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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박해수, 인물에 완전히 녹아든 순간 [인터뷰]
작성 : 2026년 06월 02일(화) 07:00

허수아비 박해수 / 사진=BH엔터테인먼트

[스포츠투데이 정예원 기자] 배우에게 보낼 수 있는 최고의 찬사는 '캐릭터 그 자체였다'가 아닐까. 박해수가 쌓아온 시간과 내공, 자만하지 않는 태도에 따라온 고뇌는 화면을 장악하며 '진짜 배우'를 목도하게 만들었다.

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는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을 수사하던 형사가 자신이 혐오하던 놈과 뜻밖의 공조 관계를 맺으면서 펼쳐지는 범죄 수사 스릴러다. 박해수는 집요한 관찰력과 직감으로 사건의 본질을 파고들지만, 30년 전 강성연쇄살인사건에서 진실을 끝까지 지켜내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짊어지고 살아온 강력계 형사 출신 프로파일러 강태주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먼저 그는 "예상을 못했는데 큰 사랑을 받아 놀랐다"며 "동료 배우들, 친인척 등 주변에서도 정말 많은 피드백이 오더라. 작품이 잘되고 있단 걸 새삼 느꼈다. 오랜만에 TV 드라마를 하다 보니 시청률에 대해 잘 몰랐는데 감사하고, 굉장히 기분 좋은 인터뷰다. 어머니로부터 '기자님들께 최대한 겸손하게 마음을 잘 전하고 오라'는 장문의 문자도 받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허수아비'는 최종회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 8.1%(닐슨코리아 기준)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를 두곤 "잘 몰라서 고민을 안 하다 상승곡선을 타니 '어떻게 되는 거야?' 싶더라.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다. 살짝 주춤할 땐 '더 올라야 하는 거 아닌가' 싶고(웃음). 그러던 어느 날 혼자 글을 써 내려갔다. '내가 이 작품에 참여한 의도를 생각하자'고"라는 진솔한 마음을 털어놨다.

현실 반응에 대해서도 들어봤다. "첫 방송 후 장을 보러 스타필드에 갔는데 마스크를 썼는데도 알아봐주셨다. TV 드라마는 부모님, 친인척, 시골에 계신 할머니까지 보실 수 있다는 게 좋은 것 같다. 어머니께서 작품을 보시면서 제가 나온 장면이 아닌데도 엄청 우셨다. 아내에게 전화해 '그때의 청년들, 아파했던 사람들이 너무 불쌍하다'고 하셨다더라. 그만큼 많은 분들이 오랜 시간 몰입해주신 작품이란 걸 체감했다."

사실 '허수아비'는 두려움으로 시작한 작품이었다.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땐 진지하게 고민을 많이 했다. 역할이 제가 가진 역량을 넘어서는 것 같았다. 앞으로 겪어야 할 것들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감독님을 믿었고, 작가님의 기획 의도가 도전의식을 불러일으켰다. 이희준, 곽선영 등 배우들에 대한 신뢰도 컸다. 힘든 걸 나누면서 해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이야기가 잘 나온 것 같다."

작품 선택엔 강태주란 인물의 특성도 기여했다. "처음 접했을 땐 정의로운 인간인지, 진실을 쫓는 인간인지 고민했다. 제가 본 강태주는 미성숙하고 흔들리면서도 형사가 가져야 하는 태도가 있다고 생각했다. 부단히 삐그덕거리는 인물이라고 봤다. 과거의 감정을 숨기며 살아왔고, 완벽한 형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 매력을 느꼈다."

허수아비 박해수 / 사진=BH엔터테인먼트


'허수아비'와 마찬가지로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을 다룬 영화 '살인의 추억'도 참고했다고.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하고, 선배님들의 연기를 보고 미친 듯한 에너지를 얻고 싶었다. 같은 배경인 만큼 공부를 많이 했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던 건 아니다."

뜨거웠던 여름만큼 현장의 에너지도 엄청났단다. "촬영을 하면서 공기가 다르다는 걸 느꼈다. 작품 특성상 굉장히 타이트하게 찍어야 더 효과적이더라. 몰아서 할 때 나오는 배우들의 에너지가 있다. 현장은 너무 행복했다. 감독님의 그릇 덕인 것 같다. 정말 모든 스태프 하나하나를, 인간을 사랑하시더라. 모두가 '이건 내 작품이다'란 마음으로 임하셨다. 스태프분들은 땀 때문에 옷을 네 번씩 갈아입으셨는데, 너무 더우니 중간에 쉬는 시간을 주셨다. 즐겁고 웃음이 끊이지 않지만 슛 들어가는 순간 뜨거워졌다. 감독님과 손발 맞춰온 스태프분들의 역량이 크다는 걸 느꼈다. 기이하고 행복한 경험이었다. 촬영 때문에 지방을 많이 돌아다녔는데 먹먹하고 힘들면서도 힐링이 많이 된 드라마다."

