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퍼즐] 팬들은 “늘“ 모니터링 하고 있다.
[스포츠투데이 박수교 칼럼] 중요한 대회의 토너먼트 경기. 연장전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승부차기가 진행된다. 이 순간 가장 중요한 포지션은 역시 골키퍼. 골키퍼는 골대의 한쪽을 포기하고 좌측이냐, 우측이냐를 선택하여 몸을 날리는 것이 일반적인 플레이다. 하지만 냉철해야할 순간에 초조해진 골키퍼는 쉽게 행동편향에 빠져 섣부른 판단으로 아쉬운 골을 허용하기 쉬워진다.
수준급의 키커는 골대 가운데로 칩샵을 날린다. 동네 조기축구회의 배나온 골키퍼도 막아 낼 만큼 느리고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공은 골키퍼가 방금 서 있던 그 자리로 골인 되어버린다.
이런 순간에 이성적으로 칩샷을 계산해내기란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키커의 움직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먼저 골대 구석으로 몸을 날려버리는 골키퍼를 수준급의 선수라고는 아무도 판단하지 않을 것 같다. 행동편향에 사로잡힌 골키퍼는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전파를 타고 응원하던 팬들의 멘탈은 스르르 무너져갈 것이다.
KBL을 섣부르게 골대 구석으로 몸을 날려버린 골키퍼로 비유하는 건 너무 잔인한 비판일까? 하지만 승부조작스캔들에 대응하는 KBL의 모습은 행동편향에 빠진 모습이라고 밖에 표현하기 힘들다.
감독등록에 대한 검토를 하겠다고 발표하였으나 규정상의 문제도 있거니와 조사 중인 사건에 대해서 영향을 끼치는 문제까지 포함하여 실질적으로 제대로 된 대응이었다고 볼 수 없고, 긴급하게 꺼내 든 팬 모니터링제도는 많은 언론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해결책이 아닌 것 같다.
너무나도 커다란 스캔들이고, 스캔들의 먹구름이 점점 짙어지며 넓어지는 상황에서 나름 최선의 대응이었다고 항변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점투성이의 대응을 신속하게만 내놓는다고 문제가 정리될 것 같지는 않다.
광주유니버시아드 경기가 얼마 전 폐막하였고(미대표팀 자격으로 참가한 캔자스시티대학만 부각된 농구경기였다) 8월 15일부터는 프로-아마 최강전이 진행 되면서 실질적인 프로농구시즌이 시작될 즈음이지만, 한국 농구는 팬들의 무관심속에 우두커니 서있다.
KBL은 절체절명의 단두대매치에서 골라인에 고독하게 홀로 선 골키퍼의 처지로 보인다. 조급해지면서 이성과 합리성보다는 감정적인 편향에 빠지기 쉬운 상황이다.
당장에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요정은 없다. 조금은 세련된 방법으로 팬들의 도움도 구하고 여러 농구인들과 소통하고(그것이 공청회든 아니면 대토론회든) 작금의 문제에 대한 신속한 분석과 해결방법에 대해서 법적인 자문과 행정적인 절차에 대한 컨설팅이 될 수도 있겠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이 동원되었으면 한다.
승부조작 방지차원으로 진행하겠다는 팬 모니터링 제도가 잘 진행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필자는 여기서 팬의 의견을 듣고자 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팬들은 언제나 한국농구와 함께 했고 함께 해야 하는 중요한 존재이다. 모든 행정을 팬들에게 일일이 물어서 할 수 없을지라도 팬들의 의견을 듣는 것은 언제나 중요한 일이었다. 팬들은 늘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그들의 의견을 세심하게 살피는 일에 지금이라도 노력을 아끼지 말았으면 한다.
막다른 길이란 건 없다. 새로운 길이란 언제나 노력하는 사람에게 열려 있다고 믿기 때문에 전화위복으로 갈 수 있는 갈림길 위에 서있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분명 좋은 길을 만들거나 선택할 수 있다.
블랙삭스스캔들로 미국프로야구가 존폐에 위기에 있었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MLB는 황금알을 낳는 세계적인 스포츠이벤트다.
KBL리그도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고 승승장구할 날이 올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전화위복의 시기라 생각하고 머리를 맞대고 이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길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란다.
스포츠투데이 박수교 스포츠해설가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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