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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민 "'글루미데이'를 선택한 건 연출에 대한 믿음" (인터뷰)
작성 : 2014년 03월 12일(수) 10:58
[스포츠투데이 박보라 기자]1926년 8월4일, 조선의 천재 극작가 김우진과 조선 최초의 소프라노 윤심덕이 부산으로 향하는 관부연락선에서 바다 위로 몸을 던졌다. 여기에 신원 미상의 한 사내가 존재했다는 가정이 더해졌다. 시대를 향해 예술혼을 불태우고자 했던 이들 앞에 나타난 미스터리한 사내는 이 비극적이며 아름다운 이야기의 중심에 서있다.

뮤지컬 '글루미데이'는 사실과 허구를 적절히 배합해 호기심을 자극했다. 독특한 매력으로 대학로를 놀라게 만든 이 작품은 세 주인공 사이에 얽힌 갈등과 미묘한 심리를 가감 없이 보여주며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한다. 여기 '글루미데이'의 유일한 허구적 인물이자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인물, 사내를 열연하고 있는 배우 신성민이 있다.

그동안 신성민은 뮤지컬 '풍월주', '여신님이 보고계셔', '쓰릴미' 등 뮤지컬 팬들의 사랑을 받는 작품에 꾸준히 출연하며 성장해나갔다. 지금껏 출연한 작품 속에서 다소 유약한 모습의 캐릭터를 연기했던 그에게 가장 묻고 싶었던 질문은 바로 '왜' 하필 '글루미데이'와 사내였냐는 것이었다.

"사실 '글루미데이'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성종완 연출때문이었어요. 함께 '환상동화'란 작품을 했었는데 연습과 공연과정에서 배울 수 있는 부분이 많았어요. 당시 형이 '글루미데이'를 쓰고 있다는 사실도 알았고 직접 연출을 한다는 것도 알았죠. 형에게 기회가 된다면 나를 써달라고 말했어요.(웃음) 솔직하게 형이 굉장히 재미있는 것을 할 것 같다는 믿음 때문에 '글루미데이'를 하고 싶었어요. 형이 사내를 먼저 추천해줬고 형의 추천을 믿었어요."



신성민이 열연했던 '여신님의 보고싶어'의 순호, '풍월주'의 사담 그리고 '쓰릴미'의 네이슨은 겉으로 보기에 왜소하고 소극적인 인물이었다. 기존 신성민이 보여준 배역의 이미지에 익숙했던 팬들은 다소 강한 모습의 사내를 선택한 그에게 놀라움을 표했다. 지금까지 보여준 이미지와 다른 변신을 꾀하려고 '글루미데이'의 사내를 맡은 것은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물음에 신성민은 '이제 막 시작하는 배우'라는 표현을 내뱉으며 반색했다.

"캐릭터나 이미지에 대해 변화를 줘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지금도 그 마음은 여전해요. 만약 제가 정말 오랫동안 연기를 했고 지금껏 많이 쌓아온 게 있는 배우라면 그 이미지란 것이 존재해서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을 것 같지만 아직은 아니에요.(웃음) 짧은 경력 속에서 '신성민'이 나타내는 이미지가 생겼다면 바꾸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제가 가진 이미지를 깨면서 다른 걸 해봐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그 이미지를 사내를 통해 보여주고 싶어요."

'글루미데이'의 사내는 김우진과 윤심덕의 투신에 가장 강력한 키를 쥐고 있는 사람이다. 극이 클라이맥스로 치닫을 때쯤이면 두 사람에게 집착하는 광기어린 사내의 모습에 관객들은 팽팽한 긴장감을 느낀다. 신성민만의 사내에 대해 그는 "트리플 캐스팅 된 배우들과는 전혀 같지 않아요. 직접 관객 분들이 공연을 보고 말해줬으면 좋겠어요."라고 전하며 관객들의 평가를 궁금해 했다.

2013년 대학로에서 처음 무대에 오른 '글루미데이'는 염세적인 스토리로 화제를 일으켰다. 특히 중독성 강한 넘버는 창작 뮤지컬 팬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여전히 '글루미데이'의 넘버는 작품의 매력적인 요소로 꼽힌다. 특히 극중 윤심덕의 유작 '사의 찬미'는 작품 곳곳의 넘버에 녹아져 있어 강한 여운을 남긴다. 바이올린과 첼로의 날카로운 선율은 극 중 인물들의 감정을 긴장감 넘치게 표현한다.

"작품 속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이요? 무엇 하나 꼽을 수가 없을 정도로 좋지만, 한 곡을 선택한다면(웃음) 윤심덕의 '난 그런 사랑을 원해'요. 사내를 해보자는 이야기를 듣고 대본을 봤을 때 이 노래가 가장 마음에 와 닿았어요. '나는 찰나에 사는 사람이니까'라는 가사를 듣자마자 '어, 이 여자 봐라?' 이랬죠. 하하"



신성민은 김우진과 윤심덕에게 접근한 사내를 흥미로운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조선 천재 극작가와 첫 만남에서 '네 시를 읽었다. 너는 보통 사람과 다르다'고 내뱉는 사내에겐 사내조차 알 수 없는 또 다른 본심이 있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그는 이렇게 자신만의 사내를 생각하고 만들어냈다. 마지막으로 사내가 아닌 배우 신성민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궁금했다.

"아직 누군가에게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어떤 배우가 되야겠다는 생각을 잘 안해요. 제가 재미있어서 시작했고 아직은 사랑과 관심을 받는 것이 감사할 뿐이죠. 이제 그 관심에 대한 책임감이 생기는 단계에요. 꼭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냐고 물으신다면(웃음) '저 배우가 어떨까' 궁금한 배우, 재미있는 배우. 지금은 그렇게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내내 조심스럽게 답변을 내놓았던 신성민에게 차기작에 대한 힌트를 귀띔해 달라했다. 역시나 그는 "열심히 하다보면 늘 다음 작품은 정해졌어요. 그래서 '글루미데이'를 더 열심히 해야해요.(웃음)"란 정석적인(?) 답을 내밀며 궁금함을 자극시켰다. 환한 웃음을 짓던 신성민이 다음엔 어떤 작품으로 관객을 놀라게 만들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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