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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 조인성의 디폴트값 "각오하면 괴로울 게 없죠" [인터뷰]
작성 : 2026년 07월 13일(월) 08:01

호프 조인성 /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배우 조인성이 '호프'로 액션의 진수를 보여줬다. 감당할 자신으로 선택했으니, 모든 것을 바쳐 해냈다. "아무리 힘들어도 오늘날이 온다"는 그의 강인한 정신력은 '호프'의 희망과 맞닿아있었다.

'호프'(감독 나홍진·제작 포지드필름스)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황정민), 순경 성애(정호연)가 성기(조인성) 등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온 마을이 비상이 걸린 가운데 믿기 어려운 현실을 만나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작품은 개봉 전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며 글로벌 관심을 모았다.

조인성은 극 중 끈질긴 생존 본능을 지닌 호포항 동네 청년 성기 역을 맡았다. 지구에 불시착한 미지의 존재를 발견한 뒤 살아남으려 애쓰는 인물이다.

조인성은 '호프'의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머릿속엔 물음표가 먼저 떠올랐다. 이 어려운 도전을 나홍진 감독이 하려 한다는 사실에 놀라면서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그는 "어떻게 구현을 하려는 거지 물음표가 있었다. 한국형 SF 장르가 부침이 있었지 않나. 이 어려운 도전을 나홍진 감독이 하시는구나 싶었다. 저 역시도 저한테 스스로 질문을 많이 했다. 고생스러운 로케이션일 텐데 감당할 자신이 있는지, 몸 상태가 되는지 말이다. 몸을 사렸을 때는 작품의 퀄리티가 떨어질 것이 분명하고, 안 따라주면 작품에 해가 될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낼 것인가에 대한 자문을 많이 했다. 결국에는 도전을 하는 쪽이 올바르겠다 싶어 하게 됐다"고 밝혔다.

나홍진 감독 특유의 치열하고 강렬한 에너지를 감당하는 것은 오롯이 배우의 몫이었다. 조인성은 현장에 가기 전 이미 100번의 테이크를 마음속에 디폴트값으로 설정해 두며 마음을 다잡았다. 조인성은 "감독님의 이전 작품을 봐도 유추가 된다. 어떤 작업 방법, 어떤 에너지가 뚫고 나오는지. 그게 나홍진 감독이 가진 힘이다. 하겠다고 선택한 거니까 나머지는 오로지 저의 개인적 문제가 된다. 나홍진 감독의 터프함이 이 영화의 힘이다. 매 순간 재밌었다. '100번 찍을 것'이라 생각하고 현장에 간 거고, 30번 찍어서 끝나면 빨리 끝났네 하고 퇴근했다. 생각의 차이였다.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빨리 끝나고 타협하면 불안해 보이지 않냐"고 쿨하게 답했다.


조인성이 연기한 성기 캐릭터는 극한의 위기 속에서 오직 살기 위해 움직이는 인물이다. 전사가 친절하게 설명되지 않는 작품의 특성상, 그는 촬영 전부터 동네 청년 무리들과 사적으로 자주 만나며 보이지 않는 유대감을 쌓았다. 또한 성기의 치열하고 강인한 생존력을 긴장감 있게 몰아붙였다.

그는 "물론 과장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을 빗대서 외계 생명체를 마주하는 이야기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힘들이 나오는데, 부모가 자식을 살리려고 했던 초인적인 힘, 극단의 위기 상황에서 살아내려고 할 때 모든 것들이 몸을 지배한다고 생각했다. 영화 안에서 허용되는 당위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말했다.

깊은 숲속에서 조인성이 끝까지 붙잡은 무드는 긴장감이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호흡을 유지한 채 숲속을 걸으며, 입안으로 들어오는 날파리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조인성은 "산 속에서 정말 오래 찍었다. 감독님은 계속 긴장감을 요구하셨다. 호흡을 유지한 채 계속 숲속을 걸었다. 날파리들을 정말 계속 먹었다. 한순간도 놓치지 않으려고 계속 노력했다"며 "감독님과 제일 많이 얘기를 나눴던 건 저의 몸 상태였다. '안 찍겠다'는 얘기는 죽어도 안 하셨다(웃음)"고 밝혔다.

'호프'에서 가장 압도적인 장면은 조인성의 승마 액션이다. 루마니아의 예민한 말들과 아스팔트 위에서 25~30km의 속도로 질주하는 촬영은 매 순간이 위험의 연속이었다. 무술팀조차 해본 적 없다던 한 발로 말 타기 기술까지 성공해 낸 그는 모든 공을 말에게 돌렸다.

위험천만한 전속력 질주 컷을 무사히 마쳤을 때, 현장의 스태프들은 살아 돌아온 그에게 박수를 보냈다. 수년간 수많은 액션을 소화하며 무릎에 무리가 가 연골 수술을 받았다는 조인성이다. 나 감독에게 솔직히 자신의 상태를 말하고 철저한 컨디션 체크, 살신성인의 자세를 바탕으로 '호프' 속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미지의 존재 마베이요와 대면할 때는 닭살까지 연기하며 긴장감과 공포감을 배가시켰다.


"사실 관객들이 만족해야 하고, 제 만족은 하나도 쓸모가 없어요. 행위를 했을 뿐이고, 반응을 얻기 위해 노력을 한 거죠. 그 힘든 과정을 보상받는 듯한 느낌이에요. 언론시사회에서 위대한 장면이 나온 것 같다고 말한 의미는 위대하게의 '위'자가 특이하다, 기이하다라는 의미도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두 가지의 느낌으로 말한 건데, 공손하지 못한 느낌으로 보이더라고요. 이 자리를 빌려서 그게 아니었다는 점 말하고 싶습니다."(웃음)

처절한 현장 속에서도 조인성이 중심을 잃지 않고 특유의 여유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의외로 단순했다. "애초에 힘들 것을 각오하고 오면 괴로울 게 없다"는 단단한 마음가짐이었다. 그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현장에 오면 된다. 빨리 끝나고 가야지라는 생각으로 오면 괴롭지 않냐. 그렇게 생각하면 힘든 게 없다. 아무리 추워도 봄은 오고, 아무리 힘들어도 오늘날이 오는 거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의 단단한 심지와 초연한 마음가짐은 영화계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나타났다. 현재 침체기와 회복기 사이에 놓인 한국 영화계는 '호프'에 거는 기대가 크다. 조인성은 현 상황을 '능소화'에 빗댔다.

"능소화가 있어요. 장마와 태풍이 올 때 피는 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꽃이 활짝 피면 예뻐요. 우리 영화 상황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안팎으로 부침이 있다. 안으로는 크리쳐와 SF라는 태생적으로 극복해야 되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깥으로는 한국 영화의 상태, 현주소가 회복 과정에 놓여있죠. 그런 것들이 장마와 태풍이라고 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프'가 관객들의 품 속에서 확 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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