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그룹 씨야를 시작으로 워너원, 아이오아이, 보이프렌드까지, 반가운 얼굴들이 속속 돌아오며 가요계 재결합 열풍이 일고 있다. 재결합이 단순한 추억 소환을 넘어 하나의 산업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타트는 씨야가 끊었다. 씨야는 지난 3월 30일, 선공개곡 '그럼에도, 우린'을 공개한 데 이어 14일, 정규 앨범 'First, Again'을 발매하며 15년 만에 완전체 활동을 재개했다.
2017년 Mnet '프로듀스 101 시즌2'를 통해 결성돼 2019년까지 약 2년간 활동했던 워너원도 4월 28일 엠넷플러스 리얼리티 프로그램 '워너원고 : 백투베이스(Wanna One Go: Back to Base)'를 통해 약 7년 만에 다시 뭉쳤다.
워너원보다 한 시즌 앞선 '프로듀스 101'으로 데뷔한 아이오아이 역시 2017년 1월 콘서트를 끝으로 공식 활동을 마무리했으나, 데뷔 10주년을 맞이해 19일 미니 3집 'I.O.I : LOOP'를 발매하며 약 9년 만에 활동에 나선다. 이어 아시아 투어 '2026 I.O.I Concert Tour: LOOP'에도 돌입한다.
보이프렌드도 재결합 흐름에 합류한다. 2019년 계약 종료와 함께 공식 해체했던 보이프렌드는 26일, 데뷔 15주년을 기념해 완전체로 새 미니앨범 '보이저 6(Boyager 6)'를 발매하고 팬 콘서트를 연다.
이처럼 활동 종료를 선언했던 그룹들이 다시 무대에 서면서 단순한 추억 소환으로 여겨졌던 재결합이 더이상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아티스트도, 소속사도 반기는 재결합
과거, 재결합은 연말 무대나 특별 방송 등의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양상이 달라졌다. 신곡 발매, 콘서트 개최는 물론이고, 예능 출연, 유튜브 콘텐츠 등 활동 범위는 넓어졌고 방식도 유연해졌다.
재결합은 소속사와 아티스트 모두에게 긍정적인 카드로 인식된다. 아티스트 입장에서는 팀의 인기를 다시 환기하는 동시에 개인 활동에도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배우, 솔로 가수, 방송인 등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 중인 멤버들이 다시 팀으로 모이면서 개인 인지도까지 높아지는 효과를 얻는 셈이다.
소속사 입장에서도 재결합 그룹은 어느 정도 '보장된 카드'라는 장점이 있다. 이미 인지도와 팬덤이 형성돼 있어 마케팅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화제성을 확보하기도 쉽다. 실제 씨야의 경우, 15년 만에 재결합했음에도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하는 등 호성적을 거두고 있다.
한 소속사 관계자는 "새 그룹을 론칭하는 데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이미 대형 소속사 위주로 가요계가 재편되면서 새 그룹의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게 사실"이라며 "반면 재결합 그룹은 이미 팬덤이 구축돼 있어 위험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
조은재 대중음악평론가는 "멤버들도 이제는 그룹의 네임밸류를 유지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걸 경험적으로 체득한 거다. 왜냐면 1~2세대 빅네임들이 한순간에 다 사라져서 개별 멤버들이 힘든 시간을 겪고 빛이 바라는 상황이 많지 않았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주체들도 다들 그런 상황들을 학습했기 때문에 그런 방향으로 그룹을 운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결정적으로 방탄소년단이 크게 히트하고 처음 데뷔했을 때의 멤버 구성 그대로 긴 시간을 유지하는 것도 지금 아이돌 세대한테는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 신화나 슈퍼주니어 같은 앞선 세대 그룹들의 경우, 개인 활동으로 개개인의 네임밸류를 올려놔야 그룹의 생명을 올린다는 게 있었다면 방탄소년단은 뚝심 있게 그룹의 콘텐츠를 제공하다가 군백기를 깔끔하게 끝내고 완전체 네임밸류를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역 아이돌들이 그런 영향을 크게 받다 보니까 '그룹으로 활동하는 모습이 제일 성공적이고 아름다운 거구나' 그런 학습을 한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특히 프로젝트 그룹 재결합 요구는 더욱 강한 편이다. 활동 기간이 짧았던 만큼 팬들의 아쉬움이 크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워너원과 아이오아이는 활동 종료 이후에도 꾸준히 재결합 요청이 이어졌던 대표 사례다. 활동이 짧았기에 오히려 팬들의 기억 속에 강렬하게 남아 있고, "더 보고 싶다"는 감정이 장기간 유지된다는 것이다.
환경 변화가 만든 재결합 열풍
재결합 열풍의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꼽힌다. 우선 과거와 달리 그룹들의 활동 주기가 길어졌다는 점이다. 전속계약 만료 시점인 '마의 7년'을 넘어 장기 활동을 이어가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팬덤 역시 장기간 유지되는 추세다.
조은재 평론가는 "사실 1세대 아이돌은 은퇴하거나 활동이 끊긴 멤버가 많아 재결합 자체가 쉽지 않았다. 그들을 다시 연예인으로 불러내는 자체가 팬들도 부담이고 멤버들도 부담인 거다. H.O.T.나 젝스키스처럼 '토토가' 같은 큰 이벤트가 주어지지 않으면 재결합이 요원해지는 상황이었다. 지금 재결합하는 아이돌들은 10년 전쯤 활발하게 활동하다 멤버 개별로 활동하고 또 그룹으로 다시 보고 싶어 하는 팬들이 남아있어서 돌아오는 형태라 그 중간에 멤버들이 개인 활동을 하면서 팬덤을 잃지 않고 유지를 한 게 큰 동력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새는 아이돌 활동 수명도 길어졌고, 그룹 활동이 끝난 다음에도 개별적으로 또 활동을 쭉 이어가는 케이스가 많아지다 보니까 팬덤도 유지가 되고, 그러다 보면 그룹으로 다시 보고 싶어 하는 팬들도 생기는 것 같다"고 덧댔다.
팬덤의 변화 또한 재결합 열풍의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재결합이 일시적인 화제성에 그치지 않고, 실제 티켓 구매와 굿즈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나 과거 학생이었던 팬들이 이제는 경제력을 갖춘 20~30대로 성장하면서, 학창 시절 좋아했던 그룹에 다시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최근 공연 시장이 크게 확대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대형 콘서트와 페스티벌이 활성화되면서 검증된 팬덤을 보유한 팀들에 대한 수요가 커졌고, 자연스레 안정적인 티켓 파워를 기대할 수 있는 재결합 팀들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평가다.
한 공연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그 시절 감성' 정도로 추억했다면 지금은 실제 소비로 이어지는 추세"라며 "콘서트나 팬미팅, MD 판매까지 시장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환경 변화도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과거 무대 영상과 예능 클립이 유튜브와 SNS를 통해 지속적으로 재생산되면서, 활동 종료 이후에도 그룹의 존재감이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과거 활동 영상이 숏폼 콘텐츠를 통해 재조명되거나, 멤버들의 근황 콘텐츠가 화제를 모으면서 자연스럽게 재결합 기대감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아이돌은 단순한 음악 콘텐츠가 아니라 세대의 기억이 축적된 브랜드"라며 "재결합은 이제 추억을 넘어 하나의 콘텐츠 산업 모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