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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민 "난 작품 안에 사는 배우"(인터뷰)
작성 : 2014년 03월 14일(금) 10:58
[스포츠투데이 박보라 기자]배우 신성민의 첫 인상은 순한 강아지 같았다. 굵은 선을 가진 얼굴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부드러움이 묻어나왔다. 줄곧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의 순호나 '풍월주'의 사담 그리고 '쓰릴미'의 네이슨까지 유약한 캐릭터를 연기한 탓도 있으리라. 하지만 신성민은 2014년 자신의 첫 역할로 뮤지컬 '글루미데이'의 미스터리한 사내를 선택했다.

1826년 8월4일 천재 극작가 김우진과 조선 최초의 소프라노 윤심덕이 바다에 투신한 실화를 바탕으로 그려진 '글루미데이'는 두 사람 사이에 사내라는 허구의 인물을 추가시켰다. 신성민이 사실과 허구, 경계선 사이에서 가장 큰 키를 쥐고 있는 사내를 연기한다 했을 때 팬들의 놀라움은 컸다.

"사실 대본을 처음보고 하고 싶었던 역할은 김우진이었어요.(웃음) 그 역할이 스토리를 끌고 가면서 마지막 메시지도 던지기 때문에 매력적이었죠. 사실 '글루미데이'를 선택한 건 성종완 연출 때문이었어요. 그리고 사내를 추천해 준 것도 종완이 형이였죠. 형에 대한 믿음으로 시작한 작품인데 추천해 준 역할로 연기했을 뿐이에요."

작품 속에서 사내는 김우진에게 먼저 접근한다. 그리고 그는 사랑에 빠진 김우진과 윤심덕을 조종한다. 실존 인물인 김우진과 윤심덕 사이의 유일한 가상인물 사내는 마치 안개 속에 가려져 있다. 때문에 신성민에게 사내는 어려움을 던져줄 법도 했다.

"생각하기 나름이었어요. 힌트는 대본에 나와있었거든요.(웃음) 김우진이 몇 년도부터 누가 죽었고 누가 이랬고 저랬고 하는 장면이 있어요. 이런 것들을 생각했죠. '저걸 정말 사내가 했을까. 안했을까' 이렇게요. 연습을 하면서 주어진 힌트를 토대로 많은 상황을 만들어갔어요. 그리고 성 연출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죠."

순하고 소심한 역할을 거쳐 온 신성민에게 이미지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쾌활한 웃음을 건네며 '신성민'이 가진 이미지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지금까지 해왔던 역할 때문에 겉으로 보여지는 이미지가 여리고 소심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연기를 하지는 않죠. 단지 그렇게 보여지는 것이에요. 작품 안의 인물로 들어가 상황과 목적에 대한 부분을 생각할 뿐이죠. 전 그냥 작품 안에 사는 거에요. 또 제가 강하게 연기한다고 해서 세보일 것 같지도 않았어요.(웃음) 전에 연기한 '풍월주'의 사담과 '여신님이 보고계셔'의 순호도 마음은 강한 아이지만 약한 척을 했을 뿐이었어요. 사실 마음가짐을 기준으로 본다면 '글루미데이'의 사내가 가장 약한 인물이죠."

의외의 답변을 내놓는 그에게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점을 물었다. 관객의 입장에서 신성민이 선택하는 작품들은 예상 외였고 혹시 그 안에 숨겨진 사연이 있진 않을까하는 단순한 호기심이 있었다.

"사실 작품 자체 그러니까 스토리와 어떤 인물을 연기하게 될지를 중점적으로 봤어요. 하지만 '글루미데이'에서는 작품도 좋았고 인물도 좋았지만 최우선은 아니었어요. 솔직히 고백하자면 성종완 연출이 1순위였어요.(웃음) 이 공연을 하면서 '사람을 믿고 갈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해봤죠."



