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정예원 기자] 먹먹하고 씁쓸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담아냈다. 26일 종영한 '허수아비'가 작품성과 화제성을 동시에 잡으며 의미 있는 마침표를 찍었다.
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는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을 쫓던 형사가 끝내 가장 증오하던 인물과 손을 잡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범죄 스릴러다.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하며 방송 전부터 관심을 받았다.
극의 중심에는 30년 전 사건에 대한 죄책감을 가진 강태주(박해수)가 있었다. 그는 진범 이용우(정문성)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과거의 왜곡된 진실을 바로잡기 위한 마지막 싸움에 뛰어든다. 강태주와 앙숙인 차시영(이희준)은 반대였다. 삐뚤어진 열등감과 권력욕 속 사건 해결보다 자신의 입지를 지키는 데 몰두했다. 두 인물의 첨예한 대립은 극 전반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작품의 백미는 '진범 찾기'였다. 중반부까지 범인의 정체가 철저히 베일에 가려졌고, 매회 새로운 단서가 등장하며 추리의 재미를 극대화했다. 그러던 중 8회에서 이기범(송건희)의 친형 이기환(정문성)이 진범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며 강렬한 반전을 선사했다.
특히 범인이 밝혀진 뒤에도 힘을 잃지 않았다는 점에서 호평이 이어졌다. 이후 서사와 인물들의 뒤틀린 욕망, 무너진 정의 등을 그려내며 긴장감을 유지했다. 국내 드라마에서 많이 보던 '전형적 해피엔딩'이 아닌, 누구도 처벌 받지 않은 결말 역시 "지독하게 현실적이라 더 좋았다"는 반응을 얻었다.
'허수아비'는 작가, 감독, 배우 삼박자가 완벽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탄탄한 대본과 디테일한 연출은 배우들의 연기와 맞물려 시너지를 냈다. 박해수와 이희준을 비롯해 곽선영, 정문성, 송건희, 서지혜, 유승목, 허정도, 백현진 등도 빈틈없는 연기 앙상블로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첫 회 2.9%(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출발한 시청률은 최종회 8.1%까지 상승하며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 아름다운 마무리를 완성했다.
'허수아비'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결코 가볍지 않은 작품이었다. 가벼우면서도 자극적인 콘텐츠가 주류가 된 시대, 묵직한 메시지를 담은 장르물은 부담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배우들의 밀도 높은 열연과 긴장감 넘치는 전개, 전형성을 탈피한 결말이 호평을 이끌어내며 '웰메이드 드라마'란 평가를 얻었다.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은 피해자와 유가족은 물론 국민 모두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 비극이었다. 사건 발생 40여 년이 흐른 지금, 진범은 밝혀졌고 억울한 옥살이를 한 피해자는 누명을 벗었다. 하지만 경찰의 부실 수사와 강압 수사라는 상처는 완전히 지워지지 않았다.
결국 '허수아비'는 단순한 범죄 스릴러를 넘어, 비극의 시간을 견뎌낸 사람들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작품으로 남게 됐다. 시청률과 화제성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드라마 이상의 가치를 보여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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