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 제작진이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진 장면을 편집해 OTT 서비스에 반영한 것이 확인됐다.
20일 기준 디즈니+와 웨이브에서 서비스 중인 MBC 금토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 11회의 이안대군(변우석)의 즉위식 장면은 수정된 상태로 공개되고 있다. 극 중 신하들이 "천세"라고 외치던 장면은 음성과 자막이 삭제됐다. 허리를 숙이며 무언가를 외치지만 소리는 들리지 않고 배경음악만 들리게 편집됐다.
즉위식에서 "천세"라고 외치는 것은 조선시대 예법으로, 이는 제후국의 지위를 가리킨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이 동등한 외교 상대국인 현대에서 '만세'가 아닌 '천세'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자주국 황제가 착용하는 '십이류면류관'이 아닌 '구류면류관'이 사용돼 대한민국을 중국의 속국으로 묘사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논란이 커지자 제작진과 감독, 주연배우들, 작가까지 모두 사과했다. 제작진은 지난 16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조선의 예법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변화했는지 세심하게 살피지 못해 발생한 사안"이라며 "가상의 세계와 현실의 역사적 맥락이 교차하는 부분에 대해 신중하고 심도있는 고민이 필요했으나, 정교하게 세계관을 다듬고 더욱 면밀하게 살피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사과문을 게재했다.
변우석은 18일 "작품이 촬영되고 연기하는 과정에서 제가 작품에 담긴 역사적 맥락과 의미가 무엇이고 그것이 시청자 여러분께 어떻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며 "배우로서 연기뿐 아니라 작품이 가진 메시지와 맥락까지 더욱 책임감 있게 살펴보고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깊이 새기게 됐다"고 밝혔다.
같은날 아이유도 "여러분께서 지적해 주신 드라마 속 여러 역사 고증 문제들에 있어 더 깊이 고민하지 않고 연기에 임한 점 변명의 여지없이 반성하고 사과드린다"며 "우리 고유의 역사에 기반한 상상력과 대한민국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것이 중요한 작품이었던 만큼 배우로서 더욱 신중하게 대본을 읽고 공부해야 했음에도 그러지 못한 스스로가 부끄럽다. 미리 문제의식을 제대로 갖지 못했다. 죄송하다"고 전했다.
19일에는 연출을 맡은 박준화 감독이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조선 왕조가 21세기까지 이어졌다는 설정에만 집중한 나머지, 우리 역사와 현실의 무게감을 세밀하게 고려하지 못했다. 대한제국과 우리 역사에 대한 표현을 더 신중하게 챙겼어야 했는데, 감독으로서 부족했고 무지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사과했다.
또한 "배우들과 제작진이 작품을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는데, 제 연출상의 실수로 그 노력이 온전히 축복받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다"며 "시청자분들이 설레고 힐링했다고 말씀해주셨는데, 마지막에 불편함으로 남게 된 점이 가장 안타깝다. 작가님도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 제작진 모두가 더 책임감 있게 고민했어야 했다"고 전했다.
집필을 맡은 유지원 작가 역시 "'21세기 대군부인'의 고증 논란으로 시청자 여러분께 실망과 심려를 끼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혹 더 큰 불편을 드리지 않을지 조심스러운 마음에 이렇게 말씀드리기까지 시간이 지체되면서 더 많은 분께 폐를 끼치게 되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조선의 예법을 현대에 적용하고 가상의 현대 왕실을 그리는 과정에서 철저한 자료조사와 고증이 부족했다"며 "즉위식에서 지적받은 구류면류관과 천세라고 산호하는 장면은 조선 의례를 현대에 적용하면서 고려했어야 할 역사적 맥락을 세심히 살피지 못한 저의 불찰이다. 이 밖에도 시청자분들께서 보내주신 의견들 모두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제 고민의 깊이가 부족함으로 인해 상처받으신 모든 분께 다시 한번 깊은 사과의 말씀 올린다. 시청자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비판과 지적을 마음에 새기고, 작가로서 부족했던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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