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박보라 기자]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코러스 걸 페기는 다리를 다친 주인공 대신 무대에 올라 단박에 '스타 탄생'을 알린다.
뮤지컬에선 주연들을 대신하는 배우가 존재한다. 흔히 '커버'라고 불린다. 주연이 예기치 못한 사정으로 무대에 서지 못할 때 자리를 채운다.
일반적으로 조연이나 앙상블이 커버를 맡는다. 이들은 커버 역할을 연습할 시간이 따로 없어 '눈치껏' 연습한다.
▷커버에서 웨스트엔드 주연까지, 홍광호
한국에서 커버로 주연의 자리를 꿰찬 배우들 중 가장 대표적인 이는 홍광호다.
2006년 '미스 사이공' 한국 초연 당시 주인공 크리스와 투이의 커버를 맡았다. 공연 중 크리스 역의 마이클 리가 건강상의 이유로 공연을 할 수 없게 되자 그를 대신해 2막에서 크리스를 열연했다. 이후 커버로 몇 번이나 더 무대에 올라 주연 자리를 아예 꿰찼다. 그를 설명할 때 언제나 따라붙는 이야기다.
홍광호는 최근 '미스사이공'의 영국 오리지널 공연에 크리스 역으로 발탁돼, 꿈에 그리던 웨스트엔드에 진출하게 됐다.
▷연출이 직접 발탁한 커버, 김우형
김우형도 빼놓을 수 없다. 2006년 '지킬 앤 하이드'에서 스파이더와 지킬 커버로 캐스팅 됐다.
당시 한국 대표 뮤지컬 배우로 손꼽히는 조승우와 류정한이 지킬로 캐스팅된 상태였다. 그러나 김우형를 지켜보던 데이비드 스완 연출은 그의 가능성을 놓치지 않았다. 서울 공연이 마무리 된 후 지방 공연부터 류정한과 함께 지킬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 한때 커버 전문, 김소향
김소향은 한때 뮤지컬 커버 전문 배우란 별명을 자랑했을(?) 만큼 커버 경력이 많다.
처음 커버로 무대에 오른 작품은 '아이다'였다. 주인공 아이다를 맡은 옥주현이 위경련으로 공연을 할 수 없게 되자 투입됐고, 8개월 동안 11번에 걸쳐 커버로 무대에 올랐다.
이같은 대타 열연으로 '드림걸즈' '웨딩싱어' 등에 캐스팅되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한 뮤지컬 관계자는 "커버를 뽑을 때는 해당 배역에 어울리고 캐릭터 소화가 가능한지 본다"며 "대부분 조연 또는 앙상블을 겸해야 하기 때문에 준비 과정에서 체력적인 어려움을 이겨내야 한다"고 귀띔했다.
박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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