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박철성 칼럼] ‘네티즌 수사대’가 떴다.
“경기에서 졌다. 그런데 웃음이 나올까? 하지만 경기 중계방송에 잡힌 정지 사진은 흐뭇한 표정으로 한껏 미소 짓고 있다.”
‘농구 승부조작, 강동희는 깃털, 전창진이 몸통?’ 제하의 보도 이후 커다란 파장이 일고 있다. 국내의 많은 매체가 ‘전토토’라는 수식어를 공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특히 ‘네티즌 수사대’의 활약상이 눈길을 끈다. 이번엔 ‘전토토’ 전창진 감독의 승부조작 혐의 사건과 관련, 인터넷을 달구고 있는 몇 컷의 사진과 댓글 얘기다.
‘네티즌 수사대’의 보고서는 각양각색이다. 포털사이트에 ‘전창진’을 검색하면 언제든 확인이 가능하다.
그중 조회 수가 급증, 인기가 높은 댓글과 사진을 보자. 물론 이들 댓글과 사진은 전창진 감독의 승부조작 혐의 사건에 대해 법적 영향력은 없다. 하지만 그 내용은 절로 혀를 차게 만든다.
경기에서 지고도 시쳇말로 ‘썩소’ 짓는 전창진. 특히 눈길을 끄는 사진이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 마냥 흐뭇한 걸까? 전 감독이 짓는 ‘썩소’의 의미는 뭘까?
▣ 혐의 지목 경기 당시, 네티즌 의혹 제기 댓글
‘네티즌 수사대’는 이미 당시의 경기상황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했다. 경기 운영상 전 감독의 의심 가는 대목을 꼬집은 것.
‘전토토 짤 모음’을 보면 “전토토 대단하네…. 오늘 역배에 귀신같이 승리”라고 닉네임 ‘이매XX’이 글을 올렸다.
이어 ‘XX호날두’가 “전토토 오늘도 믿는다. 크크크”, ‘토X’과 ‘XX메랄다’는 “이거 수사 들어가야 되는 거 아니야?”, “정배는 지고 역배는 이기고….”라는 댓글 등, 승부조작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남겼다.
이 글들은 지난 2월 16일 20시 46분 02초부터 시작됐다. 이번 사건이 불거지기 훨씬 전이었다. 지금 전 감독이 혐의를 받는 경기 당시에 올라온 댓글들이다.
또 ‘우X’의 “왜 전토토라고 하는 건가요”에 대한 ‘가X’의 답글. “감독이 전창진인데, 토토로 베터들을 많이 울게 만든 전설적인 사람입니다.”라고 ‘전토토’로 불리는 사연을 밝혔다.
며칠 후 밤 10시 26분 37초에 올라온 ‘전토토 조작의심경기’라는 제목도 방문객이 급증하고 있다. 이날 KT는 오리온스를 상대, 75-80으로 패했다. 1쿼터를 25-11로 끌고 가더니 2쿼터 KT는 겨우 4득점에 그쳤다.
“이 경기 풀로 시청했었는데 전토토가 왜 전토토로 불리는지 각인시켜준 경기”라며 “1쿼터에 14점 차이로 이기던 팀이 2쿼터 4점밖에 못 넣어도 별다른 지시도 없이 수수방관, 아마 이때 승부를 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남겨진 댓글이다.
또한 “강동희는 깃털, 전창진이 몸통이냐?”는 의미의 댓글도 클릭순위 상위에 매겨져 있다. “전토토와 관련된 인물들 철저하게 조사해야죠”. 승부조작을 전창진만 했겠냐는 것이다. 네티즌들은 차제에 일명 ‘승부 조작단’을 일망타진,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토토’ 전창진 감독의 승부조작 혐의 사건이 터지자 한국농구연맹(KBL)은 지난 26일, 의심 대상 경기에 대한 분석 작업을 벌였다.
또 이날 낮, 경찰로부터 수사 해당 경기 영상을 포함한 제반 자료를 요청받고 이를 일부 제출했다.
