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신서영 기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팬들의 싸늘한 시선 속에 결국 물러난다. 이제는 홍명보 감독이 월드컵 무대에서 증명해야 할 시간이 됐다.
정몽규 회장은 29일 성명서를 내고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이후 축구협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고자 한다"며 "대표팀이 본선에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협회장으로서 마지막 소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협회를 맡아 운영하는 동안 여러 논란과 비판이 있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모든 것은 다 제 부덕의 소치"라고 덧붙였다.
2013년 제52대 대한축구협회장으로 취임한 정 회장은 이후 55대까지 4선에 성공하며 13년 동안 한국 축구 행정을 이끌었다. 하지만 그는 재임 기간 내내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 축구 팬들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
정 회장은 지난 2023년 3월 우루과이와 평가전 직전 승부조작 등으로 징계를 받은 축구인 100명을 기습 사면해 거센 반발을 샀다. 이후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 및 경질 과정,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을 두고 불공정 의혹 등 잡음이 쏟아졌다.
여기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2024년 대한축구협회를 상대로 특정감사를 실시한 뒤 정몽규 회장에 대해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하면서 논란은 더욱 가중됐다.
정 회장은 자신을 향한 비판 여론 속에서도 꿋꿋하게 회장직에서 버텼다. 지난해 2월에는 85.6%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으며 4선까지 성공했다. 그러나 문체부와 법정 다툼이 장기화되고 팬들의 반감이 커지면서 결국 사퇴를 결정했다.
문제는 대표팀을 향한 관심 역시 싸늘히 식었다는 점이다. 북중미 월드컵 개막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고 믿기지 않을 만큼 이전과 같은 뜨거운 열기는 좀처런 느껴지지 않는다.
한국 축구에 등을 돌린 팬들은 경기장을 향한 발길도 끊었다. 한때 매진 행렬을 이어가던 A매치도 최근에는 빈자리가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해 10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파라과이전 관중은 2만 2206명에 불과했고, 11월 가나전 역시 3만 3256명만이 경기장을 찾았다. 6만 명 이상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 규모를 고려하면 기대에 못 미치는 수치였다.
대표팀 주장 손흥민도 팬들의 응원을 호소했다. 그는 최근 FIFA와 인터뷰를 통해 "팬분들께 꼭 부탁드리고 싶다. 변함없이 열정적으로 응원해 주시고, 곁에서 격려해 주신다면 저는 선수들을 이끌고 두려움 없이 월드컵에 임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 국민들의 응원이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된다.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모두의 마음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대표팀을 향한 우려는 여전하다. 홍명보 감독 체제에서 한국 대표팀은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지만 최근 성적표는 의문이 따르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7월 안방에서 열린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선 일본에 밀려 준우승했고, 10월 브라질과 평가전에선 0-5로 참패를 당했다. 가장 최근 A매치인 코트디부아르(0-4 패), 오스트리아(0-1 패)전에서도 무기력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연패에 그쳤다.
특히 월드컵 직전까지 완성되지 않은 스리백 전술을 고집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홍 감독은 동아시안컵 이후 스리백 전술을 지속적으로 활용해왔다. 그러나 매 경기마다 스리백 전술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며 무너졌다.
이미 실패한 경험이 있는 홍 감독을 다시 선임한 것 자체를 두고도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에도 대표팀을 이끌었지만 조별리그에서 1무 2패에 그치며 탈락한 바 있다.
외신 역시 냉정한 평가를 내놨다. 영국 가디언은 최근 월드컵 프리뷰 기사에서 "한국 대표팀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했지만 이후 대표팀 운영은 행정적으로 혼란스러웠다"며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임명한 클린스만 감독은 1년도 채 되지 않아 경질됐고, 후임으로 부임한 홍명보 감독은 선발 과정에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홍 감독은 언론과 국민의 지지라는 중요한 동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며 "그는 이미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 무승으로 대회를 마쳤다. 그가 이번 대회에서 과거의 악몽을 떨쳐낼 수 있을지 묻는다면 솔직히 전망은 어둡다"고 내다봤다.
홍명보호는 지난 18일 미국 솔트레이트시티로 이동해 사전 캠프를 시작했다. 오는 31일 트리니다드토바고, 내달 4일 엘살바도르와 두 차례 평가전을 치른 뒤 6월 5일 베이스 캠프가 마련된 멕시코 과달라하라로 이동해 본격적인 월드컵 준비에 돌입한다.
북중미 월드컵 A조에 편성된 한국은 한국시각으로 6월 12일 오전 11시 체코, 19일 오전 10시 멕시코, 25일 오전 10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조별리그를 치른다. 사상 첫 원정 월드컵 8강 진출에 도전하지만 비판과 무관심 속에서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결국 팬들의 신뢰를 되찾기 위한 방법은 결과로 증명하는 것뿐이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 홍명보호가 모든 잡음을 떨쳐내고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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