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스포츠
포토
스투툰
'모자무싸' 오정세, 무가치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뷰]
작성 : 2026년 06월 04일(목) 11:00

모자무싸 오정세 스틸 / 스튜디오 피닉스, SLL, 스튜디오 플로우 제공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그동안 배우의 삶을 기복의 낙차가 크지 않게 채워왔다. 1등도 2등도 아닌 3등을 원한다고 말하는 오정세의 답변에서,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는 그만의 방식과 특유의 초연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이하 '모자무싸')는 잘난 친구들 사이에서 혼자만 안 풀려 시기와 질투로 괴로워 미쳐버린 인간의 평화 찾기를 따라가는 드라마다.

극 중 박경세 감독 역으로 분한 오정세는 이번 작품을 선택한 가장 큰 첫 번째 이유로 '글'을 꼽았다. "참 많은 배우들이 욕심낼 만한 작품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글이었다. 그래서 감사하고 신나게 참여했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박경세라는 캐릭터로 작품에 함께 한 오정세의 마음에 와닿은 장면은 '마지막 고백'이었다. 그는 "얘기를 입 밖에 꺼내 사람들에게 돌아올 수 있도록 한 게 용기 있는 고백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던 거 같다"라고 했다. 특히나 오정세는 겉으로는 성공한 감독처럼 보이지만 계속 불안해하고 아등바등하는 박경세에 대해 "결국엔 12부에 가서 주변 인물들을 위해 성장한다. 대사도 '이전엔 1등만 하려 아등바등했다면 3등은 할 수 있어'라고 하는 게 기억에 남는다"라고 덧붙였다.

오정세 / 사진=프레인 TPC 제공


오정세는 "'세상 모두가 아파서 죽지 말고 늙어 죽길' 이런 대사가 진하게 남더라. 저 역시 나름 뭘 하겠다며 아등바등하지만, 그 안에서 안온함을 찾고 결국 자연스럽게 늙어 죽길 바라는 게 신기했다"라며 작품에 대한 생각과 소감을 전했다.

사실 오정세는 박경세란 캐릭터와 자신의 교집합이 크지 않은 것 같다고 느꼈다. 그는 "저는 시기 질투가 많지 않은 편이고 기본적으로 예전부터 좋아도 너무 올라가질 않고 좌절하더라도 동굴까지 파고들어 가진 않길 바라는 사람이다. 그런데 경세는 엄청 기뻐하고 또 실패에 힘들어하는 인물이기에 크게 닮은 것 같진 않다"라고 생각을 들려줬다.

배우 본체 오정세로서는 기복이 크지 않고 평온함을 유지하려는 일종의 초연함이 느껴지는 답변이었다. 오정세는 "배우란 일을 오래 하고 싶은데 너무 기복이 심하면 오래 못할 거 같더라. 더 기복이 심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있는 거 같다"라고 털어놓았다. 물론 신인 시절 오디션에 낙방하면 힘들다 느끼는 건 당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정세는 "오디션은 계속 있을 거고, 제 나름대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뭘까?' 하면서 (기복의 낙차를) 좁히려 하는 거 같다. 속상해하다가 언제부터인가는 속으로 너무 힘드니까, 오히려 날 떨어뜨린 사람이 안돼 보였다. '나 진짜 괜찮은 배우인데?'(웃음) 그런 식으로 스스로를 위안하려고 했다"라고 고백했다.

모자무싸 오정세 스틸 / 스튜디오 피닉스, SLL, 스튜디오 플로우 제공


박경세와 황동만(구교환). 8인회에서 가장 죽이 맞는 두 사람이었지만, 박경세가 먼저 감독으로 입봉하면서 관계는 비틀어졌다. 그런 두 캐릭터의 관계 속, 오정세의 연기 방향과 생각에 대해서도 들어볼 수 있었다. 그는 "서로 으르렁대고 '어떻게 하면 더 아프게 할 수 있을까'가 표면적 관계이지만 밑에는 끈끈한 우정과 세월이 묻어나는 진한 추억이 있을 거란 생각으로 출발했다. 초반엔 그게 드러나지 않지만 저는 그걸 기본적인 마음으로 품고 연기하려 했다. 누구보다 좋아하고 응원했기에 토라졌을 때 더 으르렁거리고. 남녀사이에도 싸울 때가 있지 않나. 머릿속으로는 그런 설정을 했는데, 황진만(박해준)이 나타날 때 동만이와 경세가 딱 붙어 서로 숨으려 하지 않나.(웃음) 그 장면에서 제가 생각했던 그런 둘의 관계가 보이네 싶었다"라고 분석했다.

