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박준화 감독이 자신이 연출을 맡은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의 역사 왜곡 논란에 사과했다. 작가와 출연진 모두 인터뷰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 박 감독은 홀로 '총대를 메는' 책임감을 보였다.
MBC 금토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극본 유지원·연출 박준화)은 21세기 입헌군주제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모든 걸 가진 재벌이지만 신분은 고작 평민이라 짜증스러운 여자 성희주(아이유)와 왕의 아들이지만 아무것도 가질 수 없어 슬픈 남자 이안대군(변우석)의 운명 개척 신분 타파 로맨스를 그렸다. 작품은 닐슨코리아 전국 시청률 13.8%라는 높은 성적을 거두며 지난 16일 12회로 종영했다.
먼저 작품의 흥행과 관련해 박 감독은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주변에서 연락을 많이 받았다. 오랫동안 연락을 못했던 친구도 전화해서 감독님이 하시는 드라마를 보면서 오랜만에 설렘을 느끼고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 저희 드라마를 재밌게 봐주신 분들이 꽤 많으셨던 걸로 안다.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시청자들에게 "드라마를 봐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 시청자분들이 느끼시는 감동을 꼭 다시 한번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 마지막까지 시청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박 감독은 인터뷰 자리에 나오기로 결심한 계기에 대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책임지고 만들어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표현된 여러 부분과 관련해 제가 직접 말씀을 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드라마를 하면서 즐겁길 바라고 힘을 얻길 바라는데 많은 분들께 불편한 상황을 만들어서 죄송하고 송구스럽다. 저와 함께했던 많은 사람들과 드라마를 애정하면서 봐주셨던 많은 시청자분들께 사과의 말씀 드린다"고 전했다.
MBC 21세기 대군부인 박준화 감독 / 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박 감독은 인터뷰 내내 무거운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그는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왕실의 대군과 평민 여성의 러브스토리라는 점이 인상 깊었다"며 "작가님이 순정만화의 설렘을 담고자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드라마에서 원했던 것은 밝고 긍정적인 느낌을 전달하는 거였다"며 "조선 왕조가 21세기까지 이어졌다는 판타지 설정에서 출발한 작품이었다. 그래서 왕실 표현도 조선 왕실 자문을 중심으로 접근했다. 전통적인 색깔을 잘 구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전했다.
극 중 '천세' 표현에 대해서는 "대본에 있던 것"이라고 밝혔고, 대본 지문에 '구류면류관'이라고 명시돼 있던 것인지 묻는 말에는 "지문에는 없었다"며 "준비 과정에서 왕실 의례를 참고하다 그런 형태로 표현됐다. 자문만 따르기보다 현실 역사에 대한 고민을 더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점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편집 과정에서 걸러낼 수는 없었을까. 박 감독은 "조선 왕조가 21세기까지 이어진다는 판타지 설정에 너무 몰입해 있었던 것 같다"며 "조선 왕실 즉위식 표현에 대한 자문을 받으면서 당시 방식이라는 설명에 갇혀 있었던 것 같다. 대한제국이라는 실제 역사와 현실적인 무게감을 더 고려했어야 했는데 그 부분을 놓쳤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배우들과 제작진은 정말 많이 고생했다. 지방도 다니고 캐릭터 연구도 열심히 했는데, 연출상의 부족함 때문에 배우들의 노력이 온전히 인정받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다"며 "아이유, 변우석 배우뿐 아니라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이 정말 노력했다. 그 노력이 결과적으로 상처로 남은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고 전했다. 또한 "작가님도 많이 힘들어하고 계신다"고 이야기했다.
인터뷰 도중 눈물을 흘리기도 했던 그는 "제가 눈물을 흘린 건 시청자분들의 반응 때문이었다. 어떤 어르신이 무도회 장면과 프러포즈 장면을 보며 행복해하시는 영상을 봤는데 그 표정이 계속 생각났다"며 "누군가에게 즐거움과 힐링을 드리고 싶어서 드라마를 만들었는데, 마지막에 불편함으로 남게 된 것 같아 스스로 너무 안타까웠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식샤를 합시다', '환혼' 등 여러 인기작을 연출한 베테랑이다. 그의 작품 키워드는 힐링과 웃음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막돼먹은 영애씨'를 하면서 일상의 소소한 행복과 결핍, 공감의 감정을 표현하는 드라마를 정말 좋아하게 됐다"며 "요즘은 화려하고 자극적인 드라마가 많지만, 저는 소시민적인 삶 속 행복과 공감을 담아내는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식샤를 합시다' 같은 힐링 드라마도 개인적으로 정말 다시 해보고 싶은 작품"이라며 "저는 결국 누군가를 공감하고 응원할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 사람이 살아가는 희로애락을 담아내는 작품을 계속 하고 싶다"고 전했다. 차기작에 대해서는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수차례 말을 잇지 못하고 자책과 아쉬움을 드러낸 박 감독은 배우와 제작진, 시청자들을 향한 미안함을 거듭 전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