의심을 사고 있는 경기 중 가장 관심이 몰리고 있는 경기는 지난 2월 14일 부산에서 열린 안양 KGC전과 2월 20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SK전이다.
KGC와 KT는 해당 경기 직전까지 각각 1게임 차 7위와 8위를 달리고 있었다. 당시 이정현이 군에서 복귀하고 오세근, 리온 윌리엄스가 맹위를 떨치던 KGC는 3연승으로 상승세. KT는 찰스 로드 등 주전들의 부상으로 4연패를 당하며 6위 전자랜드와의 승차가 3.5게임차로 벌어졌다. 승리가 간절한 때였다.
▣ 2월 14일 부산에서 열린 안양 KGC 전
경기 결과는 75-63. KGC가 12점 차로 이겼다.
KT는 주전 센터 찰스 로드가 나흘 전 경기에서 발목을 다쳐 출전하지 못했고, 에반 브락이 35분간 13점·11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전태풍이 20분간 4점, 이재도가 21분간 8점, 조성민이 10분간 11점, 김현민이 14분간 10점, 오용준이 24분간 8점을 넣었다.
전반을 37-38로 뒤진 KT는 3쿼터에 6점 밖에 넣지 못했다. 43-60으로 끌려가게 되는데, 조성민이 8분, 오용준이 10분을 뛰었다. 그런데 둘 다 무득점이었다.
▣ ‘사채 빌려 베팅’으로 지목된 2월 20일 SK전
이때는 설 연휴 기간. 언론과 팬들도 명절 분위기에 취했을 때였다. 이날 경기는 KT가 60-75, 15점 차로 대패했다. KT의 사령탑, 전창진 감독은 경기 주도권을 빼앗겼고 수시로 선수를 교체했다.
경찰은 이 경기에 3억원을 걸고 사설 스포츠토토 도박을 한 혐의로 전창진 감독을 입건했다. 자신의 팀 KT가 6점 차 이상 패하는 쪽에 베팅을 한 뒤, 판돈의 1.9배인 5억7천만원을 챙겼다는 혐의다.
경찰은 전 감독에게 경기 이틀 전 3억원을 빌려준 사채업자와 도박 브로커에게서 “전창진 감독과 이미 이야기가 다 됐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 전창진 감독, 변호인 통해 혐의 강하게 부인
한편 전창진 감독은 변호인을 통해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전 감독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강남은 5월 26일 인삼공사 구단에 문서를 보냈다.
“전창진 감독은 승부를 조작한 사실도, 불법 스포츠 토토에 거액을 베팅한 사실도 없다”면서 “전 감독은 이미 불법 스포츠 토토를 한 혐의로 구속된 강모씨와는 평소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강모씨가 사업자금이 필요하다고 해 돈을 빌려준 사실이 있을 뿐이었다.”라고 주장했다. 강모씨가 불법 도박을 한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또 “강모씨가 도박 자금을 빌리면서 전창진 감독이 베팅할 경기를 알려주며 후보 선수들을 막판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승부를 조작할 수 있다”라고 오히려 전 감독의 이름을 팔고 다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또한, 변호인 측은 “언론에서는 2월 20일 서울 SK와의 경기에 전 감독이 승부를 조작한 것처럼 보도하고 있으나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전 감독은 구단과 논의 후 플레이오프 탈락이 확정된 후부터 주전 선수들을 보호하고 후보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경기를 운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강모씨 등은 2월 20일 경기에 고액을 베팅해 일부 배당을 받았으나 이후 같은 수법으로 수차례 베팅하면서 모두 탕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오히려 전 감독은 사채업자의 압박에 할 수 없이 이를 모두 갚아야 했던 피해자”라고 강조했다.
변호인 측은 “전 감독이 이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보도된 것은 전창진 감독을 팔고 다닌 자들 때문이나 이들도 전 감독의 연루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전 감독에 대한 조사도 없이 일부 진술에만 의존한 짜 맞추기식 수사에 대해 엄중히 대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창진 감독은 사태가 불거지자 현재 잠적한 상태다.
스포츠투데이 박철성 스포츠칼럼니스트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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