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정예원 기자] 사랑스러운 매력이 한도를 초과했다. '청춘시대' 송지원부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우영우, '원더풀스' 은채니까지. 박은빈의 무한 변신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원더풀스'는 1999년 세기말, 우연히 초능력을 가지게 된 동네 모지리들이 평화를 위협하는 빌런에 맞서 세상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초능력 코믹 어드벤처다. 박은빈은 극 중 해성시 공식 '개차반'이자 유명 맛집 큰손식당의 손녀 은채니 역을 맡아 극을 이끌었다.
먼저 그는 "촬영을 마치고 시청자분들께 닿기까지 꽤 시간이 필요한 작품이었다. 처음부터의 과정이 새삼스럽게 떠오르더라. 여러 기억과 감정이 혼재한 상태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사실 좀 특별하게 시작한 작품이었다. 감독님과의 인연이 계기가 돼 불을 지필 수 있던 프로젝트"라며 "'우영우'를 한창 촬영할 때 원래 준비하던 것 대신 '우영우'를 하게 되셨다는 걸 듣게 됐다. '우영우'가 잘되며 해외 시상식에 자주 다녀왔고, 비행시간에 감독님과 작품 얘기를 나눴다. 가볍게 한 번 읽어보라고 시나리오를 주셨는데 정말 신묘한 대본이었다. 연기하기 쉽지 않겠지만 잘 살리면 정이 갈 수 있겠다 생각했다"고 출연 계기를 설명했다.
엉뚱하고 특이한 은채니를 연기하는 건 단순하지 않았다. "무신경하고 퉁명스러운, 무덤덤한 버전도 생각을 하긴 했다. 작품이 생각보다 가벼운 얘기만 다루는 게 아니라 꽤 깊숙한 부분도 다룬다. 한 신 안에서도 해야 할 게 굉장히 많더라. 톤이나 무드가 어두워질 수 있는 부분을 돌파해야겠다고 느꼈다. 채니가 다운되면 전반적으로 고요해지는 느낌이 들더라. 최대한 일관적으로 가져가려 노력했다."
순간이동 초능력을 표현하기 위한 노력도 언급했다. "생각보다 더 신체를 많이 쓴 촬영이었다. 거의 모든 배우들이 그렇지만 먼지, 피, 땀을 달고 성치 못한 모습만 잔뜩 보였다. 액션을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저도 본격적으로 한 건 처음이었다"며 "초능력이란 게 안 보이는 것이 보인다고 생각을 해야 하고, 허공과 상호작용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배우로서 상상력을 많이 발휘했다. 어려운 기억이 미화되는 결과물이었다. 색다른 경험이 즐겁고 보람도 있고 뿌듯했다"고 소회를 전했다.
차은우, 최대훈, 임성재 등 '초능력 메이트'들과의 호흡도 들어봤다. "각자 장기가 너무 많은 분들이셨다. 웃기고자 하는 부담을 덜 수 있어 좋았다. 코믹 연기가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굳이 출사표를 내지 않아도 되겠다 싶었다"며 "타고난 부분도 많지만 그에 못지않게 준비해오는 것도 많으셔서 같이 웃으며 촬영했다. 지난해 5월 31일에 크랭크업해 벌써 일 년이 지났다. 기억이 가물가물하던 차 넷플릭스에서 메이킹 영상을 풀어주셔서 화기애애했던 분위기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우영우' 유인식 감독에 대한 믿음이 돋보였다. "약점들이 강점들로 이제 막 발아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 삐그덕거림이 더 매력적이지 않았나 싶다. 감독님께 '영웅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전 두 번째로 같이 힌 팀이라 적응이 빨라 다른 배우들과 스타트가 달랐다. 너무나 믿음이 가는 감독님과 제작팀이 계셨고, 잘 완성될 수 있을 거란 신뢰가 있었다."