황동만만큼이나 박경세에게 든든했던 캐릭터는 아내이자 고필름의 대표 고혜진(강말금)이었다. 고혜진과 초반에는 현실 부부의 코믹한 분위기로 시청자에게 웃음을 안겼지만, 작품 후반에는 신뢰에 금이 가는 일이 생기면서 관계성도 변화했다. 이야기 흐름 속 달라지는 부부의 분위기를 오정세는 어떤 생각을 갖고 연기하고자 했을지 궁금했다. 오정세는 "남들이 봤을 때 박경세는 성공한 사람이지만 더 영화를 못 찍을 수 있고 불안감으로 꽉 찬, 그래서 성공이 뭔지 모르지만 1등 하고 싶고 뒤처지지 않으려는 친구였던 거 같다. 고혜진은 그런 박경세를 옆에서 든든한 버팀목 같은 모습이 둘의 설정인 거 같았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저는 앞만 보고 가는데, 혜진이 '너 이거 잘못된 길이야. 정신 차려'라고 지적해주니 그제야 깨닫고, 결국 마음속 평온을 '3등만 하는 길'로 찾은 거 같다. '1등 하는 것이 나의 족쇄였구나' '미안했어' 고백하는 정서로 그려온 거 같다"라고 설명했다.

모자무싸 오정세 스틸 / 스튜디오 피닉스, SLL, 스튜디오 플로우 제공


그렇다면 1등도 2등도 아닌, 박경세가 말하는 3등의 삶이란 뭘까. 또 오정세가 생각하는 3등은 어떤 의미일까. 그는 "1등은 너무 부담스러울 거 같다. 사실 저는 제 생일파티도 부담스러워한다. 그렇다고 2등은 위안을 많이 받으면서 또 다른 의미의 주목을 받을 거 같고. 그런데 3등은 사이드에 있지만 일적으로 성취감도 느낄 수 있을 거 같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모자무싸'는 저마다 각자의 무가치함과 싸우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극 중 박경세가 치열하게 싸운 무가치함에 대해, 오정세는 "'1등만 할래'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래서 자신이 무엇을 하든 무가치하게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라며 "도움받지 않고 무조건 내 힘으로 할래, 혹은 남들의 시선. 그 안에 열등감, 불안감, 초조함, 피해의식 등 복합적으로 담긴 거 같다"라고 답했다.

캐릭터만 아니라 오정세란 사람에게도 무가치함을 느꼈던 순간이 있었을까. 오정세는 "가만히 생각해 보면 오디션 때 떨어져서 무가치하네가 아니라 속상한 정도였다. 기획한 대로 안 됐거나 존재 자체가 무가치하네란 감정으로 있었던 건 많이 없었다. '그럼에도 올라갈 수 있어' '앞으로 갈 수 있어'하며 안 힘들려고 스스로를 위안하며 살아왔던 거 같다"라며 기복 없는 삶을 위해 자신을 다독여왔다고 밝혔다.

끝으로 스스로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입장에서 시청자에게 어떤 말이 하고 싶냐고 물었다. 오정세는 "저는 위로도 위안도 많이 받았다. 생각할 거리도 많고 과거도 생각나고 고마운 작품으로 남았다. 혹시 어딘가에서 무가치함과 싸우는 분이 계신다면 저희 '모자무싸'를 시청해보시면 어떨까 말씀드리고 싶다"라며 시청을 독려했다.

"모두가 아프지말고 외로워하지 말고 늙어죽으시길."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ent@stoo.com]
스투 주요뉴스
최신 뉴스
포토 뉴스

기사 목록

스포츠투데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