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철저한 자기관리와 노력. '전지현'이라는 자신만의 브랜드로 영리하게 필모그래피를 채워가고 있다. 11년 만에 선보인 영화 '군체'로 칸 레드카펫을 밟고 오랜 시간 지켜온 배우로서의 뚝심과 철학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영화 '군체'(감독 연상호·제작 와우포인트)는 원인 불명의 감염 사태로 폐쇄된 건물 내 생존자들이 진화하는 감염자들과 사투를 벌이는 과정을 다룬 영화다.
전지현은 극 중 생명공학자이자 교수 권세정 역을 맡았다. 뛰어난 상황 파악과 브레인으로 생존자들의 리더 격으로 좀비와 사투를 벌인다. 영화의 중심을 잡고 관객들이 서사를 따라오게끔 만드는 역할이었다.
전지현은 자신이 맡은 권세정 역에 대해 "권세정은 영화의 중심인데 관객들이 따라가게끔하고, 여러 상황 속 내리는 선택들을 관객들이 같이 고민하고 이해시켜야하는 캐릭터라, 캐릭터로서 보여주기엔 아쉬운 지점은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럼에도 "중심을 잘 잡아줬다는 평이 있을 때 가장 기분이 좋았다"며 작품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전지현이 11년이라는 긴 공백을 깨고 복귀작으로 '군체'를 선택한 결정적인 계기는 연상호 감독을 향한 단단한 믿음이었다. 전지현은 "배우가 작품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목표를 이뤄야지 하는 건 없고, 이런 작품에 출연하고 싶었고, 연상호 감독이라는 자체가 배우로서 이룰 수 있는 목표였다"며 "대본을 받는 순간, 연상호 감독에게 작품이 들어왔다. 무조건 한다였다"고 당시의 확신을 회상했다.
특히 연상호 감독의 연출 스타일에 대해 "사람으로서의 인간미를 느낀 것 같다. 많은 작품들 중에서 여성 캐릭터 위주의 작품들이 많았다. 저도 여자로서 잘 할 수 있겠다, 배우로서도 욕심도 났다"며 "감독님이 다작을 하시는데, 배우로서는 영화 산업계에서 감독님같은 존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촬영 현장에서 느낀 연상호 감독과의 호흡도 기대 이상이었다. 전지현은 "감독님이 가지고 있는 색깔, 인간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불편한 감정을 감독님식으로 이야기했던 것 같다. 어두운 부분들도 있고, 편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현장이 너무 편안하고, 즐거웠다. 의외였고, 이래서 배우들이 작업을 하는 구나 싶었다"며 "자연스럽게 감독님 다음 작품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신뢰는 칸 영화제 공식 초청을 기점으로 더욱 공고해졌다. 이번 칸 영화제는 생애 세 번째 방문이자, 한국 영화로는 처음으로 정식 초청돼 밟은 뜻깊은 무대였다. 전지현은 "그동안 엠버서더, 해외 작품으로 초청돼 갔는데, 이렇게 정식으로 가니까 제가 봤던 칸은 칸이 아니었던 거다. 배우로서 동기부여도 되고 더 많이 느낀 것 같다"는 소회를 밝혔다.
"너무 감동을 받았어요. 감독님에 대한 고마움이 들어서 다음 작품은 시나리오 보지 않고 무조건 할 거야라는 감사함이 생긴 것 같아요(웃음). 감독님 덕분에 꿈을 이뤄서 그것에 대한 감사함이 큽니다. 이런 영광을 감독님에게 돌리고 싶네요".
'원조 액션'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연상호 감독으로부터 '한국의 샤를리즈 테론'이라는 찬사를 받은 것에 대해서도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전지현은 "어렸을 때부터 배우는 연기를 잘해야하는거고 남다른 차별점이 있어야 될 텐데라는 생각을 했다. 시장의 영역을 넓히는 게 배우로서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해외 작품들을 하려고 노력했고, 액션으로써 전달할 수 있는 작품에 도전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감독님의 비유에 대해서도 털털하게 즉답했다. 전지현은 "샤를리즈 테론 같은 액션. 어우 자신있다. 운동을 열심히 잘 하고 있다. 몸은 쓰면 쓸수록 발달하는 거다. 오늘도 운동하고 왔다"며 웃었다.
