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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씽' 엄태구, 죽을힘을 다해 귀엽게…"몸으로 부딪혔죠" [인터뷰]
작성 : 2026년 06월 03일(수) 08:01

와일드 씽 엄태구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배우 엄태구가 제대로 망가졌다. 코미디와 랩, 높은 텐션의 안무까지 소화해야 하는 '와일드 씽' 속 캐릭터 구상구를 통해서다.

3일 개봉된 영화 '와일드 씽'(감독 손재곤·제작 어바웃필름)은 한때 가요계를 휩쓸었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려 하루아침에 해체된 3인조 혼성 댄스 그룹 '트라이앵글'이 20년 만에 찾아온 재기의 기회를 잡기 위해 무모한 도전을 벌이는 코미디 영화다.

엄태구는 극 중 트라이앵글 래퍼이자 막내 상구 역을 열연했다. 프리 스타일랩부터 강렬한 랩까지 소화했다.

엄태구가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명료했다. 대본 자체가 지닌 재미와 감독에 대한 신뢰, 그리고 배우 강동원의 존재였다. 그는 "대본이 너무 재밌었다. 저 말고 누군가가 했어도 분명히 재밌을 작품이었다. 감독님 미팅을 했을 때도 너무 좋고 부드러우셨다. 결정적으로 현오 역에 강동원 선배가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듣고 더 해보고 싶었다. 10년 전에 같이 '가려진 시간'이란 작품을 해봤던 터라, 강동원 선배 자체와 다시 호흡을 맞춰보고 싶었다. 선배가 무대 위에서 춤을 추시니까, 제가 옆에서 랩을 하면 정말 재밌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과거 영화 '가려진 시간'을 함께할 당시에는 강동원의 연락처도 알지 못했다는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작은 용기를 냈다고. 엄태구는 "강동원 선배랑 완벽하게 친해지기 성공은 못 한 것 같다.(웃음) 그래도 이번에는 좀 달랐던 게, 처음으로 문자도 드렸다. 첫 문자를 보낼 때는 긴장되고 썼다 지웠다 하느라 한 시간이나 걸렸다. 워낙 대선배님이시라 조심스러웠다. 정확한 문구는 기억이 안 나지만 따뜻하게 답변을 보내주셨고, '잘 부탁드린다'는 말을 건넬 수 있었다"는 비하인드도 전해 웃음을 안겼다.


인터뷰 내내 조용하고 차분하게 말을 이어가는 모습은 "어떻게 '와일드 씽' 상구 역을 해냈을까"라는 물음표를 떠올리게 했다. 극 중 래퍼 캐릭터를 맡은 그는 비주얼부터 파격적이다. 번뜩이는 가발과 화려한 의상은 분장팀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결과물이었고, 엄태구는 이를 "코미디 영화에서 큰 무기를 얻은 기분"이라며 공을 돌렸다.

"모든 게 다 부담이었어요. 코미디라는 장르, 랩, 안무, 텐션 높은 캐릭터까지 전부요. 그중에서도 코미디가 가장 큰 부담이었습니다. 머리로만 어렵다고 알고 있던 걸 막상 몸으로 부딪쳐 보니, 누군가를 웃긴다는 게 진짜 어렵고 대단한 일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죠".

무대 위에서 능청스럽게 윙크를 날리고 귀여운 표정을 짓는 상구의 모습은 배우 박지현조차 위기 의식을 느끼게 했다. 엄태구는 그 전말을 묻자 "거울을 보고 따로 연습한 적이 없다. 원래 대본상으로는 귀여운 척을 하는 캐릭터가 아니었다. 현장에서 가발과 의상을 입고 안무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다 '귀엽게 가보자'고 의견이 모였다. 슛 들어가기 직전에 나 어떡하지 싶더라. 내가 지금 여기서 귀엽지 않으면 차라리 죽겠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임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귀여운 척은 다 끄집어내서 한 것 같다"고 고백했다.

현장에서 민망함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달렸다는 그는 모니터링을 할 때만큼은 엄격했다. 엄태구는 "내가 정말 즐기고 있는 건지, 억지스럽거나 어색하진 않은지 위주로만 봤다. 어떤 테이크는 내가 조금 즐기는 것 같았고, 어떤 테이크는 너무 과한가 싶기도 했다. 4~5살 어린아이처럼 무대 위에서 완전히 논다고 생각하며 캐릭터를 구축했다"라며 "랩 발성 연습 영상 같은 개인 소장 비디오는 쑥스러워서 곧 다 지울 예정"이라고 털어놔 웃음을 안겼다.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강렬하게 자신을 내려놓은 작품이지만, 그는 의외로 담담했다. 배우로서 망가짐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는 엄태구다. 오히려 화면 속 자신의 연기가 어색하게 나올 때가 제일 괴롭다는 그의 말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오랜 시간 내향인의 대명사로 꼽혀온 엄태구는 예능 프로그램 '워크맨'을 진행하며 스스로 많이 유연해졌다고 자평했다.

"예전에 비해 많이 밝아진 것 같아요. 이 직업을 하면서 느끼는 분명한 해방감이 있죠. 함께 일하는 현장에서 제가 말을 안 하면 주변에 피해를 주는 것 같았고, 다 같이 웃으며 일하는 게 좋잖아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장난도 치고 농담도 건네다 보니 성격이 조금씩 바뀐 것 같아요. 특히 '워크맨'을 매주 촬영하면서 많은 스태프들과 대화하는 상황 속에 자연스럽게 훈련이 됐어요. 얼마 전 '빠더너스'를 찍을 때도 긴장하지 않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왔죠. 이젠 예전처럼 긴장되지는 않아요. 매일이 행복합니다. 대중분들이 저를 내향인의 아이콘처럼 보시는데, 현장에서는 말도 잘하고 장난도 많이 쳐요".(웃음)


과거의 선택에 대한 소회와 앞으로의 포부도 전했다. 그는 "10년 전 인터뷰할 때도 밝혔지만, 영화 '밀정' 전에는 성향이 안 맞는 것 같아 연기를 그만두려 했다. 하지만 이후 대중적인 인지도를 떠나 대선배님들과 작업하며 '내가 그동안 잘못 해온 게 아니구나'라는 확신을 얻었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눈을 빛냈다.

다음엔 어떤 옷을 입고 싶냐는 질문에 그는 생전 처음으로 구체적인 소망이 생겼다고 답했다. 엄태구는 "그동안은 하고 싶은 역할이 있냐고 물어보면 한 번도 답한 적이 없었는데, 오늘 딱 든 생각이 있다. 로커를 해보고 싶다. 진지한 음악을 하는 락커 역할을 해보고 싶다. 이번에 랩을 배운 것처럼 새로운 영역을 배워나가는 그 과정 자체가 저에겐 큰 재미인 것 같다"고 수줍게 말했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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