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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경의 무비시크릿]다 된 영화에 재 뿌리는 삼성 홍보맨
작성 : 2014년 02월 24일(월) 18:42
[유수경의 무비시크릿]영화 ‘또 하나의 약속’(감독 김태윤)이 힘겨운 투쟁의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또 하나의 약속’은 지난 23일 하루 138개 상영관에 1만 2008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6일 개봉 이후 누적 관객수는 44만 2793명으로, 제작 단계부터 이어진 뜨거운 관심에 비해서는 매우 낮은 수치다. 이 작품은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근무하다 지난 2007년 백혈병으로 숨진 故 황유미 씨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관심에 비해 너무 저조한 성적…왜?

개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또 하나의 약속’이 이처럼 저조한 성적에 머물고 있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관객들이 이 영화를 극장에서 만나기가 힘들었던 탓이다.
앞서 롯데시네마는 ‘또 하나의 약속’이 예매율 1위임에도 불구, 개봉 첫 주 단 7개관의 배정을 통보해 논란을 야기했다. 결국 개봉 당일에는 상영관을 전국 21개로 늘리는 제스처를 취했지만, 타 영화에 비해 현저히 적은 수치인 것은 분명했다.
결국 ‘또 하나의 약속’은 159개 스크린에서 출발했다. 보통 화제작들은 적으면 300개, 많으면 1000개 이상의 스크린에서 상영된다.

한 인터넷 뉴스는 이같은 논란의 배후에 ‘삼성 광고’가 있다고 보도했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가 국내 최대 극장 광고주인 삼성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논란이 이어지자 각 단체들의 도움도 이어졌다. 국회는 외압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과 대책 마련에 나섰다. 특히 국회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의원모임’(회장 문성근) 소속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상영관 축소에 대해 “외압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SNS에서 내용을 봤는데 대책을 세울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PGK)와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이하 제협)도 “타 멀티플렉스와 비교할 때 유독 롯데시네마에서만 소수의 관에서 개봉된다”라며 “‘또 하나의 약속’이 일부의 우려와 같이 공정한 상영 기회를 갖지 못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는 당부의 내용이 담긴 공문을 롯데시네마에 전달했다.


누리꾼들의 응원도 더해졌다. 상영이 되지 않는 지역에서는 자발적인 극장 상영 요구에 나섰고, 단체 관람 및 상영관 문의도 쏟아졌다.
이같은 성원에 힘입어 ‘또 하나의 약속’은 최근 40만 관객을 돌파했다. 제작사 측은 “힘겹게 이룬 성과이기에 400만 돌파보다도 값지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138개 스크린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아직도 상영관 확대 요구는 계속되고 있다.

△뒤늦은 삼성의 반박…또 다른 논란을 야기하다

그러나 개봉 3주째로 접어든 시점에서 또 다른 논란이 불거졌다. 삼성전자 김선범 부장(DS부문 커뮤니케이션팀)이 지난 23일 삼성전자 공식 블로그(삼성 투모로우)에 올린 글에서 이 영화를 언급한 것이다.

그는 “영화에선 (삼성이) 진실을 숨기기 위해 돈으로 유가족을 회유하고 심지어 증인을 바꿔치기해 재판의 결과를 조작하려 하는 나쁜 집단으로 묘사된다”며 “일반 관객들이 저의 회사에 대해 느낄 불신과 공분을 생각하면 사회와의 소통을 담당하는 홍보인으로서 마음이 무겁다”고 밝혔다.
이어 “고인과 유가족을 만나 아픔을 위로하고자 했던 인사 담당자를 알고 있다. 영화에선 그가 직원의 불행 앞에서도 차갑게 미소 짓는 절대 악으로 묘사됐지만, 그분은 영화 속 아버지처럼 평범한 가장이고 직장인일 뿐이다”라고 해명했다.

줄거리의 진위 여부에 대해선 “영화는 영화에 머물러야 할 것이다. 예술의 포장을 덧씌워 일방적으로 상대를 매도하고 진실을 왜곡하는 일은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더구나 외압설까지 유포하며 관객을 동원하고 80년대에나 있었던 단체관람이 줄을 잇는 것을 보면서 이 영화가 단순한 영화가 아닌 투쟁 수단으로 변질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고 주장했다.


△아픈 영화, 더이상 때리지 말라

하지만 삼성 직원, 그것도 홍보인의 입장에서 작성한 이 글은 상당히 설득력이 떨어진다. 게다가 ‘또 하나의 약속’이 외압설에 시달릴 만큼 어려운 개봉 과정을 겪은 점으로 미루어볼 때, 뒤늦은 비난은 의문만을 낳는다.
고인의 아버지가 딸의 산재 판정을 위해 홀로 계란으로 바위치기와 다름없는 싸움을 벌인 것은 실화다. 이는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감독은 아버지 황상기씨를 직접 만나 모든 얘기를 듣고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신중한 작업이 필요했다고 한다.

고슴도치도 자기 자식은 예뻐한다. 그러나 부모가 보기엔 솜털처럼 부드러워 항상 만져주고픈 가시가 타인에겐 상처를 입힌다. 모든 행동이 낳는 결과는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당연히 회사의 이미지 타격과 손실을 방지할 의무가 있다. 같은 회사 직원으로 동료를 감싸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드라마화 과정에 극적 과장이 일부 섞였겠지만 사건 당시 피해자 가족을 설득하려 했던 동료가 누구보다 힘든 시간을 겪던 가족에겐 악마처럼 보였을 수도 있다. 처지를 바꿔보면 당연한 일인데, 예술이라는 탈을 쓰고 진실을 왜곡했다는 지적은 지나친 억지다.

이 영화는 국내 최초 100% 크라우드 펀딩 제작이라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대형 제작사는 아무도 제작에 나서지 않았고, 자발적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어렵게 완성됐다.
상영관도 극히 적었지만, 관객들의 열정적인 관람 의사로 인해 40만이라는 관객도 동원했다. 故 황유미씨를 비롯해 많은 이들의 염원이 담겼다. 성숙한 관객이라면 이 영화에서 그려지는 모든 일들이 다큐멘터리가 아닌 이상 100% 실화라고 믿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황유미씨가 세상을 떠났고, 산재 판정을 받은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미 우여곡절을 겪은 영화에 더 이상 상처를 남기지 않길 바란다.


유수경 기자 uu84@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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