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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민의 월드인사이드]불명예의 상징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
작성 : 2014년 03월 04일(화) 08:43

제이든 스미스(좌) 윌 스미스(우)/ 영화 '에프터 어스' 스틸컷

[스포츠투데이 이채민 기자]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지난 3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오스카의 영예를 안은 배우들은 눈물을 훔쳤지만, 누군가는 최악의 배우에 선정돼 울상지었다.

제34회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의 결과가 아카데미 직전에 발표됐다. 매해 최악의 작품과 배우를 선정하는 이 시상식에서 '무비43'이 작품상·감독상·각본상 등 3관왕의 불운을 안았다.

윌 스미스 부자는 나란히 수상 명단에 이름을 올려 체면을 구겼다. 아들 제이든은 '애프터 어스'에 출연해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같은 영화에 출연한 아버지 윌은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이 부자는 최악의 스크린 콤보로도 뽑혀 굴욕 신세를 면치 못했다.

2005년 최악의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할리 베리'/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 공식 유투브 영상 캡처

여우주연상은 '어 마디아 크리스마스'에 출연한 타일러 페리, 여우조연상은 '타일러 페리스 템테이션'의 킴 카다시안에게 돌아가 최악의 평가를 면치 못했다.

관객에게는 재미를, 배우에게는 불명예를 선사하는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은 1980년 미국의 카피라이터 존 윌슨에 의해 만들어졌다. 윌슨은 친구들과 함께 아카데미 시상식을 시청하던 중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는 친구들에게 안티 아카데미 시상식을 제안했고, 총 8개의 부분 심사를 했다.

누군가에게 재미로 끝났을 일이었지만 윌슨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심사 결과를 토대로 보도 자료를 만들어 언론사에 배포하기에 이른다. 뛰어난 글솜씨를 가진 윌슨은 고퀄리티의 보도 자료를 만들었고, 이를 받아 본 몇몇 언론사는 이를 그대로 기사화 했다. 이것이 '최악의 영화상' 골든 라즈베리의 시발점이다.

수상에 선정된 배우들은 으레 시상식 참석을 꺼린다. 이에 역대 단 3명의 영화인만이 최악의 영화상을 받기 위해 골든 라즈베리에 참석했다.

가장 먼저 용기를 낸 사람은 영화 '쇼걸'의 감독 폴 버호벤이었다. 배우로서 처음 참석한 사람은 '흑진주' 할리 베리였다. 버호벤 감독이 1996년 참석한 이후 9년 만의 일이었다. 그는 영화 '캣 우먼'으로 최악의 여우주연으로 선정됐다.

베리는 시상식에 참석해 "어머니는 만일 좋은 패자가 되지 못한다면 좋은 승자도 될 수 없다고 말씀하셨다"는 수상수감을 전했다. 그의 용기 있고 당찬 시상에 골든 라즈베리는 다시 한 번 큰 관심을 받았다.

5년 뒤인 2010년 산드라 블록도 시상식에 참석해 위트 있는 행동으로 큰 박수를 받았다. 블록은 '올 어바웃 스티브'로 시상대에 올라 "내년엔 반드시 이 상을 돌려주겠다"는 소감을 말했다. 또한 자신에게 불명예를 가져다 준 '올 어바웃 스티브'의 DVD를 시상식 현장에 나눠줘 큰 웃음을 선사했다.

다소 엉뚱한 발상에서 시작된 골든 라즈베리는 이제 아카데미와 함께 떠올려지는 시상식으로 발돋움했을 만큼 확고한 입지를 자랑한다. 방영하는 방송도, 참석하는 배우도 없지만 시상식은 유쾌하기만 하다. '오스카의 결과보다 더 기다려 진다'는 영화팬들의 지지에 힘입어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은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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