박은빈이 채니에게 부러웠던 부분은 할머니 김전복(김해숙)의 존재였다고. "대본을 읽을 때부터 부러운 관계성이었다. 채니가 '응가응가'라고 불리면서 사랑받고 자랐기 때문에 그렇게 개차반으로 살 수 있었지 않나 싶다. 죽음 자체는 두렵지 않을 수 있어도 남겨진 사람들의 슬픔 때문에 죽고 싶지 않았던 것 아닐까 생각도 했다. 여러모로 그 관계성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며 "김해숙 선생님의 존재 자체가 제게 너무 많은 위로와 위안을 주셨다. 같이 연기하지 않는 부분에서도 비슷하게 맞춰주셨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아울러 "기본적으로 원더풀스는 선한 사람들의 이야기였던 것 같다. 제가 느끼기에 할머니뿐 아니라 식당 어머니들도 친이모처럼 채니에게 애정을 주셨다"고 덧붙였다.
촬영 비하인드도 들어볼 수 있었다. "이운정(차은우) 납치 장면은 정말 애드리브 파티였다. 개인적으로 작품이 취향에 맞으시면 애정 어린 시선으로, 웃음뿐 아니라 여운까지 같이 즐기실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모르지만 서로가 서로를 알아주고 기억하는 이야기란 게 훈훈했다. 짧은 시간에 정말 많은 일을 겪었고, 서로를 향한 마음에도 변화한 부분이 있었을 거다. 마지막 비행선에서 서로의 안전을 바라는 부분도 감동 포인트였다."
또한 "채니의 만두머리는 사실 가발이었다. 나이에 안 맞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채니는 27살이다. 브레이크가 고장난 마이웨이 성격이라 본인이 머리를 묶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 모습 덕에 귀엽게 봐주신 분들이 많았다. 가발임에도 너무 자연스럽게 잘 나와 헤어팀에게 감사했다"고 짚었다.
아역배우로 연기를 시작해 데뷔 30주년을 맞은 박은빈. 그는 "'돌아가서 바꾸고 싶은 과거가 있냐' 했을 때 '딱히 없다'고 대답했다. 나름 최선을 다해 살아왔는데, 굳이 바꿔서 얻을 미래가 의미가 있을까 싶더라"라며 "이젠 박은빈과 캐릭터를 분리할 수 있는 힘이 확고하게 생겼다. 에너지를 끌어와 쓰고, 또 금방 충전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자신했다.
'30'이란 숫자에 관한 생각도 밝혔다. "팬분들께서 되게 의미 있게 생각해주시더라. 돌이켜보니 29주년, 31주년 때완 느낌이 다를 것 같긴 했다. 올해 작품 두 개가 공개된다. 30년이나 포기하지 않고 잘 지내온 스스로를 이정표 삼고 싶은 욕심이 들더라. 남은 하반기에도 30주년 타이틀에 부끄럽지 않도록 잘 지내보려 한다."
연기를 통해 얻는 에너지도 설명했다. "캐릭터들에게 동력을 얻고 좋은 영향을 받는다. 채니라면 내가 고민하는 걸 안 했을 텐데 싶기도 하다. 수많은 캐릭터가 제 안에 잠재돼 있다. 저도 성장하고 새롭게 알아가는 부분들이 있다. 좋은 상호작용을 하는 중이다."
'원더풀스'의 시즌2 가능성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박은빈은 "일단 이 시리즈가 잘 돼야 하지 않을까. 더 많이 봐주시고, N차 시청해주시고. 디테일을 굉장히 열심히 챙긴 작품이다. 다시 보시면 '저런 장면이 있었어?' 하는 부분도 분명 있으실 것"이라고 귀띔했다.
끝으로 그는 '원더풀스'만의 관전 포인트를 전했다. "1990년대가 전 막 초등학생이 됐을 때라 당시의 분위기를 잘 못 느끼긴 했다. '이때 감성은 이랬구나' 생각이 들더라. 누구나 과거에 대한 그리움이 있지 않나. 지나간 향수를 느끼고 싶으신 분들이 작품을 맛보셨으면 좋겠다. 히어로물이라 결국 세상을 구해내는 담보된 엔딩이 있지만, 멋들어진 게 아니라 부족한 점을 가진 사람들이 연대해 지켜나가는 따스함을 느끼실 수 있다."
[스포츠투데이 정예원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