이번 영화를 통해 느낀 스크린에 대한 갈증은 11년이라는 공백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전지현은 "영화 산업 자체가 많이 바뀌지 않았냐. 제작 환경, 편수도 많이 줄어들고 그러다보니까 시나리오를 검토할 기회가 주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드라마에 집중하게 된 거다"라며 그간의 공백 이유를 밝혔다. 이어 "영화는 책임감이 드는 이유가 내가 하고 싶은 거보다 관객이 보고 싶은 걸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시간을 들고 돈을 주고 보러가는게 쉽지 않지 않냐. 그런 부분에서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해 보고 싶은 영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항상 있다. 오랜만에 영화를 하니까 자주 영화 하고 싶다. 11년 만이라는 생각을 못했는데, 이렇게 오랜만에 하다보니 시간이 아까웠다 싶었다"라며 향후 활발한 영화 활동을 예고했다.
최근 영화 홍보를 위해 유튜브와 예능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출연하며 대중과 소통에 나섰던 전지현이다. 그는 "안해야지 하는건 아니었는데, 배우들은 예능에 나갈 기회가 홍보 아니면 기회가 없지 않냐. 영화를 오랜만에 하기도 했고, 유튜브를 홍보 수단으로 하는 게 많이 달라졌다. 원래도 홍보를 열심히 하는 사람이고, 단지 영화가 오랜만이었다"고 설명했다.
오랜 시간 대중에게 최고의 브랜드로 소비되며 롱런하는 비결에 대해서는 '꾸준함'과 '성실한 삶'을 꼽았다. 전지현은 "모든 것들의 꾸준함 속에서 발전이 있다고 생각한다. 또 그게 가장 어렵다고 생각한다. 제 삶에 있어서 뭐든지 꾸준함이 없다면 발전이 없다고 생각하고, 배우 전지현으로서도 성과가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싶다"며 "그러려면 먼저 사람 전지현이 잘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다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단단한 내면을 드러냈다.
"매일매일을 열심히 살아요. 일주일에 하루정도는 편안하게 살 수 있지만, 점점 나이가 들고 생활을 하다보니까 너무 잠을 많이 자거나, 배부르게 먹거나, 사고 싶은 거 다 사는 게 별로 같더라고요. 사람을 대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요하지 않은 연락도 없어요. 대충 사는 사람보다 열심히 사는 사람이 되려는 거에요"(웃음).
현장에서도 칼 같은 그다. 전지현은 "일찍 도착하고 혼신을 다하고 열심히 한다. 말 나올 행동을 절대 하지 않는다. 촬영이 끝나면 영원히 안 볼 사람처럼 헤어진다(웃음). 혼신의 힘을 다했기에 딱 된다"라며 "평상시에 이 사람과 연락을 하고 밥 먹고 그런 것도 중요하지만, 내 삶에 집중하고 살다보면 더 좋은 자리에서 만나 좋은 영향을 갖게 되더라"고 자신만의 인간관계 철학을 전했다.
이어 "밸런스를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과 가정, 개인 생활. 사람자체가 누구나 밸런스를 유지하는 게 어려운 것 같다. 그걸 잘 유지해야한다. 어렸을 때부터 활동을 해서 그런지 저를 보여주는 것이 익숙하지 않고 편하지 않다. 편할 필요도 없는 것 같다"라며 '톱스타'라는 의식 대신 삶의 균형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전지현은 연기를 통해 끊임없이 성장하는 즐거움과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그는 "캐릭터 속에서 성장해왔고, 배워왔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청와대를 간 적이 있었는데 너무 자연스럽더라. 내가 왜 자연스러운 에티튜드를 취할 수 있지 싶었는데, 전작인 '북극성'의 서문주를 하면서였다. 촬영하면서 배웠고 자연스러워졌다. 서문주를 연기한 전지현이 자연스럽게 나온 거다"라며 웃었다.
"나이에 맞는 캐릭터들을 하고 싶어요. 지금도 마찬가지로, 지금 내가 담을 수 있는 감정,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을 만나보고 싶습니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