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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의 중심에 선 K-영화…연상호·나홍진·박찬욱이 만든 존재감 [ST포커스]
작성 : 2026년 05월 23일(토) 17:14

연상호, 나홍진, 박찬욱 감독 / 사진=DB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제79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의 존재감은 단순한 '초청' 이상의 의미로 읽힌다. 작품의 화제성이나 스타 마케팅을 넘어, 한국 영화가 이제는 칸이라는 국제 무대에서 여러 방식으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23일 폐막하는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는 세 갈래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연상호 감독은 대중 장르의 확장성을, 나홍진 감독은 작가주의적 실험성과 광기를, 박찬욱 감독은 세계 영화계 안에서의 신뢰와 권위를 상징했다.

먼저 관객과 만난 작품은 연상호 감독의 신작 '군체'다.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된 '군체'는 '부산행' 이후 다시 좀비 장르로 돌아온 연 감독의 복귀작이라는 점으로 현지 관심을 모았다. 상영 직후 7분 넘게 이어진 기립 박수 역시 단순한 팬서비스 차원의 반응이라기보다 한국형 장르 영화에 대한 글로벌 관객들의 높은 기대치를 방증한다.

사진=영화 군체 포스터


'군체'는 익숙한 좀비물 문법 안에서도 집단성과 인간 본능이라는 연 감독 특유의 문제의식을 밀도 있게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지현, 구교환, 지창욱, 신현빈, 김신록 등 배우들 역시 레드카펫 행사에서 큰 주목을 받으며 현장 열기를 더했다.

4년 만에 경쟁 부문에 진출한 나홍진 감독의 '호프'는 올해 칸의 가장 예측 불가능한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외신들은 이 영화를 두고 '극단적으로 호불호가 갈릴 작품'이라고 평가했지만, 동시에 이번 작품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를 자극하고 있다.

나홍진 감독은 늘 설명 가능한 세계보다 불안과 공포, 기괴함이 잠식한 세계를 구축해왔다. '곡성'이 그랬듯, '호프' 역시 단순 장르 문법보다 인간 내면의 원초적 공포와 불길함을 집요하게 응시할 가능성이 크다. 비무장지대 인근 마을이라는 공간적 설정 역시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더욱 흐릿하게 만든다.

사진=영화 호프 포스터


특히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 테일러 러셀, 알리시아 비칸데르, 마이클 패스벤더 등 국적을 넘나드는 배우 조합은 한국 영화가 이제 제작 규모와 캐스팅 측면에서도 글로벌 프로젝트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가운데 '호프'가 트로피를 거머쥘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3일 저녁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진행되는 폐막식에선 황금종려상을 비롯해 심사위원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등 경쟁 부문 수상작이 결정된다. 앞서 영국의 영화 전문 매체 스크린데일리는 평점 집계에서 '호프'를 경쟁작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작품성을 인정한 바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올해 칸 심사위원장을 맡은 박찬욱 감독이 있다. 한국인 최초의 칸 심사위원장이라는 상징성은 단순 기록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한국 영화가 이제는 세계 영화의 흐름과 기준을 논하는 위치까지 올라섰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박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선입견 없이 관객의 눈으로 영화를 보겠다"며, 심사 과정에서는 전문적 관점을 바탕으로 평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창작자인 동시에 비평적 시각을 갖춘 영화인으로서의 태도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과거 한국 영화가 칸 국제영화제에서 '새로운 발견'으로만 소비됐다면, 지금은 분위기가 다르다. 장르 영화도, 작가주의 영화도, 심사 시스템 안의 리더십도 모두 한국 영화인들이 맡고 있다. 올해 칸에서 드러난 풍경은 한국 영화의 일시적 유행이라기보다 오랜 시간 축적된 산업과 창작 역량이 세계 영화 시장 안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장면에 가깝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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