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장용준 기자]정말 살아 있는 콘텐츠는 확장을 거듭한다. 어떤 창착물이 하나의 상품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영화나 게임, 캐릭터 산업 등으로 영역을 확장시킨다. 마케팅에서 말하는 '원 소스 멀티 유즈'가 바로 그것이다.
만화책 '열혈강호'(글 전극진, 그림 양재현)야말로 그 표본이 될 만하다. 짧게 소개를 하자면, '열혈강호'는 지난 1994년 연재를 시작해 19년 만에 단행본 누적 판매 부수 500만 권을 돌파한 인기작이다. 한때 MBC에서 라디오 드라마로도 제작된 적 있다.
그리고 이 작품은 최근까지도 온라인과 모바일 플랫폼을 넘나들며 게임 시나리오의 원천으로 그 역할을 톡톡히 다하고 있다. 다수의 인기 게임들이 '열혈강호'의 스토리 속에서 유저들을 모험의 세계로 인도한다.
▲ '열혈강호 온라인', 코믹무협의 진수
롤플레잉게임 '열혈강호 온라인'은 만화의 이야기 전개를 게임 속에 그대로 녹여냈다. 유저들은 사파 지존의 제자 한비광이 돼 여주인공 담화린과 모험을 떠난다. 또 코믹무협의 요소를 강조하기 위해 귀여운 5등신 캐릭터를 채택해 친근감을 높였다.
박진감도 빼먹지 않고 챙겼다. 게임은 원작에서 등장하는 무공들을 충실히 재현했으며 타격감까지 신경을 쓰는 섬세함으로 재미 요소를 확장했다. 이는 SD스타일의 캐릭터와 맞물려 특히 여성 유저들에게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는 후문이다.
'열혈강호 온라인'은 위의 강점들을 기반으로 지난 2005년부터 아시아 지역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중국 진출 당시 부실한 인프라와 낮은 게이머 인구에도 불구하고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10개국에서 약 1억 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 '열혈강호2', 전작을 뛰어넘었다…무협 영화와 같은 '몰입감'
'열혈강호 온라인'의 인기는 후속작 '열혈강호2'를 탄생시켰다. 참신함을 더하는 스토리는 원작에서 30년이 지난 후의 미래를 바탕으로 삼고 있다. 이는 만화 속 인물들의 후손까지 등장시키며 시나리오 전개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이 게임은 보다 극대화된 사실성을 바탕으로 기획된 무협 MMORPG다. 유저들은 8등신 캐릭터를 통해 경공술을 비롯한 온갖 무공의 연계기를 펼쳐낼 수 있다. 이들은 육지와 공중을 넘나들며 '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몰입감을 제공한다.
현재 '열혈강호2'는 중국에 약 700만 달러(74억 4870만원)에 수출 계약이 된 상태다. 엠게임과 현지 퍼블리셔는 2014년 하반기 현지 서비스 시작을 목표로 준비에 매진 중이다.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로서는 괄목할만한 성과다.
▲ '열혈강호패검전', 모바일게임이 된 무협 만화
'열혈강호패검전'은 모바일에 최적화된 아케이드 스타일의 디펜스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좌에서 우로 게임을 진행하며 적들을 물리치고 진지를 파괴해야 한다. 본인의 캐릭터가 죽거나 아군 진지가 점령당하면 게임오버다.
'열혈강호패검전'은 원작의 한 에피소드에 등장한 봉뢰도를 배경으로 한다. 이용자들은 한비광과 신지무사들의 무림기보를 둘러싼 혈투를 통해 만화의 '외전'에 해당할 법한 이야기들을 만끽할 수 있다.
이 작품은 또 무협액션의 호쾌한 모션과 함께 디펜스게임의 전략적 요소까지 잡아냈다. 게이머는 한 번에 하나씩만 소환 가능한 유닛(여기서는 보조캐릭터 개념)을 통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유닛들은 저마다의 기술에 고유의 개성을 담뿍 담고 있다.
▲ 열혈강호? 그런거였다!
좋은 한국 만화는 많다. 잘 만든 국산 게임도 많다. 하지만 이 모든 걸 하나로 꿰뚫는 문화콘텐츠는 흔치 않다. 게다가 엠게임에 의하면 '열혈강호'는 한중 합작 영화로까지 제작된다고 하니 더할 나위가 없다.
왜 이런 '원 소스 멀티 유즈' 상품이 중요한 것일까. 계속 자기증식을 반복할 수 있는 콘텐츠는 그만큼 생존 기간이 길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생명력을 잃지 않고 살아남아 회자되는 문화콘텐츠를 우리는 클래식(고전)이라 부른다.
지금은 읽을 게 책밖에 없던 시절과는 다르다. 다양한 플랫폼이 쏟아져 나와 각자의 영역을 확고히 다지고 있다. 21세기가 탄생시킬 고전은 이 모든 걸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 단지 고리타분한 옛것이 아니기에 '열혈강호'의 존재는 소중하다.
장용준 기자 zelra@stoo.com
<가장 가까이 만나는, 가장 FunFun 한 뉴스 ⓒ 스포츠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