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박수교 칼럼] 지난해 시즌 우승팀은 전통의 명가 모비스의 차지였지만, 포스트시즌의 신데렐라는 전자랜드였다.
전자랜드의 캡틴은 다른 팀과 색다르게 외국인 선수 리카르도 포웰이 해내고 있었다. 포웰은 그 역할을 충분히 해냈고, 약팀으로 평가받던 팀을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다. 또 포스트시즌에서도 전문가나 팬들의 평가를 무색하게 만들만큼 좋은 경기력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놀랄만한 경기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제도의 변화로 포웰은 올 시즌부터 더 이상 전자랜드의 캡틴이 아니다.
피트 마이클은 오리온스팬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안겨준 이른바 득점기계였다. 자유계약시절 마이클은 오리온스의 공격의 핵으로써 화려한 기술농구로 팬들을 매료시켰다. 관중석에는 ‘피트스 포인트’라는 그의 전용 득점판이 있을 정도로 팬들은 열광하였다.
이제 노장이 되어 한국농구계에 다시 오기는 힘들겠지만 그의 한국에서의 활약은 놀라웠고, 아직도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헥터 로메로(전 LG 세이커스)는 위에서 언급한 선수들보다는 한국에서의 인지도나 활약은 미비했지만 너무나도 화려한 덩크로 짧은 시간에 팬들의 기대와 아쉬움을 한 몸에 받은 선수다.
로메로는 국내에서 짧고 강력한 덩크를 보여주며 떠났지만 그의 마니아 팬들은 짧은 만남에도 그와의 이별을 아쉬워하며 “Good bye 로메로”라고 관중석에서 외쳤었다.
프로농구 출범과 더불어 외국인선수제도가 시작되었다. 현대의 이충희, 삼성의 김현준, 기아의 허재가 에이스이던 농구대잔치는 그렇게 잔치를 끝냈다. 그리고 운동 능력이 다른 외국인선수들이 월등한 경기력을 보여주는 프로농구가 시작되었다.
몇 번이나 외국인선발제도가 바뀌었는지 농구인인 필자도 확실하게 알 수 없다. 몇 번이나 제도 변경이 됐다는 건 다시 말하면 그렇게도 중요하고, 팀들 사이에 의견 충돌이 많았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했으면 한다. 농구 관계자들은 단순히 경기력의 관점에서 외국인선수를 본다면 팬들은 그렇지 않다. 팬들은 그들에게 사랑과 애정을 준다. 생각보다 훨씬 오래 그들을 기억하고 그리워한다.
그들도 우리 선수다.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건 물론이고 팬들을 농구장으로 이끄는 매력적인 선수들이다. 한해에도 몇 번이나 바꿀 수 있는 단순한 용병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 팀 저지를 입고 우리 팀을 위해 땀 흘리는 우리선수라고 팬들은 기억한다.
다시 외국인선수제도가 바뀌었다. 제도란 건 바뀔 수도 있지만,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면 그건 팀들 간의 이해 변화나 의사 결정자들의 시선의 변화가 아니라 팬들의 요구 변화로 인한 필요성에 따라 진행되어야 한다.
팬들은 지금도 캡틴 포웰을 그리워하고, 피트 마이클의 득점력을 기억하고 로메로의 화려한 덩크를 보고 싶어 한다.
스포츠투데이 박수교 스포츠 해설가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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