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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피카' 김호영, 유연함이란 무대 위 생존법 [인터뷰]
작성 : 2026년 05월 13일(수) 07:00

2026 렘피카 김호영 / 사진=놀유니버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무대 위에 있을 때 신명 나요"

무대를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을 즐길 줄 아는 배우 김호영. 그가 적지 않은 시간을 뮤지컬 배우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나름의 생존법 덕분이었다. 어떤 역할, 어떤 캐릭터든 소화할 줄 아는 김호영의 유연한 소화력이 지금까지 뮤지컬 배우라는 이름 아래 그를 숨 쉬게 하고 있다.

뮤지컬 '렘피카'가 아시아 초연으로 지난 3월 첫선을 보인 지 약 두 달여 된 시점이지만, 사실 작품 초반까지 김호영은 한국에선 대중적이지 않은 작품이자, 화가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기에 걱정이 앞섰다고 털어놓았다. "우스갯소리로 사람 이름인지, 렌터카 이름인지 모른다 그랬다. 그런데 또 재미있는 건 제 주변 미술 관계자들은 미술계에서 빠져선 안 될 인물이라며 공연 소식을 듣고 놀라고 반가워하더라"고 입을 열었다.

다른 작품에 비해 인지도도 낮은 데다, 연습을 하는 과정에서 넘버가 어렵다는 점도 배우들에게 있어 걱정스러운 부분 중 하나였다. 김호영은 "박자, 리듬 등이 너무 어려워서 연습할 때 농담삼아 본인들의 작품들 중 어려운 작품으로 TOP3에 든다고 할 정도였다.

또 타마라와 라파엘라의 모습들이 우리조차 관객들에게 어떻게 느껴질까 궁금하기도 했다"라고 했다. 우려와 달리 렘피카와 라파엘라의 애정신은 훨씬 뭉클하고 관객을 격양되게 했다.

김호영은 "연출진이 '생존'에 대한 이야기라고 한 걸 처음엔 체감이 안 됐는데 이야기를 쭉 보다보니 한 여성의 생존 그리고 타마라뿐 아니라 모든 인물들이 타베우스, 수지 등 각자 그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이야기가 펼쳐지더라. 우려한 부분을 뗄 수 있겠다 생각했다. 역시나 공연을 올려놓고 보니 우리가 생각한 것이 맞았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김호영은 '렘피카'가 초반 걱정과 달리 이렇게 한국 관객들에게 어필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로 '넘버'를 꼽았다. 그는 "작곡가가 한국적인 영향을 받은 거 같더라. 한국에 처음 온 건데도 불구하고 넘버에 약간 한국 가요스러운 부분도 살짝 있고, 한국 정서에 와닿는 게 있더라. 내용도 그렇지만 음악적인 부분에서 관객들에게 많이 어필된 거 같다"라고 분석했다.

2026 렘피카 김호영 / 사진=놀유니버스 제공


김호영은 앞서 '렘피카'에서 자신이 맡은 마리네티 역에 대해 '인생캐'가 될 수 있겠다란 기대를 드러냈다. 사실 김호영은 작품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한정림 음악감독의 제안을 받고 마리네티 오디션을 봤다고 고백했다. 그는 "'왜 이걸 나한테?'란 생각이 들었다. 잘 모르겠더라. 과연 외국 크리에이티브 팀이 날 마리네티 역 이미지로 봐줄까? 걱정이 앞섰다"라고 했다.

의아해하던 김호영과 달리, 주변의 평가는 달랐다. 김호영은 확신을 갖지 못한 채 '어디가 어울려요?'라며 계속해 반문했지만, 배우 동료들과 창작진의 응원을 받았다는 김호영은 '어쩌면 인생캐가 될 수도 있겠다'란 생각을 하게 됐다고.

