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스포츠투데이 신서영 기자] "회사에 비밀로 하고 연차 썼어요."
이른 아침부터 광화문광장으로 모인 붉은 악마들이 멕시코에 있는 태극전사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2일 오전 11시(한국시각)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체코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을 치른다.
대표팀의 월드컵 첫 경기가 열리는 이날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은 경기 시작 수 시간 전부터 붉은색 물결로 물들었다.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태극기를 두른 시민들이 광장 곳곳을 누비며 킥오프를 기다렸다.
이번 거리응원은 과거 월드컵과는 다소 다른 풍경이었다. 경기가 평일 오전에 열리면서 직장인들의 출근 시간, 학생들의 등교 시간과 맞물렸기 때문이다. 예년처럼 발 디딜 틈 없는 인파가 몰리지는 않았지만 대표팀을 향한 팬들의 열기는 여전했다.
KT 사옥 외벽에 설치된 대형 미디어월 앞 돗자리를 펴고 자리를 잡은 팬들이 눈에 띄었다. 선캡과 선글라스, 양산, 부채를 챙긴 시민들이 모여 무더위를 이겨내며 월드컵 분위기를 만끽했다. 인근 골목 상점가에는 대표팀 응원 용품과 머리띠, 태극기 등을 판매하는 가판대도 설치됐다.
특히 평일 오전 경기임에도 시간을 내 광화문을 찾은 직장인들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손흥민의 국가대표 유니폼을 착용한 김준영(27) 씨는 이강인의 파리 생제르맹(PSG) 유니폼을 입은 친구 김세민(27) 씨와 함께 광화문을 찾았다.
의정부에서 온 두 사람은 오전 6시께 집을 나서 현장에 도착했다. 둘 다 연차를 사용한 채 응원전에 합류했다.
거리응원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김준영 씨는 "손흥민의 마지막 월드컵이라고 생각해서 응원하기 위해 왔다"며 "회사에는 사정이 있다고만 이야기했다"고 웃었다.
일각에서는 대표팀을 향한 응원 분위기가 예전과 달라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김준영 씨는 "지금은 비판보다는 응원이 필요하다"며 "이번 월드컵 잘 마무리하고 안 좋은 부분이 있다면 끝나고 잘 해결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세민 씨는 "선수들이 부상 없이 경기를 잘했으면 좋겠다"며 "16강은 아니더라도 32강까지는 갔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경기도 의정부에 살고 있는 정춘규(47) 씨는 아들 정성준(13) 군과 함께 광화문을 찾았다.
아이와 특별한 응원 추억을 만들기 위해 연차를 냈다는 그는 "아이가 워낙 축구를 좋아한다. 길거리 응원에 관심이 많아졌다.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어서 오게 됐다"고 말했다.
김민재 유니폼을 입은 정 씨는 "김민재가 골을 넣을 것"이라라고 예상했다. 이강인 유니폼을 착용한 정성준 군은 "이강인이 골을 넣고 한국이 이길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프리랜서 정다미(32) 씨는 언니, 두 조카와 함께 응원에 나섰다. 그는 "2002 월드컵 이후 처음으로 거리응원에 왔다"며 "예전에는 밤에 했는데 낮 경기라 평소보다 색다르다. 좀 더 활기찬 것도 있고 더 좋은 에너지가 더 느껴지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한국이 2-1로 승리할 것"이라며 "한 골은 손흥민이 넣을 거다. 다른 골은 누구든 상관없다"고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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