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흔히 말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의 핵심인 IP(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이러한 명제는 IP의 파급력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해진 현재 연예계에서도 통용된다. 특히 K-컬처가 글로벌 시장의 흥행 보증수표로 자리매김한 요즘은 예능·드라마·영화와 같은 콘텐츠뿐 아니라 글로벌 스타 그 자체가 독자적인 IP로써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강력한 파워를 가진 IP라 하더라도 생명력을 다하는 순간 IP의 가치는 축소된다. 그렇기에 '생명 연장'은 모든 IP가 마주한 숙제나 다름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팝업스토어'는 스타 및 콘텐츠 IP의 브랜드 재활성화와 글로벌 시장 개척을 위한 전략적 카드로 주목받고 있다. 스포츠투데이는 대중문화 산업의 새로운 돌파구가 된 팝업스토어의 위상과 의미를 살펴봤다.
◆소유에서 경험으로…오프라인 팬 플랫폼화
최근의 팝업스토어는 과거와 달리 MD상품을 사고파는 단순한 공간을 넘어섰다. 팬들을 세계관으로 이끄는 '체험형 팝업스토어'가 늘어나면서 이제는 '덕질'(팬 활동)의 연장선이 됐다.
팝업 스토어 기획 관계자 A씨는 "최근 팝업스토어는 팬들이 아티스트의 세계관과 감성을 직접 경험하는 '오프라인 팬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단순 소비보다는 '체험'과 '몰입'에 초점을 맞춰 구성되는 경향"이라며 "팬들이 SNS를 통해 경험을 공유하고 또 다른 팬들과 연결될 수 있도록 인터랙티브한 요소들도 함께 강화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A씨는 "지금의 팬 문화가 '소유'보다 '경험'에 더 큰 가치를 두려고 하기 때문이다"라며 "팬들은 아티스트의 메시지와 분위기를 직접 느끼고 기억에 남길 수 있는 순간을 원한다. 아티스트, 그리고 팬이 하나의 공간 안에서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경험 자체를 만드는 데 집중하는 게 트렌드다"라고 봤다.
아티스트(혹은 콘텐츠)와 교감하는 경험은 팬들에게 해당 IP에 대한 기억과 향수를 보다 강하게 자극해, 팬덤과의 유대감을 공고히 하는 역할도 한다. 화면(2D)으로만 보던 드라마보다 드라마 속 음식을 현실(3D)에서 맛보는 경험이 훨씬 뇌리에 강하게 각인될 수밖에 없다. 포토스폿에서 사진을 찍어 이를 다른 팬들과 공유하는 등의 행위조차도 팬덤 내부의 결속 장치가 되기도 한다.
최근 NCT 브랜드 론칭 10주년을 기념한 팝업스토어 역시, NCT라는 브랜드의 새로운 도약 그리고 아티스트와 팬들의 연결감을 위한 자리로써 기획됐다.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단순히 전시를 관람하는 것을 넘어, NCT와 함께 호흡하고 연결감을 직접 느낄 수 있도록 체험형 요소를 강화했다. NCT와 팬들이 '원팀'(One Team)이라는 메시지를 보다 몰입감 있게 전달하기 위한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공백·종영의 한계 지우다…수익·시장 다각화
기존 엔터산업은 인적 자원에 대한 의존도가 극도로 높다. 이로인해 아티스트가 군대 혹은 부상 등의 이유로 활동을 중단하게 되면 매출이 급감하는 치명적인 비즈니스 공백이 발생하곤 했다. 그러나 스타 IP를 활용한 오프라인 팝업은 이러한 빈틈을 메울 하나의 방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아티스트의 초상이나 세계관이 녹아든 팝업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또 하나의 채널이 됐기 때문이다.
캐릭터 조규매 팝업 포스터, tvN 드라마 폭군의 셰프 포스터, NCT 10주년 기념 포스터 일부 / 사진=YG플러스, tvN, SM엔터테인먼트 제공
방송 역시 마찬가지다. 방송 프로그램이 종영하면 시즌제가 아닌 이상 IP의 생명력은 꺼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팝업스토어는 미디어 IP의 생명을 연장시킬 매력적인 선택지였다. tvN 예능 '방과후 태리쌤'을 제작한 스튜디오스의 국민정 PD는 "방송의 감동을 오프라인에서 이어가며 팬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팝업스토어의 장점이다. 종영 후 아쉬움을 느끼는 팬들에게 체험형 공간을 제공하고, 굿즈 판매 등 물리적으로 교감하는 이벤트를 통해 '방과후 태리쌤' IP가 지속적으로 기억되고 확장되길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팝업스토어를 통한 IP의 생명 연장. 이는 곧 수익 다각화를 통한 IP의 경제적 가치를 연장시킨다는 뜻이기도 하다.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 B씨는 "공급자 입장에서는 드라마, 영화라는 콘텐츠 IP를 활용한 수익이나 생명력을 최대한 연장시키고 수익도 극대화시켜야 된다. 사실 드라마 관련 굿즈 등을 만들고 하는 건 최근 일은 아니다. 이전부터 관련 IP 비즈니스가 있었고 최근 들어 좀 더 활발하고 공격적으로 하고 있다. 현시점 팝업스토어는 IP 가치를 극대화 하기 위한 비즈니스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IP를 활용한 매출 상승은 곧 IP를 소유한 기업의 가치에도 영향을 미친다. B씨는 "콘텐츠 IP의 밸류가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기업의 가치도 올라간다. 그런 측면에서 IP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활동이 곧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일"이라며 수익 다각화 시도의 의미를 설명했다.
게다가 K-콘텐츠의 성장과 함께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팝업스토어의 '영토확장' 움직임도 활발하다.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은 수년 전부터 인기 드라마 IP를 활용한 다양한 IP 산업을 전개하고 있는데, 팝업스토어도 그중 하나다. 특히 '눈물의 여왕' '폭군의 셰프' '태풍상사' 등 히트작 IP를 활용한 팝업을 국내만 아니라 일본, 대만, 태국 등 글로벌 현지에서 개최해 K-드라마 부가사업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일회성 매장을 넘어 팬덤을 강화하는 공간 플랫폼으로 진화한 팝업스토어. 이제는 글로벌 팬들까지 오프라인으로 집결시키는 트렌디한 팬덤 비즈니스로 관심받고 있다.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