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채민 기자]우리는 암울한 시대에 영웅을 찾는다. 힘없고 가난한 민중은 자신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인물을 본능적으로 갈망한다. 뮤지컬 '로빈훗'(연출 왕용범)은 정치와 종교 등 리더십 부재가 대한민국 사회에 문제로 크게 대두된 올해 1월 첫 막을 올렸다.
'로빈훗'은 영국 민담에 나오는 한 영웅의 이야기다. 뮤지컬로 만들어지기 전부터 다양한 소설, 영화 등의 소재로 사용돼 우리에게도 꽤 친숙하다. '로빈훗'은 독일에서 지난 2005년 12월 초연된 동명의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다. 이 작품은 '삼총사' '잭 더 리퍼' '프랑켄슈타인'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왕용범 연출이 지휘한다. 왕 연출은 독일 뮤지컬 특유의 감성은 살리되 한국 정서에 맞게 각색해 작품을 이질감 없이 관람할 수 있게 만들었다.
'로빈훗'은 십자군 전쟁의 비극이 유럽을 덮친 12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왕위 계승을 둘러싼 음모 속에서 영웅의 도움으로 무사히 왕위를 이어받는 왕세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스토리에서 보여지 듯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두 명의 주인공이 이끌어가는 '투 톱(Two Top) 체제'라는 점이다. 왕세자를 왕으로 세우기 위해 혁명을 일으키는 로빈훗과 왕좌를 되찾기 위해 로빈훗의 도움을 받는 필립 왕세자가 150분에 이르는 작품 중심에 선다. 두 주역은 균형과 조화를 이루며 극을 유쾌하게 리드해 나간다.
'로빈훗'이 주는 메시지는 뚜렷하다. 정의는 결국 승리하고 그릇된 통치는 민중의 희망을 앞서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뜻 깊은 메시지를 품고 있는 작품에 걸맞게 배우들의 움직임과 무대가 화려하고 웅장하다. 주·조연 배우와 앙상블이 혁명의 성공을 기원하며 부르는 넘버들은 짜릿한 전율을 준다.
하지만 뚜렷하게 기억에 남을 만한 넘버가 없었다는 것은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극의 스케일과 스토리, 배우들의 연기 등이 압도적이지만 이를 배가하는 '로빈훗'만의 대표곡이 없어 2% 부족한 느낌이다. 다음달 29일 까지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이채민 기자 chaemin10@stoo.com
<가장 가까이 만나는, 가장 FunFun 한 뉴스 ⓒ 스포츠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