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박수교 칼럼] 스포츠처럼 결과가 극명하게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분야가 있을까 싶다. 그날의 승자와 그날의 패자가 작은 공간에서 확연하게 비춰진다. 그래서 더욱 더 냉정한 이야기이고, 서글프기도 하고 아쉽기도 한 작은 드라마들이 완성이 된다.
스포츠맨은 이기는 경기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 팬들이 승리를 갈망하므로 그건 거스를 수 없는 태생적 임무이다. 하지만, 팬들은 단지 승리만을 원하지는 않는다. 더 치열하고 더 노력하는 과정에 대해서 팬들은 관대하게 응원을 해주고 감정이입을 하며 열광한다. 적어도 50여 년간 현장에서 본 팬들은 그런 모습을 아낌없이 보여주었고, 똑똑하게 목격하였다.
프로야구에선 한화야구단이 이런 사실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김성근 감독 부임 이후 한 경기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끈질긴 플레이로 팬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리그가 아직 많이 남아있지만 한화는 중간 정도의 성적이고 플레이오프도 장담할 입장이 아니지만 팬들은 열광하고 있고, 구장은 그들의 열기가 가득하다.
월등한 경기력으로 가볍게 상대를 제압하고, 챔피언의 영예를 팬에게 돌린다면 그것이 물론 최상의 결과이지만, 그렇지만 그것만이 팬들을 매료시키는 전부는 아니다. 한화의 야구가 보여주듯이 과정의 치열함과 열정이 팬들을 매료시키는 커다란 부분임을 부정하긴 어렵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우리 국가대표 농구팀은 2002년 이후 오랜만에 아시아 제패를 이루어 냈다. 힘든 상황에서 열심히 노력해서 얻은 값진 결과이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이력을 따지다 보니 올스타전에서 이벤트경기도 하고 과거 뉴델리아시안게임도 재조명받는 순간들도 있었다. 오랜만에 이슈가 되다보니 오늘의 일처럼 그때의 기억들이 선명하다.
무태추라는 선수가 있었다. 키가 238cm라고 알려졌는데(하승진의 키가 221cm이다) 실제로 마주치면 그냥 벽이다. 직접 게임에서 부딪치면 역시 그냥 벽이었다. 1982년 대회에서 한국은 우승팀이었지만 그전 대회, 그 이후의 대회에서 무태추가 버티는 중국(당시엔 중공팀이라 불렸다)팀은 도저히 이길 수 없었다. 역시 커다란 장벽이었다.
하지만 우리 대표팀은 이기고 싶었다. 그 벽을 넘어서야 한국팀은 중국팀을 이길 수 있었다. 두 명이 맞서고 부족하면 세 명이 맞서기도 하고, 거친 몸싸움으로 그 벽에 몸을 던졌다. 결과적으론 실패였다. 우린 그 벽 앞에서 이기는 경기를 할 수 없었다. 단지 이기고자 혼신의 힘을 다했을 뿐이다.
그랬었다. 그런 경기였었다. 하지만 올드팬들은 그때의 우리 대표팀을 격려해주었다. 힘든 상대를 넘어서려 애쓰는 대표팀을 응원해 주었다.
리그가 시작된다. 1위에서 10위까지 순위가 매겨질 것이고 챔피언이 결정될 것이다. 이기는 경기가 많은 팀이 있을 것이고 이기고자 노력하지만 부족함에 고개를 숙이는 팀이 생길 것이다.
순위가 어떻든 결과가 어떻게 나오던, 게임에서 온힘을 다해 벽을 넘어서려 노력해주길 바란다. 이기고자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은 우리 스포츠맨의 태생적 의무이니까.
스포츠투데이 박수교 스포츠해설가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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