신성민은 뮤지컬 팬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에 연이어 출연했다. '풍월주'를 시작으로 '여신님이 보고계셔', '쓰릴미' 그리고 지금 참여하고 있는 '글루미데이'까지. 그는 스스로 '신인 배우'라는 표현을 쓰며 신중한 답변을 내뱉었다. 그런 신성민에게 '신인 배우'라고 본인이 지칭할 만큼 연기 활동을 시작한지 오래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좋은 작품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을 건넸다. 그는 눈빛을 반짝거리며 "운이 좋았죠.(웃음) 처음에는 관심을 받고 있는지 아닌지도 몰랐어요. '뮤지컬을 하면 다 이런건가'란 생각이었죠. 사실 배우로서 뛰어나서 이 일을 하고 있는 건 아니에요. 정말 운이 좋았다는 표현밖에는 없어요."라는 답을 내놨다.

'운이 좋았다'고 반색을 하는 신성민에게 어린 나이의 배우들이 쏟아져 나오는 현 상황에서 다소 늦은 데뷔가 불안하지는 않았냐며 넌지시 이야기를 꺼냈다. 질문을 듣자마자 "대학교 4학년 2학기 때 데뷔 했다"며 "남자 나이치고는 절대 늦은 건 아니"라고 손사레를 치는 그에게 그래도 어땠냐며 재차 캐물었다.

"저만의 리듬이 있었어요. 배우도 늦었다는 생각은 안했죠. 나이에 따른 책임감은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이로 인해 제약을 받으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살아갈수록 나이가 중요한 것 같지는 않아요.(웃음) 그 때 데뷔했던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어요. 사실 처음부터 무대라는 장르를 꿈꾸지 않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것이 많았고 힘들었죠. 데뷔하고 정말 고민이 많았어요. 하지만 지금 무대가 없다면 '신성민'도 없을거에요."

처음 데뷔 때는 무대와 공식적인 자리를 어색해 한다는 말도 들었다. 지금까지 그가 열연해온 작품마다 '막내'의 자리를 고수했고 신성민은 착실하게 막내의 역할을 수행했다. 그는 "데뷔 때와 지금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많이 변한 부분이요? 여전히 부족하죠. 항상 마음에 안들어요. 성장은 그런 것들을 채워나가는 과정이죠. 욕심을 내고 있어요."라며 데뷔 초창기와 3년차 뮤지컬 배우 사이의 간극을 설명했다.

뮤지컬 배우가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는 것이 쉬워진 상황에서 그가 처음부터 무대를 꿈꾸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리 놀랍지 않았다. 앞으로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에서 신성민의 연기를 볼 수 있냐고 했을 때 신성민은 한 글자 한 글자 신중하게 "기회가 있다면 하는 것이 맞죠. 하지만 기회가 있다고 해서 지금 믿음을 주고 계시는 분들에게 등을 돌리면서까지 가고 싶지는 않아요."라는 깊은 생각을 드러냈다.



신성민에게 마지막으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무대에 오르냐고 물었다. 방금까지 웃음기를 가득 머금었던 30살의 배우 신성민은 한참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생각을 정리했다. 순간 '이제 막 시작하는 배우'보다는 '앞으로' 오랫동안 연기자의 길을 걷고 싶은 한 청년의 모습이 보였다.

"만약 관객 100명이 오셨을 때 저는 '전부 다 만족시켜드려야지'라는 마음으로 연기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게 불가능하죠. 대신 70~80명의 관객을 만족시켜드려야 한다는 책임감은 있어요. 그것이 도달이 안된다면 제가 못하고 있는 것이죠. 잘한다, 못한다는 부분은 주관적이지만 뮤지컬은 순수 예술이 아니잖아요. 특히 관객들이 금액을 지불하고 공연을 보는 것에 있어서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면 정말 죄송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진지함을 가득 담은 그에게 조금은 잔인한(?)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다. 신성민에게 스스로가 생각하기엔 관객들에게 그 '값'이 잘 지불되고 있냐고 물었다. 그는 되려 편안한 표정으로 "굉장히 어려운 질문인데, 잘 모르겠어요. 제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죠. 그게 불만족으로 나타난다면 죄송스러워요. 정말로,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박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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