극 중 강태주와 차시영(이희준)은 앙숙이지만 지독하게 엮이는 사이다. "학교폭력 피해자와 가해자이기 전, 쌓아온 감정들의 공통분모가 있던 것 같다"던 박해수는 "친하고, 기대고, 끊어지기도 하고. 시영에게도 너무나 아픈 과거가 있지 않나. 연기를 하면서도 시영을 미워한 적은 없다. 그래도 희망을 보고 싶은 기대감이 있었는데 그게 계속 무너지더라"라고 돌아봤다.

투톱 주인공을 맡은 이희준과의 호흡도 특별했다. "이 작품에서 가장 깊게, 뜨겁게 만난 것 같다. 작품을 제안받았을 때가 고민이 많던 시기였다. 연기가 너무 어렵고, 허세 부리는 것처럼 연기하는 제 모습이 싫었다. 보이는 것과 실제 배우들의 감정은 좀 다른 면이 존재한다. 사람으로서 더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를 못 잡고 있나, '나 연기 잘해'라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나 걱정이 들었다. 얇은 가면을 쓰고 있는 느낌인 것"이라고 떠올렸다.

이어 "그런데 희준이 형과 함께하면서 에너지를 그대로 받았다. 좀 웃기지만 연습실에서 즉흥 연기도 같이 했다. 내가 아버지가 될게, 하고 싶은 말 해봐 하면서. 이런 건 서로 친하지 않으면 부끄러워서 못한다. 발가벗은 느낌을 받아도 상관없는 관계라 가능했던 것 같다. 형이 능력 있고 열심히 하고 재밌는 배우라 감사하다. 앞으로 10년, 20년 더 같이 하려면 건강해야 할 것 같다"고 마음을 표했다.

두 사람의 관계에서 BL 분위기가 느껴진다는 반응에도 "알고 있었다"고 답했다. "전 좀 다르게 받아들였다. 서로 사랑한다는 느낌은 전혀 못 받았다. 악몽으로 다시 날 끌고 오는 것 같은 느낌, 아주 어릴 때로 돌아간 느낌이랄까. 서로의 호흡으로 맞춰나갔다."

허수아비 박해수 / 사진=BH엔터테인먼트


드라마의 하이라이트, '진범' 이기환(정문성)도 짚었다. "누군지 알고 있는데도 보면서 소리를 질렀다. 감독님께서 편집을 여러 번하시면서 범인을 우상화시키지 않으신 것 같아 좋았다. '기대했지?' 느낌으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전단지 붙이듯 팍 나오는 게 매력적이었다. 센스가 장난 아니시다. 같이 보던 정문성 선배님 본인도 놀라셨다(웃음). 1회부터 6회까지 다시 보면 기환이 재밌다는 듯 태주를 관찰하는 걸 느끼실 수 있다."

OST '잊혀지는 것'을 부르게 된 계기도 밝혔다. "노래를 정말 잘하는 배우들이 저희 팀에 많다. 감독님께서 '이 노래가 OST로 나올지도 모르는데 부를 수 있겠냐'고 물어보셨다. 가사가 너무나도 와닿았다. 사실 내가 연기할 때 내 목소리가 노래로 흘러나오는 건 상상도 못 해봤다. 그래도 잘 써주시겠지 하면서 믿고 불렀다. 얇은 바이브레이션 같은 건 다 빼고 깔끔하게, 보시는 데 방해되지 않도록. 다음에도 OST 제안을 받으면 얼마든지 수락할 생각이 있다."

'허수아비'는 통쾌한 '사이다'보다 현실의 갑갑함을 그대로 표현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에 대해선 "작가님과 감독님의 역량으로 충분히 사이다를 드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감독님께서 '우리 작품이 그렇게 가는 건 아닌 것 같다' '문제를 문제로 여기는 것, 잊히지 않는 것에 대해 다뤄야 오래 남을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저도 알고 시작했다. 연기를 하면서 너무 답답해 미칠 것 같은 감정도 들었으나, 지나고 보니 불완전한 인간을 잘 보여줬더라"라고 언급했다.

끝으로 박해수는 태주를 떠나보내는 소회를 전했다. "참 신기하다. 촬영을 마치고 시간이 꽤 흘러 잊고 지내다, 방송이 시작되니 다시 인물에게 들어가게 되더라. 방송 내내 소용돌이가 쳤다. 작품은 잊혀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메시지는 남았으면 좋겠다. 정말 감사드린다."

[스포츠투데이 정예원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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