김호영의 유쾌한 이미지와 다른 역할이었기에 인물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쉽진 않았다. 특히 넘버를 소화하기엔 김호영의 음역대보다도 낮았던 탓에, 김호영은 "고민을 하면서 연출진에게 '기다려달라'고 했다. '음역대와 인물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줄 텐데 갈피가 안 잡혀서가 아니라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거다. 무대에선 만들어낼 것이기 때문에 소리가 원활하게 내지 못하더라도 걱정하지 마라'했다"면서 고군분투 속에서 자신만의 마리네티를 만들어갔다고 설명했다.

그런 김호영의 모습을 본 작곡가는 김호영에게 '파괴권'을 부여했다. 넘버를 노래로 접근하지 않고, 김호영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넘버를 소화할 수 있도록 한 결정이었다. 그 순간 무언가 깨진 것을 느꼈다는 김호영은 "여태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연습실에서 좋아해주셨던 이유는 지금까지 해왔던 커리어 중 한 번도 보여드리지 않았던 역할과 목소리를 보여드렸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김호영에게 저런 모습이 있어?' 반응이 있다면 누군가는 '쟤 인생캐다'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다 싶었다"라고 말했다.

의구심도 있었지만 '해보지 뭐!'란 생각으로 출발한 마리네티 연기. 뮤지컬배우 김호영의 갈망을 해소할 기회기도 했다. 그는 "여태까지 쭉 해왔던 작품들이 아닌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갈망이 있던 시점이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연기적인 부분에 갈망이 특히나 많았어서 새로울 수 있겠다란 게 있었다"라고 했다.

2026 렘피카 김호영 / 사진=놀유니버스 제공


그렇게 김호영은 직접 마리네티의 헤어스타일링을 만드는 등 외형적인 변화도 만들어갔다. "타마라의 이야기가 중심이고 마리네티에 대한 서사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등장할 때만이라도 각인시키고자 했다. 그런 외형적 낙차가 있어야 관객들이 받아들이는 게 달라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시작할 때는 스타일링 팀이 해주시기도 하지만 제가 헤어를 잘 만지기도 하고 의도하는 게 있다 보니 직접 하고 있다. 그래서 헤어 바꾸느라 은근히 바쁘다.(웃음)"라며 자신만의 캐릭터 접근 방식을 설명했다.

기존 이미지와 반대되는 역할을 연기한다는 것이 부담도 적지 않을 것 같았는데, 김호영은 오히려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다. 물론 어려워서 '괜히 한다 했나'(웃음) 싶은 지침과 역경은 있어도 결론적으로 잘될 것이란 생각이 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물론 대중들이 생각하는 '김호영'이란 이미지에 준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을 때 실망감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면서도, 김호영은 "각자의 스타일이란 게 있으니까 부담이란 것 자체를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라고 했다.

2002년 뮤지컬 '렌트'에서 엔젤 역으로 무대에 서기 시작한 김호영은 배우로서의 '유연함'으로 지금까지 무대 위에서 살아남았다. "캐릭터성이 강한 역할들이 부각되면서 '킹키부츠'에서 찰리 역을 '할 수 있다'란 나의 생각과 달리 다른 사람들과 생각에 있어 갭차이가 점점 생기더라.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걸 먼저 생각하기보다는 상품으로써의 가치를 많이 생각했다. 내 쓰임이 있는 곳에 가는 게 맞다 생각했다"라고 했다.

여러 예능과 드라마 등 매체에서 러브콜을 받으면서도 여전히 뮤지컬 그리고 무대를 사랑하는 김호영. 그는 무대 위에 섰을 때 '신명 난다'란 감정을 느낀다고 했다. "그런 단어를 인생 살면서 어디 쓸데없을 거 같았는데, 무대 위에 있을 때 나를 신명 나게 하는 거 같다. 운동도 힘들어도 개운한 것들이 있지 않나. 무대 위 공연이 당연히 힘들지만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는, 신명 나다는 걸 느낀다"라고 말했다.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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