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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대군부인' 역사 왜곡 후폭풍…감독·배우 사과했지만 작가는 침묵 [ST이슈]
작성 : 2026년 05월 19일(화) 16:06

사진=21세기 대군부인 포스터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이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주연배우 변우석, 아이유 그리고 박준화 감독은 전면에 나서 사과하는 책임감을 보였지만, 작품을 집필한 유지원 작가만 뒤로 빠져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해당 작품에 대한 지원금 회수 가능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MBC 금토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은 극 중 이안대군(변우석)이 즉위식에서 제후국의 격식에 해당하는 '구류면류관'을 착용하고, 신하들은 '만세'가 아닌 '천세'를 외치는 장면을 송출하며 논란이 됐다. 이는 역사를 폄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중국 동북공정에 이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이 거셌다. 특히 '21세기 대군부인'은 글로벌 OTT인 디즈니+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되는 작품이란 점에서 우려가 컸다.

논란이 커지자 제작진은 지난 16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조선의 예법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변화했는지 세심하게 살피지 못해 발생한 사안"이라며 "가상의 세계와 현실의 역사적 맥락이 교차하는 부분에 대해 신중하고 심도있는 고민이 필요했으나, 정교하게 세계관을 다듬고 더욱 면밀하게 살피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사과문을 게재했다.

19일 연출을 맡은 박준화 감독은 서울 모처에서 MBC 금토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자리는 작품이 높은 흥행 성적을 거둔 것을 축하함과 동시에, 최근 불거진 역사 왜곡 논란에 대한 감독의 생각을 듣는 자리이기도 했다.

이날 박준화 감독은 "드라마를 통해 즐거움과 힘을 드리고 싶었는데, 많은 분들께 불편함을 드려 죄송하고 송구스럽다"며 "조선 왕조가 21세기까지 이어졌다는 설정에만 집중한 나머지, 우리 역사와 현실의 무게감을 세밀하게 고려하지 못했다. 대한제국과 우리 역사에 대한 표현을 더 신중하게 챙겼어야 했는데, 감독으로서 부족했고 무지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사과했다.

또한 "배우들과 제작진이 작품을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는데, 제 연출상의 실수로 그 노력이 온전히 축복받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다"며 "시청자분들이 설레고 힐링했다고 말씀해주셨는데, 마지막에 불편함으로 남게 된 점이 가장 안타깝다. 작가님도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 제작진 모두가 더 책임감 있게 고민했어야 했다"고 전했다. 박 감독은 인터뷰 내내 무거운 표정으로 답변을 이어갔다.

배우 변우석, 아이유 또한 18일 각자의 SNS를 통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변우석은 "작품이 촬영되고 연기하는 과정에서 제가 작품에 담긴 역사적 맥락과 의미가 무엇이고 그것이 시청자 여러분께 어떻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며 "배우로서 연기뿐 아니라 작품이 가진 메시지와 맥락까지 더욱 책임감 있게 살펴보고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깊이 새기게 됐다"고 밝혔다.

아이유는 "여러분께서 지적해 주신 드라마 속 여러 역사 고증 문제들에 있어 더 깊이 고민하지 않고 연기에 임한 점 변명의 여지없이 반성하고 사과드린다"며 "우리 고유의 역사에 기반한 상상력과 대한민국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것이 중요한 작품이었던 만큼 배우로서 더욱 신중하게 대본을 읽고 공부해야 했음에도 그러지 못한 스스로가 부끄럽다. 미리 문제의식을 제대로 갖지 못했다. 죄송하다"고 전했다.

박준화 감독과 아이유, 변우석 등 작품에 참여한 주요 인물들이 전면에 나서 사과했지만, 작품을 집필한 유지원 작가만 아직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극본은 배우들이 전적으로 의지하는 것이며 기본적으로 수정 권한도 작가에게 있는 만큼, 유 작가의 입장도 중요한 상황이다.

박 감독은 "작가도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며 대신 상황을 설명했지만, 감독의 입을 통해 이야기를 듣는 것과 직접 나서서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는 것은 진정성 부분에서 큰 차이가 있다. 유 작가는 '제작진 중 한 명'이 아니라 주어진 여러 논란에 '자신의' 입장을 밝혀야 할 때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역사 왜곡 논란은 정부 지원사업의 적절성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제보자 A씨는 1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디지털방송미디어정책과 담당자와 통화한 내용을 공개했다.

'21세기 대군부인'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 추진한 '칸 시리즈 연계 방송콘텐츠 해외유통 지원사업' 참가작으로 선정돼 지난 4월 프랑스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 투자설명회에도 참여했다. 이와 관련해 담당자는 "해당 사업은 드라마 제작비 지원이 아니라 칸 현장 쇼케이스에 참여해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지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항공권, 숙박비 등 행사 참가 관련 실비성 지원 여부에 대해서는 "항공권과 숙박비는 지원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선정 심사 과정에 대해서는 "심사 단계에서 작품의 전체 대사까지 검토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지원금 회수 가능성과 관련해 "회수 가능 여부는 공고문과 관련 법률상 근거를 확인해야 한다"며 "지원금 회수 가능성도 함께 검토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방송콘텐츠진흥팀 역시 "해당 사안은 내부 검토 중이며 관련 부서에 전달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정부 기관이 공적 재원과 명의로 해외 홍보·유통을 지원한 콘텐츠가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을 때 그 지원을 유지·정산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칸 투자설명회에서 사용된 홍보 영상과 자막, 피칭 자료 등에 논란이 된 표현이나 장면이 포함됐는지, 역사 왜곡 논란 이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 제작사 측에 오디오·자막뿐 아니라 면류관 등 시각 요소의 수정 여부까지 확인했는지도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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