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박철성 칼럼] 만루 홈런. 고스톱 판, 흔들고 쓰리 고에 해당된다. 한방에 전세역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프로야구 키워드는 만루 홈런이었다.
만루 홈런은 승리의 보증수표다. 만루 홈런을 기록한 팀은 모두 이겼다.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터진 만루 홈런은 모두 14개. 지난 10일, 이범호(34·KIA 타이거즈)가 만루 홈런을 터뜨렸다. 넥센 히어로즈를 상대, 팀의 11-6 역전승을 일궈냈다.
KIA는 넥센에게 유독 약했다. 지난해 7월5일 패한 뒤 맞대결 11연패를 기록 중이었다. 주말 3연전에서도 첫 두 경기를 내줬다. 결국 스윕 위기에 몰렸다.
이날 경기에서 KIA는 선취점을 올렸다. 그런데도 고전했다. 넥센 선발은 1군 무대 첫 선발 등판한 김동준. 하지만 확실하게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오히려 4회 말 홈런 3방을 맞으면서 역전을 허용했고 KIA 선발 험버가 헤드샷으로 퇴장을 당하는 악재도 발생했다. 헤드샷(Head shot)은 상대의 머리를 맞춰 치명적 타격을 주는 행위.
경기 흐름이 완벽하게 넥센에게 넘어간 듯 보였다. 그러나 KIA에는 이범호가 있었다. 이범호는 10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프로야구 방문 경기에 5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KIA가 석 점차 뒤진 상황에서 7회 초를 맞았다. 강한울과 브렛 필이 연속 안타를 쳤다. 이어 최희섭이 볼넷, 무사 만루 상황이 됐다. 타석에는 이범호. KIA 팬들은 ‘홈런’을 연호했다.
넥센 두 번째 투수 김영민의 2구. 시속 148㎞짜리 몸 쪽 낮은 공을 택했다. 제구가 잘된 공이었다.
하지만 KIA 이범호의 방망이에 걸려들었다. 타구는 120m를 뻗어갔다. 목동구장 우중간을 넘어가는 역전 만루 홈런. 개인 통산 12호 만루 홈런이었다. 국내 프로야구 통산 677번째 만루 홈런이었다. 은퇴한 심정수와 만루 홈런 공동 1위에 올라서는 순간이었다. 이범호의 한 방이 위기에 빠져있던 KIA 타이거즈를 깨운 것.
이범호의 홈런이 터진 뒤 KIA는 공격력이 살아났다. 9회 초 이범호의 2루타로 시작된 공격에서 김호령, 김민우 등의 적시타와 상대 투수의 폭투로 총 3점을 더 추가했다. 점수 차이는 5점으로 벌어졌고 KIA는 여유 있게 승부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시쳇말로 똥배짱 없이는 칠 수 없는 게 만루 홈런이다. KIA 이범호는 “만루 기회가 오면 더 편안해진다.”면서 “좋은 기억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고 입이 귀에 걸려 있었다.
KIA는 12일부터 막내 kt와 주중 3연전을 치른다. 3연전을 내주고 kt를 만났다면 부담스러울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범호의 결정적 한 방으로 한결 편하게 새로운 경기를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스포츠투데이 박철성 스포츠칼럼니스트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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