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스포츠
포토
스투툰
‘호프’의 ‘나머지’가 맞닥뜨린 어떤 당연한 세계에 관하여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작성 : 2026년 05월 26일(화) 17:59

사진=칸 국제영화제 공식SNS

[스포츠투데이 윤지혜 칼럼] 제79회 칸 국제영화제는 상당히 흥미로웠다. 한국인 최초로 박찬욱 감독이 심사 위원장에 위촉되는 일과 영화 ‘호프’의 감독 및 출연 배우 몇몇이 무례한 질문을 들어야 하는 일이 동시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I don’t know the rest of you but I’m wondering if the director could say…”
칸 국제영화제의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영화 ‘호프’의 공식 기자회견장에서 어느 기자가 던진 질문의 일부다. 사실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 기미는 첫 시작부터 충분했다. 영화 ‘호프’ 자체나 감독 및 함께한 모든 배우가 아니라, 두 배우 마이클 패스벤더와 알리시아 비칸데르를 향한 인사로 포문을 열었으니까.

여기에 실린 저열한 의도를 굳이 알아차려 주고 싶지 않지만 좀 더 정확한 비판을 위해 짚고 가보자면 백인, 서구권 배우들만 인지한 상태임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드러냈다고 하겠다. 이어진 내용은 더 가관이다. ‘나머지(the rest of you)’는 누군지 모르겠고, 감독에게 물어볼 것은 부부인 배우 마이클과 알리시아를 한 사람 비용으로 캐스팅하길 원했냐는 거다.

사진=DB


놀랍게도 이 자리에는 두 배우뿐 아니라 캐나다 출신 혼혈 배우인 테일러 러셀을 비롯해 배우 황정민과 조인성, 정호연이 있었고. 이들은 해당 기자의 질문 하나로 순식간에, 두 백인 배우가 부부인 덕을 단단히 본 감독과 그 옆에 앉은, 개런티조차 궁금하지 않은 ‘나머지’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되짚어 볼수록 놀라운 일이다. 알만한 위치에 놓인 사람이 알만한 장소에서 무지몽매한 사람의 말을 내뱉었다. 따라올 여파는 생각지 못한 것일까, 아니면 전혀 상관치 않았던 것일까. 추측건대 그토록 무례한 질문을 건넨 기자는 아예 감지조차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서구권 중심의 세계관은 자신에게 내재된, 너무도 확고하게 당연한 것이었을 테니.

무례를 무례로 생각 못 하고 긁히는 상대의 문제라고 여겼을 수도, 여전히 여기고 있을 수도 있다. 너무도 확고하게 당연한 세계를 가진 이들의 공통점으로, 기자였기에 한층 강력하게 발휘되었으리라. 진짜 비극은 정확한 비판과 지탄을 받아도 이 내재된 세계는 절대 깨지지 않을 거라는 사실이다. 이는 동시에 우리에게도 내재된 이 당연한 세계가 없는지, 그로 인해 무례가 무례인 줄 모르고 행하진 않는지 되짚어 보게 만든다.

[스포츠투데이 윤지혜 칼럼니스트 ent@stoo.com]
스투 주요뉴스
최신 뉴스
포토 뉴스

기사 목록

스포츠투데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