 당첨 로또를 찾기 위해 그리고 축시가 되면 나타나는 묘령의 여인 오로라를 차지 하기 위해 전쟁을 벌이고 만다.
작품은 국악, 팝, 랩, 발라드, 라틴을 넘나드는 다양한 장르의 넘버와 보기만 해도 흥에 겨운 무대는 보는 재미를 배가 시킨다. 한복을 입고 수준 높은 댄스 실력을 뽐내는 무대에는 박수와 탄성이 절로 나온다. 특히 한국적이며 중독성 강한 가삿말은 극장을 밖에서도 귓가에서 떠나지 않는다. '썩썩썩 썩을놈 석봉이, 죽죽죽 죽일놈 주봉이' 등으로 한국어의 오묘하고 아름다운 멜로디를 살린 것도 매력이다.
아버지 이춘배가 석봉, 주봉에게 물려주고 싶었던 단 한 가지 주제를 위해 따라가는 과정은 웃음과 눈물 그리고 감동이 존재한다. 군더더기 없는 장면은 흥에 겨운 넘버들과 배우들이 숨겨놓은 곳곳의 애드리브로 순식간에 마음을 홀려버린다. 다만 지난 시즌과 달리 '객석 난입'을 시도하는 커튼콜은 마지막 재미 요소를 더했지만 어리둥절한 끝맺음을 남겼다.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 석봉 역의 최재웅(왼쪽)과 주봉 역의 정욱진 / 사진=랑, PMC프로덕션 제공
착하고 믿음직스럽지만 손대는 사업마다 말아먹는 형 석봉 역의 최재웅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능청스러운 모습으로 재미를 더 한다. 똑똑하지만 데모로 인해 학교를 나와 백수고시생 신분으로 전락한 동생 주봉 역의 정욱진은 큰 키와 눈을 사로잡는 외모로 여성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두 사람의 콤비는 말할 것도 없이 완벽한 호흡과 강력한 애드리브로 정점을 찍는다.
무엇보다 '형제는 용감했다'의 '눈물샘 포인트'인 아버지 이춘배 역의 박지일은 보수적이고 고지식하지만 죽은 아내와 아들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슴 깊숙이 품고 있는 애처러운 면모를 드러내 관객들의 마음을 흔든다. 신비로운 여인 오로라 역의 최유하는 아쉬운 연기력과 가창력을 아름다운 외모로 상쇄시킨다.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 공연 사진 / 사진=랑, PMC프로덕션 제공
한편 '형제는 용감했다'는 정준하, 윤희석, 최재웅, 김동욱, 정욱진, 보이프렌드 동현, 최유하, 최우리, 박지일, 안세호가 출연한다. 오는 11월8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박보라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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