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윤지혜 칼럼] 스스로를 특별하게 여겼던 아이는 자라면서 깨닫는다. 이 세계에서의 특별함이란 웬만해선 거머쥘 수 없으며 물려받는 게 있으면 그나마 가능하다는 것을. 그리하여 애를 써서 도달한 지점이 고작 어딘가 애매한 특별함일 뿐인 이들은 이제 새로운 숙원사업을 계획했다. 물려받고 내려받는 특별함, 일종의 명문가를 만들어 보자는 것.
코미디언 이수지가 게재 중인 유치원 교사 패러디 영상이 연일 화제다. 특히 ‘유치원 교사 이민지 씨의 끝나지 않는 24시간’이란 영상은 미국의 한 사회학자가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직접 언급할 만큼 화제성이 대단했다. 제목 그대로 끝없이 이어지는 학부모의 민원을 마주하고 처리해야 하는 유치원 교사의 하루를 과장된 코미디 문법을 활용하여 상당히 현실감 있게 그려낸 결과다.
대변을 처리할 땐 유칼립투스 성분이 포함된 식물성 원단으로 써야 하고 아이의 성향에 맞춰 공동체 분위기를 형성해 주어야 하며 사진을 찍어줄 때는 아이폰을 사용해야 한다, 등등. 다소 무리한 요구에도 이민지 씨로서 이수지는 시종일관, 가까스로 친절한 얼굴을 유지하는데 이는 보는 이들로서 마음 편히 웃을 수만은 없는, 불편한 무엇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대한민국 교육 현실의 민낯을 떠올리게 했다고 할까. 관련해서 최근 초등교사노동조합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교사들이 현장체험학습을 꺼리는 진짜 이유’란 영상을 이야기할 수 있겠다. 교사가 현장체험학습을 위해 감당해야 하는 부당한 책임과 의무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는데 이수지가 패러디한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더라.
특정 아이와 짝꿍 하게 해달라는 것부터 사진을 적게 찍어 주었다거나 사진 속 아이의 표정이 어둡다는 등 일명 ‘진상 부모’의 활약이 실제로도 존재했으며, 현장체험학습에서 일어난 사고들, 대부분 예기치 않게 일어난 사고임에도 책임은 또 오롯이 교사가 지어야 한다. 그러니 교사로서는 굳이 현장체험학습을, 심지어 필수가 아닌 이 활동을 지속해야 할 필요가 없고 축소하거나 가지 않겠다 천명하는 게다.
그렇다면 자녀에게 현장체험학습의 기회마저 박탈하게 만든 이들, 일명 진상 부모라 일컫는 이들은 왜 그토록 극성이 되었을까. 생각해 보면 누구도 작정하고 진상 부모가 되진 않는다. 여기엔 한국 사회가 흘러온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금 젊은 부모들은 대부분, 넌 특별해, 란 말로 동기부여를 받던 첫 번째 대치동 키즈들이며 공통점은 자력 또는 적당한 부모의 재력에 도움에 의지해 현재의 부와 사회적 위치를 거머쥐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방대하게 물려받고 물려줄 부가 있는 재벌은 아니라는 사실. 하지만 그사이 빈부의 격차는 더욱 벌어져 이들이 애써 노력해 얻은 부와 위치는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것이 되어버렸고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 만한 가장 확실한 방도는, 다시금 자식교육. 그리고 이젠 넌 특별해, 만으로는 부족하다. 넌 특별해야만 한다는 강렬한 목표가 붙어 버리고, 그야말로 반드시 성취해야 하는 생의 거대한 프로젝트, 숙원사업이 되었다고 하겠다.
그러다 보니 교권에 부여하는 책임은 과해진다. 특별해야만 하는 우리 아이를 특별하게 대해주어야 하니까. 이 사이에서 교사와 아이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피해자가 되고, 이러한 환경 속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더 극심한 상황을 반복할지도 모르겠다. 현 사회 구조상 명문가는 되고자 한다고 될 수 있는 게 아닌 까닭에. 이수지의 패러디 영상에 그저 씁쓸한 웃음을 지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스포츠투데이 윤지혜 칼럼니스트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